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통할 바이킹 시대 은팔찌 디자인
바이킹 시대 초기의 문화와 생활상을 알려줄 진귀한 은팔찌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보존 상태가 좋고 세공 수준이 높은 팔찌들은 바이킹의 교역 네트워크나 타국과 문화적 연결고리에 대한 지식까지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덴마크 에스고르 박물관 고고학 연구팀은 30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올봄 발견한 은팔찌 7점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전했다. 팔찌들은 오르후스대학교 재학생 구스타프 브룬스가드(22)가 오르후스 북부 바이킹 유적에서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찾아냈다.
은팔찌는 총중량이 500g 이상이며, 8세기 무렵 바이킹 시대 초기의 것으로 확인됐다. 유물이 나온 오르후스가 당시 바이킹 정착촌으로 급성장했음을 감안하면 당시 생활상을 알아낼 귀중한 자료인 셈이다.
조사 관계자는 "팔찌의 형태는 제각각으로, 똬리를 튼 뱀 모양도 있다"며 "중량 하나만큼은 서로 비슷해 표준화된 동전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킹 시대에 은은 부의 가늠자였고, 통화로도 널리 사용됐다"며 "팔찌 무게를 표준화한 것은 거래 시 가치를 쉽게 판단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팔찌 7개의 형태가 각각 다른 점은 당시 바이킹들의 교역 네트워크 상당한 규모임을 시사한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하나는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 쪽 디자인으로, 훗날 스칸디나비아에서 모방한 형태"라며 "복잡한 구조의 뱅글 팔찌 3개는 스칸디나비아가 기원으로 아일랜드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머지 3개는 심플한 모양인데, 영국과 스칸디나비아에서 비슷한 것이 극소수 발견된 희귀품"이라며 "팔찌들은 모양도 기원도 제각각이지만 바이킹 시대의 중요한 교역 지점으로서 오르후스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는 유틀란트반도 동쪽 기슭에 자리한다. 예로부터 스칸디나비아와 동·서유럽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역 루트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다. 팔찌들이 제작된 8세기 오르후스는 상업의 중심지로 이름을 날렸고 수많은 바이킹 전사와 상인, 장인이 모여 살았다.
에스고르 박물관은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은팔찌를 최근부터 일반에 전시하고 있다. 바이킹 시대 장인들의 솜씨가 그대로 살아있는 은팔찌는 박물관이 보유한 수많은 바이킹 유물 중에서도 가치가 높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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