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생물 대멸종 총정리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생물종 중 99% 이상은 현재 멸종됐습니다. 그 중 대부분의 종은 지질시대에 일어난 소규모의 멸종 현상인 '배경멸종(background extinction)' 기간 동안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 기간은 약 10만년 정도로 이 기간 동안 소수의 생물 종들은 서서히 멸종했습니다.

반면 단기간 내에 지구상의 대부분의 생명체를 멸종시킨 사건도 있습니다. 이를 '대멸종(mass extinctions)'이라 부릅니다. 화석기록을 보면 지난 6억년 동안 총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생물 대멸종이 발생한 배경에는 소행성 충돌, 대규모 화산폭발, 급격한 기후변화 등 여러 가설이 존재합니다. 대멸종은 생명체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많은 과학자들은 지금 우리가 또 다른 멸종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지질시대 동안 5번의 대멸종 시기.

<Science Advances>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6천5백만년 동안 지구상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대량 멸종이 현재 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지난 500년 간 인간이 포유류, 물고기, 새, 파충류, 양서류 같은 척추동물의 멸종 속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습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지난 몇 백 년 동안 종의 멸종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35억년의 지구상 생명체의 역사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과거 5번의 대멸종 사건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를 살펴보며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명의 역사를 피부로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자연사박물관인데요. 자연사(自然史)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자연사는 말 그대로 자연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전경.
1차 대멸종: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4억4,300만년 전)

4억4,300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의 경계에서 첫 번째 대멸종이 발생했습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초기와 중기의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습도와 기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르도비스기가 끝날 무렵 갑작스런 기후변화가 발생합니다. 현재의 남반구 땅 전체를 포함하고 있던 과거의 초대륙 곤드와나(Gondwana)가 남극에 도달했습니다. 기온은 급격히 떨어졌고 사방은 얼음으로 뒤덮였습니다. 그리고 해수면 수위는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대기와 해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떨어지며 식물의 수가 급감했습니다. 그리고 생태계는 파괴됐습니다.

출처: 유튜브/PBS Eons
코노돈트 이빨화석.

고생대 오르도비스기말과 실루리아기 경계에서 발생했던 대멸종은 5번의 대멸종 중 두 번째로 컸는데요. 이 사건으로 당시 해양에 살고 있던 생물의 57% 정도가 멸종했습니다. 그중에는 삼엽충, 완족류, 코노돈트가 있습니다. 참고로 코노돈트는 오늘날의 뱀장어와 비슷하게 생긴 해양생물입니다. 당시 멸종으로 사라진 생명체들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삼엽충과 완족류 화석 모습.
2차 대멸종: 고생대 데본기 말(3억7,000만년 전)
대멸종 당시 지구는 이런 모습?

3억7,000만년 전 고생대 데본기와 석탄기의 경계에서는 10만년에서 30만년의 간격을 두고 두 차례의 대멸종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기온은 급격하게 낮아졌는데요. 데본기 때 표면온도가 34℃에서 26℃까지 떨어졌다고 해요. 이런 갑작스런 기온의 변화는 해양생명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런 변화는 아마도 소행성 충돌이나 거대한 화산재가 지구의 기온을 낮추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1차 대멸종 후 지구에는 드디어 오존층이 형성됐고 육상 생물이 출현했습니다. 고생대 데본기 말 당시 지상에는 식물과 거미, 전갈과 같은 생물체들이 존재했습니다. 2차 대멸종이 있기 바로 직전 최초의 양서류라고 할 수 있는 생물체가 해안에 나타났습니다. 엘피스토스테갈리아(elpistostegalians)라 불리는 이 생물체는 실러캔스(coelacanth)라는 대형 어류의 먼 친척이었습니다. 참고로 실러캔스는 고생대 데본기에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바다에 생존한 물고기입니다. 5,000만 년 전 멸종됐다고 알려졌으나 원시적인 모습으로 마다가스카르 근해에 생존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며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립니다. 참고로 이 실러캔스의 모습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실러캔스(coelacanth) 화석.

엘피스토스테갈리아가 해안에 나타난 직후 두 번째 대멸종 사건이 발생했고 이 생물체는 멸종했습니다. 이후 1000만년이 지나서야 육지에는 척추동물의 발자국이 새겨졌습니다.


