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부러워하는 삼성전자 그만두고 선택한 놀라운 일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말하는 건 이제 진부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모두가 데이터 분석의 유용함을 알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업무에 적용하고자 하려는 사람은 드물다. 막상 시작하고자 마음먹으면 생기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막연한 생각을 떨치고 데이터 분석의 매력을 전파 중인 개발자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경제학도에서 어엿한 개발자로 성장한 브레인크루의 CEO 이경록 강사를 만나보았다.
경제학도의 개발자 도전기
이경록 강사는 어릴 적부터 개발자를 꿈꿔왔지만, 개발자였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훨씬 전이었기에, 개발자를 향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제가 개발자가 아닌 금융권에 취업에 더 안정적으로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경제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죠.”
경제학도가 되었어도 컴퓨터를 향한 그의 호기심은 멈추지 않았다. 마침 학부 공부를 이어가던 때 아이폰이 세상에 나타났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스마트폰 앱 시장은 점차 활발해져만 갔고, 개발자는 단숨에 유망 직종으로 떠오른다.
“어쩌면 한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취준생일 때 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죠. 경제학도라는 저의 커리어로는 개발자가 되지 못할 수 있지만, IT 분야에서 일하며 관련 지식을 쌓고 싶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는 인문학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육성하는 삼성전자의 SCSA 프로그램에 1기로 참여하게 된다.
흥미를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다 보니, 처음엔 기계적으로 머리에 입력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배우기가 급급하니까 응용할 수 있는 여유도 없었습니다. 이런 점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저에겐 개발자가 ‘천직’이라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창업 재도전
이경록 개발자가 야근이 숱하다고 소문난 무선사업부 UX 개발 그룹에 지원한 것도 이 점 때문이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현업에서 부딪히며 일할수록 성장에 더 가까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이지만 소비자와의 접점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바로 전달되는 걸 느끼고 싶었죠. 이 과정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던 파트가 무선사업부였습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내로라하는 똑똑한 분들이 모인 곳이었기에, 혼나고 배우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개발자의 역량을 늘려가던 그는 사내 벤처 제도를 통해 ‘아날로그 플러스’ 창업에도 도전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제품 개발에 참여하면서, 이경록 강사의 흥미를 끈 분야가 있었다. 바로 ‘인공 지능’이다. “펌웨어를 개발하다 보면 제가 구현해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개발로 풀 수 없는 과제를 해결할 수가 있죠. 이 부분을 더 깊게 파고들면 새로운 커리어가 생길 거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는 아날로그 플러스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인공지능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분석해 분류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 더 나은 방식으로 ‘예측’까지 하는 분야다. 그렇다 보니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데이터 분석이 따라왔다. 통계나 수학적인 부분에 한계가 보일 때도 있었지만, 해외 유튜브 영상과 강의를 통해 지식을 쌓아나간다.
인공지능에서 데이터 분석으로 뻗어 나간 관심은 그가 다시 한번 창업에 도전하는 데 힘을 실어주었다. 현재 그는 인터랙티브 러닝 플랫폼 ‘브레인 크루’를 통해 인공지능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이라는 커리어를 포기하고 창업을 선택했을 때 지인들이 많이 걱정했습니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한 마디씩 던졌죠.”
이경록 강사 역시 두려웠던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그 두려움을 납득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99%가 망한다는 스타트업을 자신이 하면 어떤 그림일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일종의 패기 덕분에 그는 ‘브레인크루’로 두 번째 창업에 성공한다.
인기 블로거가 생각하는
데이터 분석의 매력
창업 전 이경록 강사가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을 공부할 때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자 블로그를 운영했다. 이때 시작한 블로그는 어느새 비전공자들이 찾는 ‘인기 블로그’로 떠올랐다. “제가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 ‘이 정도는 아시겠죠?’라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나중에 누군가를 가르치게 된다면 저희 어머니에게 가르친다는 일념이 생긴 계기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나만큼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현재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분석 강의를 통해 자신이 세운 일념과 역할을 충실히 행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경록 강사가 많은 이들에게 데이터 분석의 매력을 전파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매력에 대해 묻자, 그는 ‘절대적인 공식이 없다고 답했다. “데이터 분석은 창의적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꾸준히 개발 중이고, 학습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완벽한 공식이 없는 거죠.”
이 말은 곧 강의를 통해 배운 공식이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경록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복습과 과제를 매번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은 엉덩이로 해야 합니다. 자기 것으로 만들어 데이터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하죠. 실습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것을 실수가 아닌 시행착오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경록 강사는 데이터를 ‘자원’이라 표현했다.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이젠 데이터를 얻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해졌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성과로 이어나가지 않는 개인과 기업이 많다.
“데이터 분석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면 대부분이 이미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분들이 다루고 있는 엑셀이 그런 경우죠. 엑셀로 진행 중인 작업을 코딩에 접목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하는 것. 그리고 이 사소한 코딩을 ‘예측’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데이터 분석입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저도 해냈고, 제 강의를 들으신 분들도 하고 있는 작업이죠. 그러니 두려움 없이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