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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러 갈래?"란 말, 언제 다시 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6. 29. 11: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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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에 2000원. 40년 전 얘기가 아니라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코로나19발 불황의 그림자가 쉽게 걷히지 않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6월 4일부터 3주 간 목금토일 입장료 6000원 할인권을 배포하는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다. 캠페인을 시작한 6월 4일만 해도 전일 대비 관객수가 두 배 가까이 느는 등 시장의 반응이 좋자 캠페인을 한 주 더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유희(遊戲)의 무덤이다. 노래방, 술집 등은 물론이고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영화만 보는 영화관도 직격탄을 맞았다. 관객수가 줄어들며 자연스레 직원수도 줄였다. 촬영 자체를 중단된 작품은 물론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영화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영화 산업에 언제쯤 다시, 봄이 올 수 있을까.


꺼져가는 극장의 불빛.. 투자-제작-배급 밸류체인 붕괴

지난 3월 한국영화감독협회는 “극장의 불빛이 꺼져가고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긴급성명서를 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한국 영화계의 긴급 재난 지원을 실행해야 하고, 일시 해고됐거나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영화인의 고용 지원금을 즉시 지급해야 한다”며 호소했다.

지난해 한국 영화시장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신드롬을 일으켰고, 영화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서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간 극장 관객 역시 작년에 비해 1000만 명을 넘기며 OTT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영화 플랫폼인 극장의 쇄신이 기대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관 이용률이 급감하며 극장의 불빛에 이어 영화산업의 불빛도 꺼져갈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한국 영화산업은 관객이 극장에서 지불한 ‘표값’으로 견인되어 왔기 때문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매출이 영화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76.3%에 달한다. 2009년 91.3%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극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극장 이용률 급감이 맞물리면서 기존에 투자-배급-제작으로 이어지던 거대한 밸류체인이 무너지고 있다. 표값에서 영화발전기금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극장, 배급사(영화 유통), 투자사, 제작사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극장 관객이 줄어들면서 영화 산업에 속한 기업의 자금 흐름이 연속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출처: 신동아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 2월 28일 예정이었던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8주 후인 4월 25일로 연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신작 개봉이 늦춰지면서 올해 개봉한 영화만으로 시상식을 열기 어려워져서다.


당장 CJ CGV는 올해 1분기 기준 매출 2433억원, 영업손실 716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명시적으로 피해액이 보이지 않는 극장 외의 제작사, 마케팅사 등의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품 투자 심사가 멈춰지고 제작·배급 일정이 혼선을 빚었다. 배우 송중기가 주연인 영화 ‘보고타’ 역시 콜롬비아 올 로케이션이어서 지난 3월 촬영을 중단하고 전부 귀국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91.6% 감소.. 극장 36곳 문닫은 적도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영화관을 방문한 것이 드러나면서 영화관 관객은 급감했다. 영진위의 자료에 따르면 2월 전체 관객수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66.9% 감소한 737만 명으로 이는 2005년 이후 2월 전체 관객 수로는 최저치였다. 연이어 3월 87.5%, 4월 92.7%, 5월 91.6% 감소율을 기록하며 하락세는 계속됐다. 1월부터 5월까지의 매출액과 관객수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극장이 일정 기간 동안 영업 자체를 중단한 것도 관객수 급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9일까지 CJ CGV는 명동점, 대학로점 등을 포함해 36개 지점을 영업 중단했다. 직영 극장 116개 가운데 30%에 해당한다. 롯데시네마도 대구 전 지점과 경북 3개 지점, 메가박스 역시 21개 극장의 영업을 중단했었다. 현재는 모두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는 영화산업 부흥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에 한해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90%감면(3%→0.3%)하고, 영화기금 변경을 통해 확보한 170억 원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영화산업 각 분야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위축된 영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6월 4일부터 3주간 목금토일 동안 입장료를 6천원 할인해주는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을 진행했다.

할인권을 총 133만 장 배포한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캠페인을 처음 시행한 6월 4일(목)에만 관객 8만 4163명을 동원하며 전일(6월 3일, 2만 8129명) 대비 약 200%의 관객 증감율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다시, 봄'의 효과는 이어져 6월 둘째 주 주말엔 총 40만 3219명, 셋째 주 주말엔 38만 162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진위는 아직 할인권이 남아 캠페인을 한 주 더 연장할 예정이다. 이달 초 발표된 정부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도 할인권 지원 사업에 쓰일 88억원이 편성되면서 하반기에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극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적극적인 마케팅도 못하고 신작도 대폭 줄어 막막한 상황이라서다. 제작사와 배급사, 투자사도 작품을 만들려면 거액을 들여야 하는데 그에 비하면 지원책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투자·배급·제작사 이외의 마케팅 업계 등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방구석 영화관 급성장? .. 마냥 그렇지도 않아

출처: 각사 홈페이지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극장이 주춤한 틈을 타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시장은 급성장하지 않았을까? 영진위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의 국내 영화 부문 매출은 7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7% 늘어났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OTT 및 IPTV의 이용이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집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기들의 매출이 늘어났다.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위메프의 빔프로젝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92% 상승했다고 알려졌다. G마켓에서도 3월 한 달간 OTT 서비스를 TV에서 볼 수 있게 연결하는 미러링(화면 연동)기기과 셋톱박스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268% 늘어났다. 인스타그램에 '홈시네마'를 해시태그한 게시글은 6월 24일 기준 5000개가 넘었다.

그렇다고 '방구석 영화관'의 전망이 마냥 분홍빛은 아니다. OTT 서비스를 제외하고 IPTV 등 TV VOD를 통한 영화 소비는 지난 3월의 경우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KT의 2~3월 영화 VOD 신규 업로드 건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3.4% 줄고, 이용 건수도 4.6%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월 말 이후 개봉 예정작들이 개봉을 연기하며 3월 TV VOD 신작 라인업에도 공백이 생긴 탓으로 분석된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극장 관객들이 줄어들자 영화 개봉도 잇따라 미뤄졌고, 신작이 없으니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악순환이 '안방 극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출처: 동아닷컴
드라마·영화 촬영 현장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다행히 영화계의 촬영 재개 소식이 들려오면서 신규 콘텐츠 공급난에 따른 위기감을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영진위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총 6편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지난해에 14편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안 된다.

하지만 4월 7일 <범죄도시2>의 크랭크인을 시작으로 5월 <드림>, <아이> 등이 촬영을 시작했다. 최근 해외 촬영 허가가 떨어지면서 <교섭> 역시 7월부터 요르단 로케이션 촬영에 돌입한다고 알려졌다. 연중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8월이 다가오고 있다. 제작비 200억원 안팎의 대작들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가가 관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비즈 윤현종 조지윤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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