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레바논 교민들 “밤낮 폭탄 떨어져 무서워…무사히 와 감사”

권혁철 기자 2024. 10. 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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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사일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밤에 폭탄이 떨어져 집이 흔들리기도 해서 잠도 못 잤고 너무 무서웠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감사하다."

이스라엘군이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이 벌어지는 레바논에 체류하던 국민 96명과 레바논인 가족 1명은 5일 군 수송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와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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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레바논 체류 국민 96명과 레바논인 가족 1명 군 수송기로 한국 도착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는 레바논에서 군 수송기편으로 귀국한 교민들이 5일 오후 서울공항에 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레바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사일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밤에 폭탄이 떨어져 집이 흔들리기도 해서 잠도 못 잤고 너무 무서웠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감사하다.”

이스라엘군이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이 벌어지는 레바논에 체류하던 국민 96명과 레바논인 가족 1명은 5일 군 수송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와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을 태운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이날 낮 12시50분쯤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했고, 오후 1시5분쯤 4·6살 딸의 손을 꼭 잡은 김서경(39)씨가 먼저 내렸다. 김씨의 딸들은 “군인님들 감사합니다”는 글과 그림이 적힌 에이(A)4 용지를 들고 나왔다.

김씨는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레바논에서 한국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다행이다. 폭발로 집이 흔들리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였다”고 현지 상황이 무척 위험하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에서 수송기를 보내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게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이국희(31)씨는 “집 근처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내, 딸과 함께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갑자기 일이 벌어져 오고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이번 주 수요일에 군용기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대사관에서도 많이 도와 줬다”고 말했다. 레바논에서 시리아 난민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는 이씨는 “레바논은 늘 위험한 곳이다보니 무슨 일이 생겨도 자연스럽게 대처하는데, 지금 상황은 다르다.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주변에서 오히려 저보고 빨리 나가라고 걱정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생활이 레바논에 있다보니 한국이 돌아오면 아무 것도 없다. 그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양희(70)씨는 “눈물이 난다. 밤마다 폭탄이 떨어지는 곳에서 이렇게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무사히 올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공군과 외교부 신속대응팀은 4일 약 16시간 동안의 비행을 통해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해, 교민들을 무사히 인솔하여 대한민국으로 향했다. 사진은 베이루트 공항에서 ‘사랑해요 군인님 우리는 괜찮아요 우리를 구해주러 와서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손편지를 건내며 공군 항공특수통제사(CCT)와 기념촬영하고 있는 교민 자녀들. 국방부 제공

외교부 신속대응팀 단장을 맡은 이재용 심의관은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하는 우리 국민들을 맞이하려고 공항 밖으로 나갔는데, 우리 국민이 탄 버스 뒷편, 공항과 멀지 않은 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공군, 현지 대사관 직원들이 헌신적이고 아주 조화롭게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레바논에서 철수한 교민 중 30% 이상이 미성년자인데 우리가 철수를 지원했던 사람 중에 굉장히 어린, 젊은 국민들이 많이 있어서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교민 철수작전에 투입된 시그너스는 지난 3일 김해공항을 출발해 4일(현지 시각) 오전 베이루트에 도착한 뒤 교민들을 태우고 당일 오후 귀환길에 올랐고, 서울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38시간이 걸렸다.

시그너스 조종사 박성태 소령은 “재외 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뜻깊게 생각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제 평화 유지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라면 그 어떤 순간에도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태세와 능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줘 고맙다. 정말 고생했고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레바논 교민 철수 임무를 수행한 공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날 서울공항에는 김선호 국방부 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등이 레바논 교민을 맞으러 나왔고, 서울공항 근무 공군 장병들은 ‘우리 국민들의 안전 귀국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이들을 환영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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