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하나 만드는 데 논문만 무려 1천 편 읽는 의사입니다
한 달간 1천 편 논문 읽고 유튜브 제작
올바른 의학 정보 전달하는 것이 목표
유튜브만으로는 논문 비용도 충당 못해
근거 기반의 '닥터에비던스' 론칭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구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유튜브 월평균 글로벌 이용자 수는 19억 명에 달한다. 지난해 집계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는 그 수가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유튜브가 콘텐츠 전문 제작자들의 영역이었다면, 이젠 성별과 나이, 직업을 막론하고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특히 전문직들의 유튜브 진출이 눈에 띈다. 이른바 사자 직업을 가진 이들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유튜브를 통해 친근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 속에서 친근을 넘어 소위 말하는 ‘병맛’ 콘텐츠로 눈길을 끄는 의사가 있다. 바로 근알의tv 김연휘 의사다.
다소 유쾌한 모습이지만, 그가 전하는 의학 정보는 저명한 논문에 기반한 분석으로 가득하다. 덕분에 사람들은 어려운 의학 정보를 지루하지 않게 얻을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왔을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그가 유튜브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의학 채널 유튜버이자, 닥터에비던스 브랜드의 대표로 활약 중인 김연휘 의사를 만났다.
◇ 영상 하나 만드는 데 읽는 논문만 무려 1천 편
사실 김연휘 의사의 학부 전공은 기계공학이다. 졸업을 앞둔 그에게 누구나 그렇듯 미래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동 전공 대학원 진학과 기업체 취업이라는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졌습니다. 기업체에서의 연구 업무에도 흥미가 많았지만, 성격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는 제 기준에서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타협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현실적으로 기업체에서 롱런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는 취직 이외의 옵션들이 있는 직업군을 검토하게 됐다. 그중 의사라는 직업에 눈이 갔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다양한 임상 연구들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그에게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고민 끝에 기계공학이 아닌 의학을 새로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의사 면허를 취득해 중앙대학교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했다. 그러나 인턴 수료 후 병원을 나왔다.
- 대학병원을 그만두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의사가 되어 환자를 진료하면서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우리 생활 곳곳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특정 성분이 몸, 피부, 정력 등에 좋다며 홍보되는 사례들이 많았죠. 그래서 직접 성분에 대한 연구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실험 대상과 용량이 비현실적이거나, 실험 내외적 오류를 의미하는 바이어스가 큰 경우 혹은 잘 설계된 논문 결과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한 가지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 명의 의사로서 평생 환자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정보는 바로잡고 부족한 정보는 채워주는 일이 질병 예방에 더 큰 도움을 줄 거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회사를 차려 의학 채널 운영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채널 오픈 전 1년간 연구 데이터 분석에만 몰두했다. 개인 의견이 아닌 명확한 근거를 토대로 의학 내용을 알리고 싶어서다. 비교적 큰 주제들은 영상 한 편을 촬영하는데 평균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두 번째 편의 주제 ‘다이어트 보조제’는 관련된 주제로만 1천 개가 넘는 논문을 읽었다.
지난해 1월, 드디어 ‘근알의’ 채널에 첫 영상이 올라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르는 용어로 가득 찼던 논문은 김연휘 의사를 거쳐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재밌는 설명까지 더해지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이제 막 1년이 되어가지만 벌써 애독자가 엄청나다.
◇ 브랜드 론칭해 ‘근거 기반’ 건강기능식품 선보여
인기는 날로 늘어갔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유튜브 채널의 수익금만으로는 영상 편집 비용은 물론, 유료 논문 비용을 충당하기도 어려웠다. 김연휘 의사는 의학 정보를 알리는 일을 계속하고자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직접 건강기능식품 전문 브랜드 ‘닥터에비던스’를 론칭하게 된 것이다.
- 기존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랑 어떤 점이 다른가
“시중에는 굉장히 다양한 건강기능식품들이 존재합니다. 일부는 식약처로부터 기능성 인정을 받았지만, 이는 과학적 인정과는 엄연히 별개인데요. 소규모 연구나 소수의 임상시험만으로도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학계에서 과학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연구, 혹은 다양한 연구를 비교 분석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닥터에비던스는 제가 의사로서 전성분을 직접 배합하며 주성분, 부성분, 그리고 부형제 하나까지도 모두 확인을 거치고 있습니다. 또한 총체적인 분석과 반대되는 연구까지 모두 살펴 과학적으로 근거가 쌓인 성분만으로 제품화하는 중입니다. 명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확신이 있을 때만 결과로 보여주는 거죠. 이로 인해 연구개발 자체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타사보다 상품 가짓수도 현저히 적은 편입니다. 당연히 매출과 수익에도 불리한 구조이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 근거 있게 이바지하고자 이 일을 시작했기에 이 기준을 쭉 유지할 계획입니다.”
닥터에비던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우수건강기능식품 제조기준인 GMP 인증 시설에서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중 안전성 검사 체계를 갖춰 원재료 대상으로 한 번, 성분 배합 후 2차 중금속·미생물 검사까지, 의무 검사 외 별도 검사까지 추가로 한다. 이렇게 탄생한 ‘근거기반’ 건강기능식품들은 안전함과 탄탄한 신뢰성으로 조금씩 입소문이 퍼져가는 중이다.
한 가지 특이한 건 판매루트가 그리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닥터에비던스는 자체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판매 전 고객 상담뿐만 아니라, 판매 후 의학 지식이 필요한 문의 건에 대해서 의사가 직접 답변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상담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 채널 확장에 주력하지 않는 것이 목표다.
◇ 대중에게 올바른 의학 정보 전달하는 것이 목표
건강을 향한 노력은 제품에만 담지 않았다. 친환경 박스를 이용해 환경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패키지는 사탕수수 섬유 100%로 만들어졌다. 비닐 코팅을 하지 않아 1~3개월 만에 생분해된다. “코팅을 따로 하지 않아 제품 박스 색상이 또렷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판매에는 불리할지언정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유익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희 박스가 조금은 수수할지라도, 저는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몸이 10개라도 모자라다’는 건 김연휘 의사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평일 낮에는 회사 업무를 하다 보니, 주로 저녁이나 새벽 시간이 되어서야 콘텐츠 제작과 논문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작업은 주말로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라 개인 시간도 없다.
심지어 대학원생 시절부터는 틈틈이 저서도 출판해왔다. 미출판 도서 1권까지 모두 합하면 벌써 22권의 의학 저서를 펴냈다. 저서 출간부터 유튜브 채널 운영, 그리고 사업까지.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즐거운 마음이 먼저 생긴다.
- 쉴 틈 없이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어릴 적 판자촌에 살 정도로 집이 어려웠습니다. 한 번은 마을에 불이 나 집이 몽땅 타버린 기억도 나고요. 고등학교 때는 누군가 버린 문제집을 주워서 공부하기도 했고,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시험을 준비할 때는 경제 사정상 준비기간이 길 수 없었습니다. 매일 하루의 21시간을 꼬박 채워서 공부하는 게 제가 할 수 수 있는 일이었죠. 어느 정도 굴곡이 있는 삶이라서 그런지 힘듦에 대한 내성이 다소 강해진 듯 합니다. 무언가를 원동력으로 삼기보다는 매사에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잘못 알려진 무수한 의학 정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김연휘 의사는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건강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Evidence Based Medicine(근거 중심 의학)’을 최우선으로 삼으면서, 최대한 많은 분께 정확한 의학 정보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