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특별히 주문했다, 기시다가 만찬 때 내놓은 이 사케
두 정상, 2차 땐 넥타이 풀고 대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6일 저녁 윤 대통령과 만찬 자리에서 고향인 히로시마 니혼슈(사케, 청주)인 가모쓰루(賀茂鶴)를 꺼냈다. 지난주 긴자의 스키야키집인 요시자와에 예약하면서 가모쓰루를 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가게는 본래 취급하지 않던 가모쓰루를 확보해 이 자리에 내놨다. 가모쓰루는 히로시마 니혼슈의 특징이라는 ‘부드러우면서도 깊은맛이 느껴지는 단맛’으로 유명한 사케다.
17일 일본 언론과 한국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저녁의 만찬과 2차 모임은 일본 기시다 총리 측의 파격과 예우가 이어지는 자리였다. 만찬 장소에서는 부부 동반으로, 김건희 여사와 기시다 총리의 배우자인 기시다 유코 여사도 배석했다. 일본 관례상 부부동반 만찬도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총리관저나 바로 주변이 아닌,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갖는 것도 흔치 않은 사례다. 해외 정상의 만찬은 통상 총리공저 또는 외무성 주변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바이든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는 예외적으로 긴자나 미나토구에서 한 적은 있다. 의전과 경호, 시민 불편 탓이다. 두 정상이 만찬에 이어 2차 모임까지 하는 경우도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2차 자리를 일반 식당에서 하는 것도 드물다. 만찬은 긴자의 스키야키집인 요시자와, 2차 모임은 그곳에서 걸어서 4~5분 거리인 오므라이스집 렌가테이에서 했다.
장소 선정도 특별했다. 자민당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재가 작년 11월 방한했을 때 윤 대통령에게서 “오므라이스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일본 측에서 ‘추억의 맛’이라는 예우를 한 것이다. 2차 모임이 정해지고, 만찬 장소는 이번엔 기시다 총리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신조 총리 시절에 오랫동안 외무상을 했는데 이때 알던 집이라는 것이다.
만찬 장소인 스키야키집에선 맥주와 니혼슈를 마시면서 스키야키 코스 요리를 먹었다. 김건희 여사는 술이 아닌 음료수를 마셨고, 두 정상과 유코 여사는 술을 택했다. 스키야키에 쓰인 소고기는 일본에선 ‘소고기의 예술품’으로 불리는 마쓰사카우시다. 한국에서도 일본에 정통한 사람들 사이에선 ‘마쓰사카와규’로 꽤 알려진 소고기다. 두 정상 부부 모두 양이 꽤 되는 스키야기 코스를 ‘완식(完食·깨끗하게 모두 비운다는 일본 표현)’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들 사이에선 “2차 모임에서 더 못 먹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나왔을 정도라고 한다.
스키야키 코스를 먹는 중간에 한국 정상 부부 쪽에서 ‘양념이 맛있다’는 말이 나왔고, 기시다 총리가 선물(오미야게·일본에선 작은 의미를 담아, 너무 비싸지 않은 물건을 선물로 주는 풍습이 있음)로 즉석에서 양념을 샀다. 일본어로는 와리시타(割下)라고 불리는 스키야키 양념인데, 만찬을 한 이 음식점에서만 살 수 있는 ‘특제소스’다.
2차에선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통역만 배석한 자리였다. 두 정상은 윗도리도 벗고, 넥타이도 풀었다고 한다. 긴자의 렌가테이는 메이지시대에 생긴 곳으로, 흔히 오므라이스와 일본식 ‘돈가스’의 발상지라고 알려졌다. 치즈오므라이스와 돈가스, 일본식 ‘함바그’를 먹었고, 술은 소주와 맥주였다. 윤 대통령은 일본 맥주 브랜드 ‘에비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본래 이 가게는 생맥주는 산토리 맥주만 취급한다. 맥주 브랜드는 확인되지 않았다. 완식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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