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1조 보유한 ‘수퍼 개미’ 형인우, 8월 증시 폭락 때 1400억어치 매도

김남희 기자 2024. 10. 3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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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증시 폭락 다음 날 알테오젠 50만 주 매도
“현금 유동성 확보”…일각선 폭락장 여파 추정
카카오 김범수 처남…남은 250만 주 평가액 9475억

7월 말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 보유 지분 가치가 1조 원에 육박했던 ‘수퍼 개미’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가 8월 5일 증시 폭락 다음 날 1385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의 처남이다. 투자업계 일각에선 형 대표가 해당 주식을 수익 실현 차원에서 매각한 것이 아니라 증시 폭락 여파로 불가피하게 처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 /스마트앤그로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장 마감 후 형인우 대표는 8월 6일 알테오젠 주식 50만 주를 주당 27만6949원에 장내 매도했다고 보고했다. 기존 보유 주식(300만 주, 지분율 5.6%)의 17% 물량을 매도한 것으로, 총 매도액은 1385억 원 상당이다. 형 대표는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매도”라고 주식 처분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형 대표가 보유한 알테오젠 주식은 300만 주에서 250만 주(지분율 4.69%)로 줄었다. 보유 지분이 5% 아래로 내려가면서 변동 공시 의무가 발생해 해당 지분 매도 사실을 공개해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업계 일각에선 형 대표가 해당 주식을 어쩔 수 없이 매각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7월 30일 알테오젠 주가는 32만500원(종가)까지 오르며 당시 기준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투자 이익 실현을 위해서였다면 1조 원 가치의 주식을 장기 보유해온 사람이 굳이 그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형 대표의 주식 매도를 매도일 전날의 증시 폭락 상황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다.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인한 반대매매(담보 주식을 강제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 대응 과정에서 담보 주식의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 매각했거나 반대매매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8월 5일 국내 증시는 코스피 선·현물, 코스닥 선·현물이 모두 폭락하며 역대 최악의 날을 겪었다. 하루 뒤인 6일 삼성증권 창구를 통해 알테오젠 매도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당일 알테오젠 주가는 장 초반 10% 넘게 반등했으나 낮 12시 전후로 삼성증권 창구에서 매도 폭탄이 터지며 누적 순매도량이 51만 주를 넘어섰다.

당시 파생상품 증거금 부족으로 인한 반대매매 청산으로 추정된다는 설이 무성했다. 공교롭게 형 대표가 8월 6일 50만 주를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삼성증권을 통해 나왔던 매도 물량이 형 대표 보유 주식이었을 것이란 추정이 제기되는 것이다. 형 대표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고 밝힌 점도 이런 추측에 무게를 싣는다. 이런 추측에 대한 형 대표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1972년생인 형 대표는 개발자 출신으로 삼성SDS, 한게임, 네이버, 한게임재팬을 거쳤다. 이어 카카오 이사와 김범수 의장의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 대표를 지냈다. 2011년부터 투자사 스마트앤그로스를 설립해 여러 회사에 투자했다.

형 대표는 알테오젠 창업자 박순재 대표에 이어 2대주주다. 형 대표의 알테오젠 투자는 2020년 5월 25일 지분 4.79%(특별관계자 염혜윤씨와 스마트앤그로스 포함 5.04%)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하며 처음 알려졌다. 형 대표는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높였고 지분율이 5%(특별관계자 포함)를 넘어서면서 공시 의무가 생겼다. 당시 주가(20만3200원) 기준 단독 보유 주식 평가액은 1373억 원 수준이었다. 이후 형 대표는 2021년 4월과 2022년 11월 알테오젠의 두 차례 무상증자 때 무상 신주 130만5000주를 취득하고 추가로 장내 매수하면서 이번 지분 매각 공시 전까지 2년 가까이 줄곧 300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형 대표의 지분 일부 매각 후 알테오젠 주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해 에코프로비엠을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30일(종가 37만9000원) 기준 그가 보유한 250만 주의 평가 가치는 9475억 원에 달한다. 현재 형 대표의 아내 염혜윤씨는 알테오젠 주식 10만8000주(지분 0.20%), 스마트앤그로스는 5만4000주(지분 0.10%)를 보유하고 있다. 형 대표는 그간 스마트앤그로스 블로그를 통해 알테오젠 IR(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 자료 등을 공유하며 소통해왔다.

형 대표는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는 코스닥 상장사 에브리봇의 주주이기도 하다. 상반기 말 기준 형 대표가 에브리봇 지분 6.54%(79만7040주), 스마트앤그로스가 7.26%(88만56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 한국바이오투자파트너스 등에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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