3차 대멸종: 고생대 페름기/중생대 트라이아스기 경계(2억4,500만년 전)

세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페름기와 중생대의 시작인 트라이아스기 경계에서 발생했습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컸던 대규모 멸종인데요. 당시 지구 생명체의 약 96%를 멸종시켰습니다. 이때 사라진 대표적인 생물로는 바다나리류(crinoids), 산호, 방추충 등이 있습니다.

출처: fotolia
바다나리류 화석.

당시 초대륙인 판게아가 형성되면서 지질학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발생했는데요. 이로 인해 기후와 환경 또한 변화했습니다. 당시 시베리아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화산 폭발은 100만년 동안 지속되며 3억km2의 용암이 분출돼 1,750m 이상의 침전물이 형성됐습니다. 한반도의 4배 크기에 해당하는 숲이 불탔고 그 결과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됐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약 1천만년 동안 지속됐고 해양은 산성화되고 생명체들은 황화수소에 중독되거나 산소 부족, 고온의 환경으로 대규모 멸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출처: Justin Penn and Curtis Deutsch/University of Washington
페름기 말기 멸종한 해양 생물을 위도별로 보여주는 그림

지난해 <Science>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페름기에 발생한 대멸종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의 산소 부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해양 생명체의 물질 대사는 더 빨라졌는데 따뜻해진 바닷물이 충분한 양의 산소를 갖지 못하게 되면서 해양 생물이 질식해 죽었다고 합니다.

4차 대멸종: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중생대 쥐라기 경계(2억1,500만년 전)
출처: Wikimedia Commons
중앙 대서양 마그마 분포영역(Central Atlantic Magmatic Province).

4차 대멸종은 페름기 말에 발생했던 3차 대멸종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대륙이 하나로 모여 하나의 대륙으로 합쳐졌던 초대륙은 점차 느리게 분열됐는데요. 그러면서 중앙 대서양 마그마 분포영역(Central Atlantic Magmatic Province)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화산폭발이 일어났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증했습니다. 이후 지구온난화는 다시 시작됐고 이는 8백만년 동안 지속됐습니다. 이로 인해 산호, 암모나이트, 코노돈트 등의 해양 생물체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합니다. 특히 4차 대멸종으로 코노돈트는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이 시기에 육지에 살았던 파충류를 포함한 생물의 약 80%가 멸종했고 해양 생물체의 약 20%가 멸종했습니다. 4차 대멸종 이후에는 파충류가 지배하는 시대가 됩니다. 해양에는 어룡이 하늘에서는 익룡이 땅에서는 공룡이 번성하기 시작합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는 익룡도 볼 수 있어요.
5차 대멸종: 중생대 백악기/신생대 제3기 경계(6,600만년 전)

5번째 대멸종은 우리가 사랑하는 공룡이 모두 멸종한 시기인데요. 서대문자연사 박물관에는 특히 공룡과 관련한 전시가 많습니다. 티라노사우르스부터 트리케라톱스, 스테고 사우루스 등의 뼈가 전시돼 있습니다. 

출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로비의 공룡뼈.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티라노사우르스 머리뼈와 스테고사우루스.


5차 대멸종은 6천 5백만년 전 중생대의 마지막인 백악기와 신생대의 시작인 제3기의 경계에서 발생했습니다. 100만년에서 250만년 동안 일어났으며 이는 대멸종 가운데 가장 빠르게 대멸종이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칙술루브 충돌구.

6천 6백만년 전, 지구에는 작은 크기의 소행성이 충돌했습니다. 그 흔적은 북아메리카 남쪽과 남아메리카 위쪽 사이에 '칙술루브 푸에르토'란 이름의 크레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크레이터의 직경은 약 185km정도이며 깊이는 약 20km에 달한다고 하니 당시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미국 지구물리학연맹(AGU) 연례 학술회의에서 공식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소행성 충돌로 1.5km 높이의 쓰나미가 만들어졌고 전 세계 바다에서는 대혼란이 초래됐다고 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운석이 만들어낸 전지구적 쓰나미는 현대사에서 결코 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과학자들은 이 소행성 충돌과 거대한 화산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지구상에는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고 공룡과 익룡이 멸종하고 심지어 여러 대멸종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았던 암모나이트 조차도 이 시기에 멸종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파충류의 시대는 저물고 드디어 포유류가 번성하게 됐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소장 중인 암모나이트 화석.

##참고자료##

  •   Ceballos, Gerardo, et al. "Accelerated modern human–induced species losses: Entering the sixth mass extinction." Science advances 1.5 (2015): e140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