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 뮬란?' 더한 국뽕이 나타났다
'뮬란'
영어로 된 영화지만
중국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할리우드발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 '라이언킹'을 이을 디즈니 라이브 액션이라는 영화계의 기대가 무색하게 코로나와 유역비의 정치적 발언 때문에 개봉도 훨씬 전부터 곤욕을 치렀다.
유역비는 지난해 8월,
홍콩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홍콩 경찰을 지지 목소리를 냈다.
많은 이들이 유역비의 발언은 중국에서의 '뮬란' 흥행을 놓칠 수 없었던, 또 자국인 중국에서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유역비의 선택이었다고 짐작했다.
그렇다면 유역비, 그리고 디즈니가 노렸을
'뮬란'의 중국 흥행은 성공적일까?
'뮬란'은 지난 4일 북미 시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월트디즈니가 택한 '뮬란'의 판로는 OTT 서비스인 디즈니+. 스크린에 걸리지 못했지만 스트리밍 성적은 나쁘지 않다고.
국내에서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극장가를 찾는 발길이 준 데다, 유역비의 발언 및 '뮬란'의 촬영지가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이 자행된 신장위구르자치구라는 점 등으로 국내 영화팬 사이에서 개봉 전 불매운동 조짐이 일고 있다.
주인공과 제작진의 정치적 입장을 배제한다고 해도, 실사화된 '뮬란'은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원작 속 용 캐릭터인 무슈는 어떤 특수효과로 실사화될지, '뮬란' 속 뮤지컬 넘버는 어떻게 재해석됐을지, 웅장한 전투신은 어떤 모습으로 구현해냈을지 등 디즈니 팬들의 기대가 이어졌지만,
정작 영화에는 무슈도 없고, 노래도 없고, 웅장하고 화려한 액션만 있어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기대한 디즈니 팬들에게는 다소 생뚱맞은 변신이다.
그렇다면 유역비가, 그리고 '뮬란' 제작 과정을 중국 정부와 함께 하다시피 했다는 디즈니 측이 노린 중국 흥행 성적, 실상은...
뜨뜻미지근.
개봉 5일째인 9월 15일 현재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뮬란'의 누적 매출은 1억 7천 457만 위안. 중국에서 중박작으로 평가되는 영화들의 오프닝 수준이다.
물론 1위도 아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으니 코로나 핑계를 대기도 애매하다.
1위는 코로나 사태와 홍수로 흉흉한 민심을 달래주는 '국뽕 영화'인 '팔백'(八佰, 바바이)가 애국테크를 타고 26일째 순항 중이다. 26억 위안을 훌쩍 넘어섰다.
'팔백'의 스크린 점유율은 '뮬란'(32.04%)보다 낮지만(29.51%) 매출 점유율은 46.88%로 뮬란의 23.71%을 훨씬 웃돈다.
중국인의 감성을 건드리는 설화보다, 중국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초대형 블록버스터(항일 전쟁 당시 대만 국민당의 활약을 그린 영화)가 주효했다. 국뽕과 국뽕의 대결에서 '뮬란'이 졌다.
"싸우는 게 숙명"이라고 호언은 했지만, 아버지를 대신해 전장에 나간 뮬란이 초인적 뒷심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결과가 뒤집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