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걷는다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은 위로를 준다. 그것도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오르막을 따라 걸을 수 있다면, 그 여정은 단순한 산책이 아닌 하나의 감정 여행이 된다.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하조대는 바로 그런 길이다. 바다와 숲, 정자와 등대가 어우러진 이 산책길은 몸과 마음이 동시에 가벼워지는 힐링의 정점을 보여준다.

하조대의 산책은 고요한 소나무 숲을 지나며 시작된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기암절벽 위에 새겨진 ‘하조대’ 암각과 그 위로 우아하게 자리한 팔각정이 시선을 끈다.

이곳은 양양 팔경 중 하나로, 동해의 절경을 가장 조용히 마주할 수 있는 장소다.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수평선, 그리고 파도 아래 묵묵히 선 200년 된 노송 한 그루는 도시에서 지친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정자를 지나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1962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하얀 ‘기사문 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절벽에 놓인 데크길을 따라가면 등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 푸른 바다, 그리고 진한 초록의 소나무가 한 프레임 안에 담긴다.
거칠지만 단단한 바위들과 잔잔하게 부딪히는 파도 소리는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을 가라앉힌다.

등대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하조대 둘레길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유리바닥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로 펼쳐진 동해가 그대로 내려다보이고, 투명한 바닥 너머로 보이는 바위와 파도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 길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도 인기다.
짧은 구간이지만, 바다와 절벽, 숲과 하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풍경은 꽤나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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