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끝은, 10월의 또 다른 시작이다.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12팀들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고 자웅을 겨룬다. 살아남은 강팀들의 '극한 경쟁'이 펼쳐진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다저스와 양키스, 보스턴 같은 팀들이 자존심을 지켰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이 세 팀은 2021년 이후 4년 만에 함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다. 우승과 인연이 깊었던 이 세 팀이 출격하는 가운데, 시애틀과 밀워키, 샌디에이고는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신시내티도 162경기 체제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려 10년 만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아메리칸리그 6팀들의 특이사항을 살펴봤다(순서는 포스트시즌 시드 순위).
1. 토론토 블루제이스 (동부 1위)
토론토는 2015년 이후 10년 만에 AL 동부지구를 제패했다. 양키스와 시즌 성적은 같지만,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8승5패). 덕분에 양키스와 보스턴 와일드카드 시리즈 승자가 나올 때까지 한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토론토는 팀 타율 전체 1위다(.265). 타선의 콘택트 비중이 80.5%로 가장 높다(2위 캔자스시티 80.1%). 공을 맞혀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공격에서 좋은 변수를 창출하려면 일단 공을 맞힐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토론토는 유리하다.

타선과 달리 마운드는 불안요소다. 1선발 케빈 가우스먼을 제외하면 믿고 내세울 수 있는 투수가 부족하다. 크리스 배싯과 호세 베리오스, 셰인 비버 등 양적으로는 충분하지만, 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마무리 제프 호프먼도 든든함하고 거리가 멀었다. 9이닝 당 피홈런 수가 1.99개로 위험했다. 존 슈나이더 감독의 투수 운영이 흔들림없이 이뤄져야 한다.
2. 시애틀 매리너스 (서부 1위)
늘 공격 때문에 발목을 잡혔지만, 9월에는 팀 득점 1위였다(139득점). 칼 랄리와 훌리오 로드리게스 쌍두마차가 타선을 진두지휘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조시 네일러와 에유헤니오 수아레스도 펀치력을 보여줬다.
로건 길버트와 루이스 카스티요, 조지 커비 등이 구성하는 선발진도 강점이다. 올해 팀에서 가장 꾸준했던 브라이언 우가 흉근 부상이지만, 디비전시리즈 직행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은 벌었다. 안드레스 무뇨스와 맷 브래시가 버티는 불펜도 빼어나다.
<팬그래프>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 순위
20.1 - 시애틀
16.2 - 필라델피아
16.1 - 다저스
10.1 - 양키스
<팬그래프>는 시애틀의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을 가장 높게 예측했다. 시애틀은 월드시리즈에 올라간 적이 없는 유일한 팀이다. 올해는 이 흑역사를 지워야 한다.
3. 클리블랜드 가디언즈 (중부 1위)
7월9일, 클리블랜드는 지구 선두 디트로이트와 15경기 반 차이가 났다. 하지만 이후 엄청난 질주로 이 격차를 뒤집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사례다(1914년 보스턴 브레이브스가 15경기 차이를 이겨내고 리그 우승을 한 적이 있다).

