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썰전] 해외 진출, 할래말래?

여러분이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아마야구 유망주라고 상상해 보자. 가을에 있을 신인드래프트에서 호명되는 건 당연하고, 상황에 따라 전체 1번으로 지명되리라는 예상도 잇따른다. 그리고 이때,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당신에게 달콤한 제안을 건넨다. KBO리그 구단에 지명된 신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계약금과 함께, 프로 생활의 시작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하지 않겠냐는 것. 주변에서 각 선택지의 장단점을 얘기해 주겠지만, 결국엔 한 길을 고르는 것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결정이 될지도 모르는 이 갈림길에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4월 9일 작성)

에디터 김민규

믈브 최근 몇 년 동안 고교야구 유망주의 해외 직행을 두고 설왕설래가 늘어난 느낌이에요. 올해도 최대어로 평가받는 몇몇 선수들의 미국행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많은데, 에디터 여러분이 직접 그 유망주의 상황이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한신 저라면 한국 무대를 먼저 씹어 먹고 해외로 진출할래요. 한국과 해외 모두에서 관심을 받는다면,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들 것 같거든요? 다만 현실적으로 아무리 한국에서 뛰어난 유망주라고 해도 미국에서는 보통 루키리그에서 시작해야 하잖아요. 그쪽 구단의 시선에서 전 긁지 않은 복권 중 하나, 그냥 한 명의 유망주에 불과할 수 있고요. 근데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후에 간다면 계약 조건도 훨씬 좋을 거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간다고 해도 트리플 A, 더블 A 정도에서 끝날 확률이 높겠죠.

소뱅 저도 KBO리그부터 거치는 게 낫다는 의견이에요. 곧바로 해외로 나간다면 여러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어요. 특히 졸업 후에 곧바로 해외로 진출한 선수의 모교엔 유소년 발전 기금 등의 지원금이 5년간 끊긴다는 규정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성공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도 않으니까, 기대 효용 대비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메이저리그(이하 MLB)에 도전하려 했는데, 당시 닛폰햄 파이터즈의 감독이었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이런 질문을 했대요. 단순히 미국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은 건지, 아니면 MLB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 건지를요. 야구선수라면 세계 최고의 무대를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그곳에서 계속 활약하는 게 목표일 거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어느 분야에서든 국내에서 최고가 된 후에 가는 게 유리하다고 봅니다.

샌프 개인적으로 이 주제는 ‘용의 꼬리’가 되느냐, ‘뱀의 머리’가 되느냐의 문제 같아요. 저는 도전을 선호하는 편이라 일단 해외리그로 가는 걸 선택할 듯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선진적인 시스템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저기는 대체 한국이랑 뭐가 다를까?’라는 근본적인 호기심도 있거든요. 그리고 한국이든 미국이든 결국엔 프로라는 무대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건 똑같으니까, 적응하는 과정이 그렇게 차이가 난다고 보진 않아요. 오히려 한국에는 선후배 관계에서 오는 위계질서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 운동 외적인 스트레스는 미국보다 더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타니 전 되려 적응이라는 이슈를 고려해서 국내 잔류를 선택할 거예요. 미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19살이 막 지나서 여러모로 미성숙한 상태로 미국에 혼자 떨어진다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어서요. 큰 무대에서 선진 육성 시스템을 경험하는 건 차치하더라도, 저 스스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낼 것 같은 거예요. 우선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나중에 해외 무대로 나아가는 방식을 선택하고 싶어요.

뉴욕 저도 기본적으로 잔류에 한 표를 던질래요. 전반적인 통계만 봐도 한국을 거치지 않고 미국에 바로 갔을 때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더 많잖아요? 한국에서 실력을 더 키우고 나서 해외로 나가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은 게 제 생각입니다.

믈브 확실히 해외로 직행해서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다 보니, 대체로 한국을 먼저 거치고 가는 게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네요.

샌프 근데 문득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의문이에요. MLB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도, 선수가 내실을 다져 와서 훗날 KBO리그에 도움이 된다면 그걸 마냥 실패라고 할 수 있을지… 오죽하면 ‘큰물에서 놀아 봐야 한다’라는 말이 있겠어요.

캐롤 그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 선수들이 어느 단계에서 뛰든, 결국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같은 대회에서 국가대표팀으로 뛸 전력이 될 수 있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설령 마이너리그에서만 뛰었을지라도, 그런 무대에서 제 몫을 할 기량을 갖추게 됐다면 해외에서의 생활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야겠죠.

