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전 업계의 애플'이 10%대로 추락한 다이슨, 과연 무엇이 문제였나?

다이슨은 2017년 한국 무선청소기 시장에 본격 진출한 후 순식간에 80% 이상의 점유율을 장악했다. 100만 원을 훨씬 넘는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다이슨을 프리미엄의 상징으로 추앙했으며, 다이슨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계급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4년 현재 다이슨의 시장 점유율은 불과 10%대로 추락했으며,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나 급락했다. 시장을 거의 독점하던 브랜드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완전히 잠식당한 이 급격한 몰락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 AS 서비스의 오만함이 신뢰를 무너뜨리다
다이슨의 한국 시장 위기의 첫 번째 계기는 애프터서비스(AS)다. 높은 가격대만큼 우수한 서비스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극도로 불편한 수리 경험을 맞닥뜨렸다. 전국 서비스센터가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부품 수급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리에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수리비용이었다. 제품 가격의 70%에 달하는 수리비를 청구하는 오만한 태도는 결국 소비자들의 집단적 분노로 이어졌다.
2023년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다이슨 관련 불만은 86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으며, 이 중 AS 불만이 53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높은 가격을 지불한 만큼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싶었던 프리미엄 소비자의 신뢰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다이슨은 2023년 11월 뒤늦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72시간 수리 보증, 보증기간 내 무상수리 등의 AS 정책을 개선했지만, 이미 소비자들이 경쟁사로 옮겨간 후였다.
>> 경쟁사의 혁신적 대응에 밀려나다
다이슨의 위기를 가속화한 두 번째 요인은 경쟁사의 기술력 향상이다. 2018년 중반부터 LG전자가 한국 소비자의 생활 문화를 고려한 무선청소기를 본격 출시하기 시작했고, 특히 2021년 6월 코드제로 A9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LG는 물걸레 기능을 추가하며 출시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무선청소기 시장을 양분하게 되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과 생활 패턴을 정확히 파악한 제품을 공격적으로 출시했다. 배터리 2개 제공으로 사용 시간을 늘리고, AS를 편리하게 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이들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더 실용적인 선택지로 평가받았다. 한편 다이슨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취해 높은 가격표에만 혁신 비용을 얹어왔다.
>> 혁신의 동력을 상실한 다이슨
더욱 치명적인 것은 다이슨의 혁신 실패다. 2017년을 기점으로 다이슨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혁신 엔진을 완전히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기차 프로젝트 실패 이후 다이슨이 보여준 행보는 실망감 그 자체였다. 새로운 기술로 세상을 놀라게 할 대신 기존 제품의 색깔만 바꾸는 색깔 놀이, 한정판 마케팅, 미세한 흡입력 사양 업그레이드에만 치중했다. 모터 기술의 평준화로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좁혀졌는데도 다이슨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취해 가격으로만 차별성을 유지하려 했던 것이다.

이 차트에서 보듯 다이슨의 점유율은 2017년 85%의 정점에서 2018년 60%, 2019년 45%로 급락했다. 특히 2020년 이후로는 10~20% 수준으로 완전히 초라해졌다. 모터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다이슨만의 기술 우위가 사라지자, 높은 가격만 남게 되었고 이는 곧 경쟁력 상실로 이어졌다.
>> 구조 조정으로 내부 역량도 약화
한국에서의 위기는 다이슨의 내부 조직 역량도 약화시켰다. 실적 부진에 따른 구조 조정은 단순히 인원 감축에 그치지 않았다. 다이슨의 핵심이었던 제품 혁신과 개발 역량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 약화로까지 이어졌다. 수십 년 동안 유지해온 프리미엄 기술 집단이라는 자부심이 비용 절감에만 급급한 일반적인 대기업으로 변질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뷰티 가전 시장에서도 힘을 잃다
다이슨이 수익성을 유지해온 또 다른 축이 뷰티 가전이었다. 2016년 출시한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로 시작해 2018년 후반 에어랩 스타일러, 2023년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까지 헤어 케어 가전 시장에서 가전 기업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한때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이자 원어(願欲)였던 에어랩은 수십만 원의 고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불티하게 팔렸다.
그러나 이 마지막 보루마저 흔들리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뷰티 가전 판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특히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 급락했다. 무선청소기 시장에서의 패배로 브랜드 신뢰가 한 번 깨진 소비자들이 다이슨의 다른 제품까지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높은 가격대를 정당화할 만한 이유가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 늦은 대응이 낳은 악순환
다이슨은 무선청소기만으로 제국을 유지할 수 없다는 공포 속에 급하게 물걸레 청소기인 워시를 출시했다. 그 와중에 뷰티 가전인 에어랩의 모든 마케팅 역량을 집중시켰지만, 이는 근본적인 위기 극복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정식 지사 설립과 서비스망 확충을 이루어낸 다이슨의 늦은 반격도 소비자 신뢰 회복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국내 소비자층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옮겨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2024년 다이슨코리아의 재무 상태는 심각한 상황을 반영한다. 부채비율이 350%에 달하고, 자본금의 18.8배에 이르는 유동부채가 존재하며, 부채의 28%에 불과한 이익잉여금은 재무적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반품 및 품질보증비용 보전액도 전년 대비 31.9% 감소했지만, 이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 아닌 단순한 매출 감소의 결과일 뿐이다.
>> 다이슨의 몰락이 시장에 남긴 교훈
다이슨의 이야기는 프리미엄 브랜드도 소비자 신뢰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높은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고가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와 책임감 있는 기업 태도를 기대한다. AS 부실로 시작된 신뢰의 붕괴는 제품의 가치 자체까지 폄하했으며, 경쟁사의 혁신적 대응에 밀려난 다이슨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다이슨을 괴롭힌 가장 큰 경고음이 다이슨 자신의 오만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무선청소기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서 신기술의 대가라며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고,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태도가 결국 시장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2025년 현재 다이슨이 한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과거 영광의 그림자일 뿐이며, 업계는 이 몰락을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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