원동력은 마운드였다. 9월 팀 ERA 2.61은 전체 1위였다. 같은 기간 2점대 평균자책점 팀은 클리블랜드뿐이다(2위 피츠버그 3.07). 그만큼 차원이 달랐다. 개빈 윌리엄스와 태너 바이비를 필두로 한 선발진, 케이드 스미스와 헌터 개디스가 짝을 이룬 불펜진 모두 굳건했다.
타격은 물음표다. 정규시즌 팀 타율 .226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역대 모든 팀을 통틀어 가장 낮은 기록이다(1906년 화이트삭스 & 2022년 시애틀 .230). 호세 라미레스와 카일 만자르도를 제외하면 리그 평균을 넘어서는 타자가 없었다. 9월에 성적을 끌어올린 보 네일러와 C J 케이퍼스도 갈수록 페이스가 떨어졌다.
클리블랜드의 정규시즌 공격력은 너무 참담했다. 하지만 오기로 똘똘 뭉쳐 지구 우승을 일궈냈다. 가을엔 미친 선수가 나와야 된다고 했던가. 어쩌면 미친 팀이 나올 수도 있다.
4. 뉴욕 양키스 (와일드카드 1위)
단기전은 홈런이 경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키스는 팀 홈런 274개로 전체 1위다. 53홈런을 친 애런 저지뿐만 아니라 트렌트 그리샴(34홈런) 재즈 치즘 주니어(31홈런) 등 20홈런 타자만 7명이다. 앤서니 볼피도 19홈런을 때려낸 양키스는 타순에 상관없이 홈런이 쏟아진다. 상대 투수 입장에선 계속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맥스 프리드와 카를로스 로돈은 최고의 원투펀치였다. 7월에 긴급 수혈된 캠 슈리틀러도 무시무시한 구위를 뽐냈다. 포심 평균 구속이 98마일이었다(피안타율 .176).
데이빗 베드나가 가세한 불펜은 여전히 위태위태하다. 데빈 윌리엄스와 루크 위버는 세부지표는 준수했지만, 결과적으론 아쉬웠다. 8월 이후 불펜 ERA 4.74는 전체 5번째로 나빴고, 포스트시즌 진출 팀들 중에선 가장 좋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보스턴을 만나는 것도 반갑지 않다. 올해 맞대결에서 4승9패로 밀렸다. 타선의 폭발로 넉넉한 경기가 필요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접전은 피할 수 없다. 시한폭탄이 된 유격수 볼피의 수비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5. 보스턴 레드삭스 (와일드카드 2위)
포스트시즌은 초특급 에이스들이 두각을 드러낸다. 올해 18승5패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한 개럿 크로셰가 가을에 어떤 투수일지 기대된다. 크로셰는 작년에 부족했던 체력을 보강하면서 200이닝 200삼진 투수로 올라섰다(205.1이닝 255삼진).
불펜은 구위형 투수로 채운 효과가 있다. 지난해 포심/싱커 구속이 떨어졌는데, 올해는 평균 95.4마일로 이 부문 3위에 해당했다(1위 샌디에이고 95.8마일, 2위 콜로라도 95.6마일). 2016년 컵스, 2023년 텍사스에서 우승 반지를 획득한 아롤디스 채프먼이 세월을 잊은 활약이다(32세이브 1.17). 37세 채프먼은 블론은 단 두 번밖에 범하지 않았다.

타선은 로만 앤서니가 사근 부상으로 빠진 후 공격력이 약해졌다. 앤서니는 아직 복귀가 미정이다. 상대 투수에 따라 타선을 바꾸는 코라 감독의 용병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보스턴은 최다 실책 팀이다(116실책). 실책 19개를 저지른 유격수 스토리의 수비력이 심각하다(DRS -7 & OAA -10). 공교롭게도 와일드카드 시리즈 상대 양키스 유격수 볼피도 수비가 불안하다. 실책으로 자충수를 두는 장면들이 연출될 수 있다.
*DRS(Defensive Runs Saved) : 수비 실점 방지 기여
*OAA(Outs Above Average) :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6.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와일드카드 3위)
클리블랜드의 지구 우승은 디트로이트의 추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9월 7승17패로 승률이 .292에 그쳤다. 9월 한 달 동안 스쿠벌만 분투했고,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고전했다. 스쿠벌의 성적을 뺀 나머지 선발진의 도합 평균자책점은 5.66(84.1이닝 53자책)이었다.
올해 디트로이트는 라일리 그린과 스펜서 토컬슨이 30홈런 타자로 도약했다(그린 36홈런, 토컬슨 31홈런). 두 선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홈런 파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두 선수 역시 시즌 마무리는 아쉬웠다. 그린은 9월 타율 .195, 타석 당 삼진율도 32.3%였다.
팀 타석 당 삼진율 최다
27.1 - 에인절스
25.9 - 콜로라도
24.2 - 볼티모어
23.9 - 디트로이트
포스트시즌은 투수들이 더 까다로운 공을 던진다. 유인구 비중이 늘어나기 때문에 삼진을 많이 당하는 팀은 불리하다. 심지어 디트로이트는 중심 타자들의 삼진율이 높은 편이다.
힌치 감독은 포스트시즌 통산 승률이 .561(32승25패)다.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도 특유의 유연성으로 잘 헤쳐나갔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보다 감독 역량이 중요해진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면 반전은 없을 것이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