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
어느 순간 어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코로나' 관련 앱들을 찾기 힘들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검색했지만 나오는 것은 없었다. '코로나', '코로나19', 'COVID19' …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며칠 뒤, 다시 들어가 검색하니(3월 24일 기준) 정부 부처가 만들어 관리하는 것으로 뵈는 앱 2개만 떠있었다. 어찌 된 영문일까.
잘 나가던 앱들은 갑자기 사라졌다. 정확히 '민간에서 공공데이터를 더 쉽게 직관적으로 만든' 코로나19 관련 앱이 지워졌다. 남아있는 앱 대개는 정부 부처가 만든 것들이었다.
물론 '생존한(?)' 민간 앱도 몇몇 있었지만, 정작 대중이 반겼던 민간 앱 '코로나 닥터', '코로나 100m'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코로나 닥터는 공공데이터만 보기 쉽게 활용했고, 광고 등 수익화 계획도 없이 사비로 제작된 앱이었지만 돌연 지워졌다.
문제는 '생사 결정'을 내린 구글의 모호한 기준이었다. 코로나 닥터를 만든 이들은 구글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결과인데다 앱 삭제 이유도 석연치 않았다고 했다. 개발자 문영진, 장승민, 이민규 씨를 만나봤다.
영문 모른 채 사라져..무관한 사항을 '거절 이유'로 들이대기도
2월 3일에 출시해 2월 한 달간 활발히 서비스하던 앱이 삭제된 건 순식간이었다. 서비스 한 달만에 코로나 닥터(또는 '코닥') 팀은 이런 통보를 받았다.
"처음엔 구글에서 저희 앱이 많은 정보성을 갖고 있다면서, 에디터 추천앱으로 소개했어요.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죠."
코닥은 수많은 코로나 19 관련 앱들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2월 3일 출시를 하고 중단되기 직전까지 총 다운로드 수는 16만 회 2150회였다. 구글 스토어 전체 순위 6위를 기록했다. 건강관리 부문에선 2위까지 올랐다. 구글 스토어가 최초로 추천한 민간 개발 코로나 정보 앱이기도 했다. 활성 사용자수는 하루 약 5만 9000 명이었다. 한 달간 누적 사용자는 80만~90만에 이를 정도로 말 그대로 '잘 나가던' 앱이었다.
하지만 서비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 코로나 닥터 개발자 문영진 씨는 구글이 보낸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민감한 사건 정책을 위반해서 앱이 삭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앱이 정책을 위반해 일시정지되었다고도 했다. 구글이 개발자에게 부과하는 제재 가운데 '일시 정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차라리 앱 '삭제'는 보다 낮은 강도의 철퇴로 인식된다. 삭제는 앱에 대한 제재인데 비해 일시정지는 계정 자체에 대한 제재라서다.
코닥 팀은 제재 메일을 받은 당일 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메일엔 분명 영업일 기준 2일 이내에 연락이 온다고 했지만, 3 영업일이 지나도록 연락은 없었다. "처음엔 삭제된 이유를 몰랐어요. 저희는 광고를 따로 넣지도 않았고, 인앱 결제가 가능한 것도 아니어서 혹시 커뮤니티 기능때문인가 생각했어요. 정치적인 얘기가 올라오기도 해서 이런 게 원인이 되지 않나 생각해서 커뮤니티 기능을 삭제하고 재출시했죠."
커뮤니티 기능은 코닥의 가장 큰 특징이자 다른 앱들과의 차별점이기도 했다. 사용자들은 개발자들이 아직 업데이트하지 못한 정보들을 피드백해줬다. 시민들이 서로 고충을 나누는 장이기도 했다.
다만 간혹 올라오는 악성 글들이 문제였나 싶어 코닥 팀은 2월 28일 커뮤니티 기능을 빼고 앱을 재출시했다. 그런데 이번엔 출시 자체가 거절당했다. 삭제 이유는 늦게 알려줬는데 '출시 거절'은 전광석화였다. 바로 다음 날 거부한다는 메일이 왔다. 이번에도 이유는 '인앱 결제'였다. 인앱 결제 기능이 없는데도 인앱결제를 이유로 거절해서 출시를 막은 것이다. 즉, 코닥 앱과 아무 관련 없는 내용을 거절 사유로 들었다.
그리고 이틀 뒤, 3월 2일. 첫 이의제기에 대한 구글의 피드백이 왔다. 문제는 구글이 짚은 '민감한 사건 정책 위반' 이라는 항목이었다. 비극적 사건을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거나, 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앱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코닥은 해당되는 사항이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와 각종 지자체 사이트에 올라오는 코로나 19 정보들을 업데이트하는 정보 전달 앱이었다. 인앱 결제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수익을 창출하는 게 불가능했다. 광고가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코닥 팀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희는 그 어플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없어요. 그런데 너희는 인앱결제 정책을 위반했다는 식으로 메일이 오니까, 저희 입장에선 아무 이유나 둘러대서 출시를 막았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거죠."
구글에 한 번 더 이의제기 할 생각이 없냐는 물음에 코닥팀은 없다고 답했다. "앱 개발과 출시에 관해선 구글 코리아에선 답변을 받을 수 없어요. 개발자에 대한 구제 시스템은 구글 본사에 직접 청해야 하는데, 해외랑 소통하는 것도 문제고 챗봇도 없어서 계속해서 이어가기엔 부담이 커요. 이제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죠."
