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X도 아닌데 보고 나면 온몸이 다 아픈 영화들

조회수 2020. 6. 1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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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지 않나. 영화관에서 편하게 의자에 기대어 관람했을 뿐인데, 보고 나오니 온몸이 욱신거리며 아팠던 경험. 소위 ‘기 빨리는’ 영화들이 종종 우리를 찾아오곤 한다. 단순히 스크린 속 세상을 ‘목격’하는 것이 아닌 체험의 영역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영화들. 서사를 포함해 여러 테크니션으로 몰입력을 끌어올리고, 급기야 영화 속 세상으로 관객들을 소환해내는 듯한 체험형 영화 다섯 편을 선정했다.


<그래비티> Gravity

출처: <그래비티>
출처: <그래비티>
출처: <그래비티>
감독 알폰소 쿠아론 / SF,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 12세 관람가 / 90분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와 사령관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팀. 그러던 중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가 몰려온다는 소식에 긴급 귀환 명령이 떨어지지만, 라이언의 고집으로 귀환이 지체되고 결국 팀은 잔해와 부딪히게 된다. 맷 덕분에 목숨을 구한 라이언. 두 사람은 함께 왕복선으로 돌아오지만 잔해에 휩쓸린 팀원들은 죽어있었고, 맷 역시 두 사람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라이언을 살리고 우주로 사라진다. 혼자 남은 라이언은 과연 소리도, 산소도, 생명체도 없는 우주에서 살아남아 지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까.


<그래비티>는 체험 영화 리스트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한 SF 재난 영화다. 타 우주 영화들과 달리 그 어떤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 진공상태의 광활한 우주를 구현, 극강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자아냈다는 점에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라이언 스톤 박사의 1인칭 시점 숏과 더불어 알폰소 쿠아론의 주특기인 롱테이크가 영화 곳곳에 놓여 몰입감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별관에서 관람하는 것이 <그래비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최적화된 방법이지만, 아무렴. 커널형 이어폰만 있다면 방에서도 우주 한복판에 있는 듯한 기분을 만끽해볼 수 있다.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포함해 무려 7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PMC: 더 벙커> Take point

출처: <PMC: 더 벙커>
출처: <PMC: 더 벙커>
감독 김병우 / 액션 / 15세 관람가 / 124분
출연 하정우, 이선균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 팀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은 CIA의 의뢰로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DMZ 지하 30M에 위치한 비밀 벙커에 도착하고, CIA와 연락을 주고받던 에이헵은 작전 장소에 뜻밖의 인물이 나타난 것을 발견한다. 아시아 최고의 현상금이 걸려있는 북한의 ‘킹’을 본 에이헵은 킹을 잡기 위해 작전을 변경하고, 크루들과 함께 그를 납치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함정이었던 것! 다른 군사 기업과 CIA의 배신으로 지하에 함몰된 채 습격을 받게 된 에이헵과 블랙리저드팀. 부상을 입게 된 에이헵은 인질로 잡혀있던 북한의 의사 윤지의(이선균)에게 도움을 청한다.


다소 뜬금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늘의 주제를 떠올려보자. <PMC: 더 벙커>는 ‘체험형 영화’에 적합하다. 김병우 감독은 ‘체험할 수 있는 액션 영화’를 의도해 제작, 국내 영화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POV캠을 활용한 1인칭 시점 숏과 드론 숏 등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통해 현장감을 부여했다. 여기에 지하 벙커와 통로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마치 실제 게임을 하는 듯한 생동감을 주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확실히 국내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연출기법이 눈에 띄는 작품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시도만큼은 유의미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울의 아들> Son of Saul

출처: <사울의 아들>
출처: <사울의 아들>
감독 라즐로 네메스 / 드라마, 스릴러 / 청소년 관람불가 / 107분
출연 게자 뢰리히, 레벤테 몰나르, 우르스 레힌

사울(게자 뢰리히)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시체를 처리하는 비밀 작업반 ‘존더코만도’다. 이들은 빨간색으로 X자 표시가 된 유니폼을 입고 주어진 일만 묵묵히 처리해야 하는 유대인들이다. 독일군과 눈을 마주쳐서도, 그들의 명령을 어겨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삶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존더코만도 역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처형당하고야 만다. 평소처럼 가스실에 쌓인 시체들을 처리하던 어느 날, 우연히 시체더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를 보게 된다. 놀라움도 잠시, 의사의 손에 질식사하게 된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울은 주검을 몰래 빼내는 데 성공한다. 아들만큼은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고 묻어주기 위해-당시 유대인의 주검은 화장당해 강에 뿌려졌다- 랍비를 찾아 사울은 목숨을 걸고 아우슈비츠를 돌아다니며 수소문한다.


