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C급 영화감독의 신작은 놀란도 놀랄 '인천스텔라'다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인천스텔라> GV 현장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최근 KBS 라디오 <정은지의 가요광장>에서 토요일 게스트로, 매주 한 번 '승기로운 영화생활'에 출연 중인 백승기 감독은 자칭타칭 '부천의 총아'(혹은 '칸의 총아'인 자비에 돌란 감독에서 따온 '자비에 놀란')로 불리고 있다. 그가 연출한 모든 장편 작품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초청을 받았기 때문.

공포, 스릴러, SF 등 다양한 장르 영화의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이 영화제에서 그의 작품들은 'B급'도 아닌 'C급 영화'로 분류됐다. 백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꾸러기 스튜디오'를 차려, 단편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왔으며, 계속해서 장편 영화를 만들어갔다.

첫 번째 장편 작품인 <숫호구>(2012년)는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아바타' 패러디를 통해 보여줬고, 두 번째 장편 작품인 <시발, 놈: 인류의 시작>(2015년)은 장 자크 아노 감독의 <불을 찾아서>(1981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일종의 'C급 코미디 대서사시'였다.

세 번째 장편 작품인 <오늘도 평화로운>(2018년)은 본인이 직접 당한 '중고나라' 사기를 모티브로 해 만든 코믹 액션 영화였다. 자신의 경험담이나, 인생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그의 작품은 "이것도 영화라고 만들었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 결과물 자체만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출처: 영화 <인천스텔라>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영화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고, 끝내 작품을 완수해간다는 그 모습(영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그 결과물 자체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의 장편 세 작품은 모두 정식으로 극장 개봉까지 이뤄졌다)에 인간적인 면에 찬사를 보냈기 때문.

그의 신작, <인천스텔라>(2020년)는 최초로 부천 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경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 됐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단순히 '영화제 초청'만 된 것이었다면, 이번엔 '작품상'을 두고 '수상 경쟁'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백승기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인천스텔라>의 시작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년)가 나오기 이전부터였다고 한다. 우주와 관련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했던 상황에서, <인터스텔라>를 본 후, 하필 생각한 내용이 비슷하게 먼저 나와 망했다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도, <시발, 놈: 인류의 시작> 당시 백 감독은 에디터와의 인터뷰 중 쿠키 영상에서 나오는 우주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고, 자신이 갖던 이야기를 정면돌파로 풀어내기로 했다. 물론, 그 사이에 '중고나라' 사기를 당한 덕분에 <오늘도 평화로운>이 더 빨리 나오게 됐지만.
영화 <인천스텔라>의 제목은 매우 중의적인 표현으로 사용됐다. 먼저, '인천'은 작품의 주요 촬영지인 도시 '인천'을 의미하는 한자, '어질 인', '내 천'(仁川)이 아닌 '사람 인', '하늘 천'(人天)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스텔라'는 별을 의미하는 '스텔라'에서 따온 것이면서, 동시에 주인공들이 우주를 여행하기 위해 타고 가는 세단 '스텔라'(1980년대를 풍미한 그 차가 맞다)를 상징한다.

그러니까, 사람이 하늘의 별이라는 의미도 있으며, 사람이 '스텔라'를 타고 우주로 가는 이야기라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된 것. 심지어 SF 영화이기에, <인천스텔라>는 그의 영화 중 가장 많은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인천스텔라>는 인천영상위원회에서 '인천 배경 저예산영화 제작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5천만 원의 지원을 받아, 촬영 이후에 이뤄진 후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당시 심의 총평은 다음과 같다.

"제목부터 <인천스텔라>여서 그의 변함없는 재기발랄함을 엿볼 수 있을뿐더러, 그 스스로 스타일과 내용 면에서 이전 작들로부터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작품이라 신뢰성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한국 독립영화계 내부로 한정해도 독보적인 길을 걸어온 감독인 만큼 단순한 '화제성'과 '희소성'으로 주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심의 총평에도 드러나듯이, <인천스텔라>는 백승기 감독의 팬이라면 기대했을 특유의 유머가 줄어들고, 초장부터 한국상업영화에선 '악의 축'처럼 보일 '신파 요소'를 잔뜩 쏟아붓는 연출에 당황할 수도 있을 정도다.

영화는 'NASA' 로고에 N만 파란색으로 칠해서 지워버린 'ASA'(아시아 항공 우주국, Asia Space Administration/여담으로, ASA 건물은 '월미전망대'다) 탐사대원 '기동'(손이용)의 아내이자, 동료인 '선호'(권수진)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ASA'를 떠나 홀로 딸 '규진'(강소연)을 키우던 '기동'은 어느 날, 다른 차원에서 나타나는 '선호'를 만나는 경험을 한다.

이후, 'ASA'로 돌아가 '선호'가 남긴 설계도를 통해, 비밀리에 만들어진 '인천스텔라'에 탑승한다. '선호'가 신호를 듣는 대목은 마치 조디 포스터의 <콘택트>(1997년) 장면을 연상케 해준다.
이후, 작품을 전개하면서, 영화는 사랑하는 딸과 연인을 두고 우주로 간 아버지와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보여준 <아마겟돈>(1998년)이나, '감자'를 먹는 <마션>(2015년), 비석 대신 상자를 보여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 <캡틴 마블>(2019년)을 연상케 하는 장면(심지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감독의 오마주가 들어간 것이 맞다)을 대거 수록한다.

아무리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영화엔 백승기 감독의 C급 포인트가 살아 있었다. 감독의 전작 포스터가 살짝 노출되거나, 유튜브 검색에 나오는 몇몇 백승기 감독의 작품 관련 영상, <인터스텔라>의 최고 명장면인 'STAY'을 패러디할 때 나오는 백 감독의 책 <서른 살에 처음 시작하는 영화 만들기>(2010년)가 등장하기도 한다. 감독 본인도 극장 장면에서 카메오 출연한다.

심지어 제작비 마련을 위해, 대놓고 'PPL'을 배우들의 연기나, '입금 완료' 배경음과 함께 넣어주는 기발한 시도를 펼치기도 한다. 대자본이 들어간 영화와는 완성도 면에서 분명 차이가 있으나, 단순한 패러디가 아닌 본인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로 극을 완성한 시도엔 박수를 보낸다.

2020/07/11 CGV 소풍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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