믈브 그렇다면 해외 직행 선수들이 국내 복귀를 결정했을 때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야 하는 현 제도는 어떻다고 보세요? 여전히 장현석(LA 다저스), 김성준(텍사스 레인저스), 문서준(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계속해서 졸업하자마자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리는 유망주가 나오는 만큼, 이 시스템은 한번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니까요.

샌프 처음에는 그게 마냥 선수들에게는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했어요. 근데 찾아보니까 대개 그 유예 기간 동안 군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병역 특례를 받지 못한 한국 선수라면 반드시 군 복무를 해야 하니까, 그 2년이 그렇게 긴 공백기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롤 그래도 2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라고 느껴요. KBO로서는 어린 유망주의 유출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겠지만, 지금 체제가 유지된다면 궁극적으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큰 무대에 도전하는 데 제약이 생겨 버려요. 선수로서는 ‘이런 페널티가 있는데, 그래도 외국으로 나갈 거야?’라는 질문을 받는 기분일 테고요. 그런 의미에서 해당 기간은 단축하거나 없애는 게 맞고, 더 나아가서 KBO리그 선수들한테도 해외리그 포스팅 자격 연차를 줄이면 어떨까 하는 게 제 의견입니다. 아무리 빠르게 KBO리그를 씹어 먹고 나서 MLB로 진출하더라도, 무조건 1군에서 7시즌 이상을 채워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거의 서른이 다 돼야 해외로 갈 엄두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믈브 그래서 최근에는 유망한 선수들을 어린 나이에 적극적으로 해외리그에 보내는 대만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있어요. 이런 방향성이 한국야구의 실정에 놓고 봤을 때 적절하다고 보시나요?

한신 대만과 한국은 근본적으로 리그의 상황이 다르니까 일차원적으로 비교하긴 힘들다고 봐요. 대만은 프로야구의 풀 자체가 작은 편이라서 최대한 빠르게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고요. 반대로 일본 프로야구(이하 NPB)를 예로 들어 보자면,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들은 대부분 NPB의 육성 시스템을 거치고 나서 리그를 폭격한 다음에 미국에 진출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자국 리그에서 성장할 기회가 충분하다면 갓 스무 살이 된 유망주들을 무리해서 해외로 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캐롤 제 생각은 살짝 달라요. 리그 산업과 자본의 관점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겠지만, 국가대표팀을 구성할 때 자국 리그에서 끌어올 수 있는 전력을 놓고 본다면 KBO리그와 대만 프로야구는 오십보백보라고 보거든요? 결국엔 새롭게 가능성을 보이는 원석들에게 큰 무대에서 놀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그 선수들을 얼마나 ‘국제용’으로 키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죠. 그런 면에서 한국이 최근 대만에 패배하는 경기가 늘어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봐요.

타니 전 한신 님의 의견에 덧붙여서, 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두고 여러 가지 제약을 두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으로 다가와요. 어린 학생들에게 얼마든지 ‘실패할 기회’를 겪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리그 수준도 전체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엔 KBO의 목표는 리그 수준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는 거잖아요. 꼭 대만을 벤치마킹하는 건 아니더라도,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해서 기량을 발전시킬 환경을 만드는 게 리그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뱅 어쩌면 현재 리그에 있는 여러 제약이 오히려 재능 있는 선수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원인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언급한 것처럼 국내 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MLB 구단과 바로 계약을 맺으면 해당 선수의 모교에 지원금을 끊어 버리는데, 그렇게 되면 아마야구 선수들의 인프라에도 악영향을 미치잖아요. 저라면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남고 싶기보다는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야구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게 목표라면, 아마야구 선수들의 선택에 제약을 거는 시스템은 바꿀 필요가 있어 보여요.

캐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KBO리그 구단들이 MLB 구단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관계가 활성화되면 괜찮겠다 싶어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SSG 랜더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런 사례가 늘어난다면 어린 선수들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걸 배울 기회가 생기겠죠. 더 나아가서 MLB 구단 산하에 있는 마이너리그 구단과도 일대일로 시스템과 선수 풀을 나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상해 본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믈브 어느 방향을 선택하든, 결국엔 우리 모두 전도유망한 어린 선수들이 한국야구를 지탱하는 대선수로 무사히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어린 선수들이 각자에게 최선의 결정을 내리길 기원하면서, 이번 ‘더그아웃 썰전’도 마칠게요!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1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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