고백하건대, <사울의 아들>은 체험의 영역에 쉽사리 포함시키기 어려운 영화다. 홀로코스트 영화인 <사울의 아들>은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4:3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사이즈에 포커스 아웃을 통해 스크린에 재현해냈다. 이는 영화 재현의 윤리 문제에 대한 감독 나름의 고찰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스테디캠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주인공인 사울의 뒤를 바짝 쫓아가며 진행된다. 다수의 장면이 어두운 곳에서 핸드헬드로 촬영되어 어지러움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흐릿하게 처리된 아우슈비츠의 참혹한 풍경들이 거대한 무력감과 현기증을 자아낸다. 쉽게 도전하기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재생 버튼을 누르길 바란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자 2016년 아카데미를 포함한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휩쓸었다. 


<덩케르크> Dunkirk

출처: <덩케르크>
출처: <덩케르크>
출처: <덩케르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 액션, 드라마, 전쟁, 스릴러 / 12세 관람가 / 106분
출연 핀 화이트헤드, 마크 라이언스, 톰 하디, 해리 스타일스, 잭 로던, 케네스 브래너, 배리 케오간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수십만 연합군의 탈출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다. <인셉션>,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전쟁영화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사실 <덩케르크>는 전쟁보다 재난에 좀 더 부합하는 장르적 요소를 취하고 있다. 전쟁영화에서 흔히들 목격하는 전투의 스펙터클함은 덜어내고, 전쟁이라는 재난 상황 한복판에 놓인 인간을 조명했기 때문이다. <덩케르크>가 체험형 전쟁 아니, 재난 영화인 이유는 바로 이것에 있다. 거기에 놀란은 해변가, 바다, 하늘 세 가지 배경을 두고 시간과 인물을 달리해 교차로 편집하며 몰입력을 더했다.


무엇보다 <덩케르크>에 ‘체험형 영화’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건 아이맥스의 영향이 컸다. 아이맥스 카메라를 선호하고 CG를 최소화하는 등 리얼리즘을 추구하기로 유명한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에서 75%에 달하는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하며 아이맥스 사랑을 실천했다(나머지는 일반 65mm 필름을 사용했다). 거대한 스크린 위, 1.43:1의 화면비로 구현된 덩케르크의 해안에 관객들이 소환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화면비의 전환을 온전히 VOD로 느끼기엔 한계가 있지만, 인물과 서사를 따라가기만 해도 <덩케르크> 체험은 충분할 것이다. 제90회 아카데미에서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믹싱상을 수상했다.  


<1917> 1917

출처: <1917>
출처: <1917>
감독 샘 멘데스 / 전쟁,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19분
출연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

앞서 소개한 <덩케르크>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1917>은 그보다 앞선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둔 작품이다. 두 영화는 단순한 목격이 아닌 체험의 자리에 관객을 데려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전자는 전장에서의 탈출을, 후자는 적진으로의 침입을 그린다는 점에서 서사의 결을 달리한다. 내용은 간단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지지부진한 전쟁에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이 무고하게 희생되어가던 그때.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은 장군의 부름을 받고 막사로 향한다. 그곳에서 둘은 블레이크의 형이 소속된 데본셔 연대가 독일군의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말과 함께 공격 중지 명령이 담긴 명령서를 건네받는다. 다음날 아침까지 적진을 건너 데본셔 연대 맥켄지 중령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블레이크의 형을 포함한 1600명의 병사가 몰살당하게 되는 상황. 두 사람은 막중한 임무를 안고 적진으로 발을 내딛게 된다.


올해 초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접전을 벌였던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독특한 촬영‧편집 기법으로 공개 당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리얼함과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촬영 기법인 롱테이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롱테이크로 2시간이 촬영된 것은 아니다. <1917>은 편집점을 교묘하게 가려 영화 전체를 하나의 롱테이크처럼 보이게 하는 ‘원 컨티뉴어스 숏’으로 영화를 구성했다. 카메라는 충실히 스코필드와 블레이크의 족적을 따라가고, 영화는 자연스레 두 사람 곁에 제3자인 관객의 자리를 만들어 전쟁을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을 맡은 로저 디킨스가 촬영상을 수상했다. 

출처: <덩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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