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5천만원 빚내서 카페 창업했다가 폐업한 이야기
25살, 덜컥 카페를 시작하다
평소 자주 가던 카페 사장님이 개인 사정으로 가게를 내놓는다고, 단골인 저에게 싸게 넘기겠다고 하더라구요. 대학원도 취업도 불분명한 상황, 어머니께서 5000만원을 대출해 주셔서 시작했죠. 이런 마음이었어요.
" 돈이나 벌자. 장사가 안 돼 봐야 얼마나 안되겠어?"
이렇게 시작했는데 오픈하고 하루 매출이 2만원대가 겨우 나오더니, 오픈한 지 2주째 되던 날 매출 0원을 찍었어요. 매일 출근할 때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었어요.
매출 0원을 기점으로 제가 변했어요. 아무리 부족하고 잘 몰라도 0원은 아니지 않나. 오기가 생겼죠. 저희가 그 상권에서 유일하게 2층에 있는 카페였어요. " 언젠가는 1층카페 사장들이 다 우리를 부러워하게 만들 거야" 다짐했죠.
당찬 포부, 그리고 현실은..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구요. 아는 게 없으니 뭔가 배워야겠다 싶었죠. 출근길에 구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최대로 빌렸어요. 카페 창업, 외식업 창업, 경영 관련 책을 빌려왔죠. 어차피 손님이 없으니까 가게 열자마자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었어요.
도서관 책이니까 밑줄을 긋거네 메모는 할 수 없잖아요. 노트를 펴 놓고 필사하고 형광펜 줄도 치고 하면서 1~2달을 계속 공부했죠. 그 당시까지 출판돼 있던 카페 창업서는 다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뭔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쉽고도 어려운 질문,
'카페란 무엇인가?'
보통 사람들은 카페가 커피 마시는 곳이라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카페는 음료가 아닌 공간을 파는 곳이예요.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몇 시간씩 있을 공간을 찾아 카페로 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 이 카페가 어떤 공간이어야 한다'는 철학이 필요한 거예요.
사람마다 다양한 카페를 원할 수 있어요.
-에어컨이 하루종일 빵빵해서 시원한 공간,
-소개팅하기 좋게 조용하고 분위기있는 공간,
-친구를 만나기 좋게 사진 잘 나오는 공간,
-오래 머무르기 좋게 넓고 눈치 안 보이는 공간 등,
내 카페는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이게 카페의 컨셉이고 가장 중요한 거예요. 매출이 안 나온다면 이것부터 고민해야 됩니다.
바른 방향으로 묵묵히 가면
언젠가 터진다
2층 카페까지 오려면 뭔가 올라와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20대 여성이 SNS에 자랑하고 싶을 만큼 예쁜 인테리어 카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시장에 다니면서 가구도 사 오고, 천을 떼서 커튼도 직접 만들었죠. 메뉴 개발과 플레이팅도 열심히 고민했죠. 여기에만 있는 메뉴, 사진 찍었을 때 예쁘게 나오는 배치 같은 것까지.
뭘 한다고 해서 손님이 바로 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만 할 생각도 없었죠. 블로그로는 체험단을 받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키우면서 활발하게 소통했어요. 손님들이 오시면 포인트 적립을 해드리면서 이름을 외웠죠. 제가 좋아하는 원두가 아닌, 많은 손님이 좋아하는 무난한 원두를 선택했어요.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매출이 늘더라구요. 점점 월매출이 200만, 300만, 400만을 넘어섰어요. 일 매출은 최고 140만원까지 찍어봤구요, 순이익은 월 최대 700만원까지 찍게 됐어요. 물론 매번 그랬다는 건 아니죠. 하지만 주변 카페들이 부러워하는 카페가 된다는 목표를 달성했어요.
다른 길이 막혀서 시작한 자영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카페 사장 이세잎만 남고
개인 이세잎은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카페나 해볼까' 하고
쉽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미 시작하신 분들은
분명 더 잘 될 수 있는 길이 있어요.
저한테는 공부가 변화의 출발이었어요.
카페가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길을 가고 싶으신 분들은
꼭 잘 준비해서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