"사실 코로나 관련 앱에서 문제될 사례가 있을 것 같아서 기준이 없는 건 아쉽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해요. "
오십보 백보 양보해도, 전달 과정에서 개발자에 대한 사려가 부족했다는 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덧붙여 말했다. "정보가 가지는 양면성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관련 정보를 국가에서 제공한건데 그런 정보를 받아서 민간인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당황스러워요. 팩트인지 아닌지를 구글이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는 지는 모르겠는데, 어떠한 이유에서 제재된 건지 명확한 사유에 대해 제대로 답을 받은 게 없어서 아쉽네요."
현재 코로나닥터 앱은 국내 이동통신 3사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통합 스토어인 '원스토어'에서 서비스 중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이 삭제된 이후 다른 플랫폼을 찾다가 "어떻게든 해보자" 해서 3월 4일에 등록했다. 하지만 3월 31일 기준 원스토어 앱 다운로드 수는 421회에 불과하다. 글로벌 앱 마켓 1위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돼있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이다.
정말 '모든' 앱이 사라진 것일까?
네이버 지식in에 서글픈 질문이 올라왔다. "코로나 앱 더 깔려고 보니까 그 많았던 코로나 앱들이 다 사라졌어요… 지금 코로나 많이 좋아지고 있는 건가요? " 갑작스럽게 앱들이 검색이 안 되고 심지어 삭제되면서. 명확한 기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 일례다.
구글은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코로나 관련 앱을 제외하고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앱을 삭제하고, 출시를 막았다고 주장한다. 최근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구글 플레이는 의료·건강 관련 콘텐츠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기능이 있는 앱을 콘텐츠 정책을 통해 엄격히 금지한다"고 전달했다. 특히 "개발자가 민감한 사건을 수익 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강조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기능'. 구글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기준이 모호했다. 코닥은 애당초 구글이 "최초로" 추천했던 코로나 관련 민간 앱이었다. "부모님께서 텍스트 위주의 기존 코로나 앱들을 보기 어려워 하셨어요. 어떻게 하면 편하게 보실 수 있을까를 고려해서 확진자 동선을 시각적으로 접근했죠." 코닥은 문영진 씨의 부모님이 기존 코로나 앱을 이용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여전히 구글 스토어에서 서비스되고 있거나, 서비스 '됐었던' 코로나 관련 민간앱을 살펴보면 구글의 기준은 더욱 모호하게 여겨진다. 현재 구글 스토어에서 '코로나'를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지만, 앱의 정확한 명칭을 치면 민간앱들도 검색된다. 그 중 현재(3월 2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의료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코로나100신' 앱을 살펴봤다. 해당 앱 출시일은 2월 21일로 코닥 앱이 삭제되기 전에 출시된 앱이었다. 다운로드 횟수는 1만 이상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이 앱은 3월 28일이 돼서야 사라졌다.
'코로나100신'앱 기능은 이전에 삭제된 '코로나닥터', '코로나100m' 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확진자 동선을 알 수 있다. 코로나 관련 뉴스도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다. 공적 마스크 판매 현황도 파악할 수 있었다. 구글은 대체 무슨 기준으로 앱들을 삭제하고 또 남겨둔 것일까?
코닥팀은 "팔다리가 잘린 기분"이라고 했다. 사실상 표현의 자유를 상실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초반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더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하루에도 두 번씩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앱이 내려가기 이전까지 한 달 여간 총 열 번이 넘게 업데이트를 했다. 그러나 명확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앱이 삭제되자 개발자들은 그 상황을 구제하는 데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을 이어나갈 동력을 잃어버렸다.
구제 받으려면? 공익 목적이라도 '재출시'가 원칙..'코로나'단어는 '무조건 NO'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이유 없이 사라진 민간 코로나 앱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 정부 또는 검증된 의료기관(WHO 등)이 배포했거나 ▶정부 혹은 검증된 의료기관이 배포를 의뢰한 앱 ▶정부 혹은 검증된 의료기관이 앱의 사용을 승인·지원했다는 것을 증명할 서류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제출해야 한다"라는 본사 정책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은주 정보화진흥원 디지털혁신기술단장은 31일 "최근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쪽에서 코로나19와 관련 있어 보이면 앱 등록을 안시켜주거나 등록된 앱을 삭제하는 경우가 많다" 며 "그런 상황에서 국내 개발자들이 마스크 앱 개발을 했는데 등록을 신청해도 일주일 이상 걸리거나, 일주일 기다린 다음 출시가 거절(리젝트)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요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이어 "(따라서) 과기정통부와 이를 협의했으며, (어차피 구글 측에서 앱에 대한 검사를 하지만) 이 앱의 목적성이나 타당성,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건 정부에서 얘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내 주변 공적마스트 정보를 알려주는 '웨어마스크' 앱은 이같은 일련의 '정부보증' 과정을 거쳐 재출시됐다. 개발자 정찬효 씨는 26일 "이미 정지된 서비스의 경우 정보화진흥원 측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해당 앱 재출시 과정에 대해서는 "플레이스토어 지침대로 새로운 패키지명과 앱 이름을 가진 '완전히 새로운 앱'을 출시해야 했고, 기존 앱 다운로드 수나 리뷰를 포기해야 했다"며 "새로운 앱의 경우 문제가 되던 '코로나' 키워드나 관련 기능들을 전부 제거해 심사를 요청했고, 정보화진흥원에서 빠른 등록을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장애물이 있다면, 정 씨의 언급처럼 공공데이터 기반으로 만들어 재출시 하려는 공익 목적의 앱이라도 '코로나'란 단어가 들어가면 사실상 이유를 불문하고 '강제 삭제'된다는 점이다. 김 단장은 "다만 코로나 라는 말이 앱에 있으면 저희가 얘기해도 소용이 없는 것으로 구글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코로나 라는 말이 탑재된 앱에 대해서는 정부 보증 형태로도 등록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