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삶 통해 학습·삶에서 자기주도적 역량 키운다
단재고 개교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아직 그 실체가 와 닿지 않는다.
단재고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표적인 충청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의 사상과 삶을 교육비전으로 한다.
단재(丹齋)는 ‘오직 민족의 미래를 위한 마음을 품고 옷깃을 여미는 자세’라 말할 수 있다.
그는 국민의 정체성,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학당을 열기도 하고 ‘조선상고사’ 등 저술 활동에 힘을 쏟았다.충북도교육청의 안내 자료를 보면 이같은 단재 선생의 정신이 드러나 있다.
도교육청은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 역량을 기르는 교육 △협력과 배려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사람을 기르는 교육 △현재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며 미래의 도전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 등 3가지를 단재고 교육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구성된다. 일반고에서 배우는 보통교과 외에 단재교과와 미래교과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 특색이다.
모지영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진로진학팀장은 "단재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부담이 가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단재 신채호의 삶을 통해 학습과 삶에서 자기주도적인 단재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충실히 교과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보통교과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 등과 정보, 기술·가정으로 구성된다. 단재고 기획 초기에는 보통교과 단위(시수)가 13단위에 불과했지만 대학 진학 때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는 의견을 수용해 시수를 늘렸다.
대안학교로서 취지가 훼손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기존 교과가 다양한 진로 희망을 대비할 수 없어 공교육의 책무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도교육청의 입장이었다.
토의·토론, 프로젝트, 에세이 작성·발표 등 교과와 연계한 융합수업으로 이해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재능이 있으나 강의식 수업을 어려워하는 학생’을 위한 미래형 대안학교라는 기존 교육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단재교과는 ‘단재와 나’, ‘단재의 삶과 사상’ 과목으로 편성됐다.
학생 스스로 지속가능발전, 글로컬 등 주제를 선정해 탐구하는 ‘심화 탐구’와 트랙별 미래 역량을 실현할 수 있는 교과 연계·융합 교육도 이뤄진다.
미래교과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예술 6개 영역 중 과목군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다.‘지식의 본질’과 ‘우리는 어떻게 알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지식이론 과목도 편성됐다.
학습 평가는 개념 이해와 고차원적 사고로 이어지도록 과제를 제시한다. 객관식은 지양하고 서답형, 논·서술형 평가 위주다.
입학 면접 과정에서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신문기사를 읽고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면서 대책까지 제시하는 등 비판적 사고 과정이 요구됐다.
모지영 팀장은 "풍부한 독서가 관건인데 특히 토의·토론에 익숙하고 탐구심 있는 단재고 인재상에 적합한가가 요구된다.
학생들이 문제의 답을 내놓는 게 아닌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명의 단재는 민족중흥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100명, 1000명의 단재는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이 시작된 지금 단재고가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Copyright © 충청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