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시대를 사로잡은 디즈니 애니 속 마스코트
애니메이션에서 특히 중요한 것? 사람마다 답이 다르겠지만,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잘 만들어진, 인상적인 캐릭터는 그 애니메이션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로 남곤 한다. 가끔은 주요인물이 아니라 슬쩍 얼굴을 비춘 캐릭터들이 마스코트로 부상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2D로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아부(<알라딘>), 티몬과 품바(<라이온 킹>), 칩(<미녀와 야수>), 세바스찬(<인어공주>), 스티치(<릴로&스티치>)처럼 비교적 최근에 3D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에선 어떤 마스코트를 선보였는지 만나보자.
파스칼
<라푼젤>
반려동물 중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파충류지만, 디즈니의 손길이 닿으면 귀여운 마스코트가 된다. <라푼젤>에서 라푼젤의 유일무이한 친구 파스칼은 카멜레온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동물 ‘버프’(buff)를 잔뜩 입어 라푼젤과 퀴즈를 내고 제스처로 생각을 전하는 등 작은 몸체로 커다란 존재감을 남기는 캐릭터. 유진을 끊임없이 견제하는 모습은 꼭 보호자처럼 느껴지기도.
라푼젤과 파스칼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2017년 TV 시리즈 <라푼젤 시리즈>에서 밝혀졌다. 코브라를 만나 죽을 뻔한 파스칼을 라푼젤이 치유의 노래로 살려줬던 것. 훗날 라푼젤도 파스칼의 도움을 받는 순간이 찾아왔으니 두 사람의 인연은 운명이었구나 싶다. 그 외에도 디즈니 프린세스 유튜브 공식 채널에 파스칼과 막시무스 모음 영상이 있으니 디즈니도 팬들만큼 파스칼을 꽤 사랑하는 모양이다.
헤이헤이·푸아
<모아나>
<모아나>는 개봉 전, 홍보물을 통해 두 가지 동물 캐릭터를 소개했다. 하나는 돼지 푸아, 하나는 닭 헤이헤이. 당연히 두 마리의 동물들이 맹활약하겠구나! 출항한 배에서 헤이헤이가 나왔을 때, 그리고 푸아는 섬에 남은 걸 알았을 때 팬들은 생각했다. ‘속았다’. 보기만 해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꽃돼지 푸아는 사실상 초반부와 결말에서나 볼 수 있는 엑스트라였다.
그런데 아쉬움은 헤이헤이의 역대급 존재감을 통해 사그라든다. 헤이헤이는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동물 캐릭터의 클리셰를 전복시켰다. 생긴 것처럼 멍청해서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거의 하지 못하니까. 몇몇 장면에선 오히려 민폐만 끼치는데, 이게 악의가 있는 게 아니라 고밀도의 순수함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니 그저 웃기기만 하다. 어쩌면 그 멍청함 하나로 반신과 추장 후계자와의 여행을 무사히 마쳤으니, 더 대단한 걸지도 모르겠다.
브루니
<겨울왕국 2>
오랜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겨울왕국 2>는 브루니라는 새 캐릭터를 소개했다. 메인 포스터에 얼굴을 비추더니 단독 캐릭터 포스터까지 공개되면서 제작진에서도 은근히 힘준 캐릭터임을 인증했다. 앞서 소개한 캐릭터들에 비하면 분량은 상당히 짧지만, 엘사나 올라프와의 케미스트리가 압도적으로 좋아서 <겨울왕국 2>만의 마스코트로 임명할 만하다. 브루니는 <라푼젤>의 파스칼과 닮은 구석이 있다. 파스칼은 파충류 카멜레온, 브루니는 양서류 도롱뇽으로 종이 아예 다르지만 애니메이션 디자인을 거치면서 비슷해진 듯하다.
베이맥스
<빅 히어로>
베이맥스야말로 마스코트의 기능을 톡톡히 하는 캐릭터다. 왜? 그리기가 쉽기 때문. 커다란 동그라미에 점을 툭툭 찍어 이으면 그게 베이맥스의 얼굴이다. 몸도 원통을 그리듯 선을 그으면 생각보다 쉽게 완성. ‘풍선 같은 느낌의 로봇’ 아이디어와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데포르메(미술에서 100% 사실적인 묘사 대신 왜곡과 축소를 가해 물체를 그리는 것)가 만나 시너지를 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단순하되 인상적이어야 하는 마스코트에 딱 어울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마스코트만 살펴보면 아쉬우니, 디즈니 실사 영화와 월트디즈니 산하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작품 속 마스코트도 간단하게 소개한다.
단테
<코코>
<모아나> 헤이헤이 못지않은 ‘빙구미’ 캐릭터, 단테. 동네 바보개 단테는 얼떨결에 미겔과 함께 죽은 자들의 땅에 발을 딛게 된다. 개는 유령을 본다는 속설을 활용한 캐릭터. 단테의 순박함을 늘어진 혓바닥 하나로 보여주는 픽사의 표현력도 대단하다.
아부·양탄자
<알라딘>
물론 애니, 실사 막론하고 <알라딘> 최고의 캐릭터는 지니다. 하지만 지니는 로빈 윌리엄스 혹은 윌 스미스라는 배우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알라딘>의 마스코트는 아부나 양탄자가 어울리지 않을까. 둘 다 대사는 없지만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줬으니까.
포키
<토이 스토리 4>
첫인상은 ‘뭐야 저게’ 싶은데, 영화가 끝나면 집에 가서 하나쯤 만들어보고 싶어진다는 그 녀석. 일회용 포크라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에 수제작 친구를 가져본 옛 추억을 떠올리는 아련함까지. 인기가 꽤 많았는지 포키 주연의 스핀 오프 드라마 <포키 에스크 어 퀘스천>(Forky Asks a Question)가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