한자리에 모인 탈북 외교관들... “김정은의 두 국가 주장, 핵무력 통일 의도”
“노예의 삶을 살고 있는 북한 주민을 두고 어떻게 ‘통일하지 말자’고 할 수 있나.”(류현우)
“김정은의 ‘2국가론’ 본질은 핵에 의한 대한민국 완전 전멸 후 통일 전략이다.”(태영호)
탈북 외교관들이 10일 한자리에 모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정책과 통일 전략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주영 북한 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과 국내 1호 탈북 외교관인 고영환 통일교육원장이 의기투합해 기획한 간담회에서다.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참사,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 대사대리, 김동수 전 이태리 주재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이영철 전 핀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한진명 전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 3등 서기관이 참석했다. 국내 정착한 선후배 탈북민 외교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태영호 사무처장은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통일 포기 정책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나는 좀 다르다”며 “이 모든 과정을 결국 쉽게 이야기하면 핵 무력에 의해 대한민국 완전 전멸을 통한 통일 전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독은 서독에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독과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고영환 원장은 북한이 지난 7~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지시한 ‘통일 삭제’ 개헌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대해 “아직 내부 엘리트들과 주민을 설득할 논리가 준비되지 않은 것”이라며 “북한에서 당·정·군 엘리트들과 지식인들은 통일을 신성한 의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는 최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남북 두 국가’ 주장에 대해 “김정은 발밑에서 노예의 삶을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 말고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품어줄 사람들이 없다. 중국 사람이 하겠냐, 러시아 사람이 하겠나”라고 했다. 이영철 전 2등 서기관은 “통일의 ‘마중물’인 탈북민들이 정착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탈북민들이 통일되면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리일규 전 정치참사는 “(북한의) 해외 파견자들을 끊임없이 포섭하고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외부 정보를 제공해 그들이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 정부의 통일 방안과 세계 정세를 설명해 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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