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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이라 말나오는 '이 드라마'의 노동 환경

조회수 2019. 10. 17. 12: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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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대노조"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도대체 ‘까불이’가 누구야?

KBS2 수목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동안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숨어 지냈던 까불이는 옹산에 터 잡고 살아가는 동백(공효진)을 노리고 접근해 왔다. 동백이 유일한 목격자이기 때문일까. 까불이는 동백이 운영하는 술집 까멜리아의 벽면에 “까불지 말라고 했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너를 매일 보고 있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남겨뒀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서 당차게 살아왔던 동백은 엄습해 오는 두려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까불이는 더 이상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아니었다. 그는 까멜리아의 단골손님이었고 동백과 안면이 있는 선량한 얼굴의 이웃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동백은 무너졌다. 게다가 동백은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그에겐 지켜야 할 아들 필구(김강훈)가 있었다.

KBS2 <백희가 돌아왔다>, <쌈, 마이웨이>를 집필했던 임상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세상의 얄팍한 편견을 꼬집고 그로 인해 상처받았을 사람들을 향해 위로를 건네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옹산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이 현실적이라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또, 전개 과정과 캐릭터, 대사 등이 구수하고 야무져 호평을 받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의 특징은 멜로와 스릴러를 조합해냈다는 점이다. 임 작가는 동백의 주변 인물들을 모두 용의선상에 세우는 필력을 과시하면서 시청자들을 혼란 속에 빠뜨렸다. 또, 동백과 용식(강하늘)의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까불이에 맞서는 연대의 힘으로 확장되고 정체불명의 악에 대항하는 버팀목이자 지지대가 된다.

이처럼 동백과 용식의 순수한 사랑을 응원하는 한편 까불이의 정체를 추리하며 수, 목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더 이상 <동백꽃 필 무렵>을 마음 편히 마주할 자신이 없어졌다. 그 이유는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 현장에 정작 사람 냄새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동백꽃 필 무렵>의 열악한 촬영 현장을 고발하고 나섰다.

“현재 KBS2에서 방영하는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 현장에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표준근로계약서가 아닌 업무위탁계약을 스태프들에게 강요하면서 현재 미계약 상태로 촬영을 진행 중이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 1일 현장 스태프들의 미계약 상태를 해결하고 노동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교섭을 진행했지만, 제작사인 팬엔터인먼트 측은 오히려 현행보다 후퇴한 근무 조건을 제시하는 등 “제작 현장의 스태프들을 기만하고 무시”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교섭 후에 진행된 촬영에서도 총 21시간의 살인적인 고강도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고 규탄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앞서 제작했던 KBS2 <왜그래 풍상씨>, <왼손잡이 아내> 등에서도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동백꽃 필 무렵>에서 드러났듯 개선은커녕 더욱 퇴보한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교섭에서 1일 16시간 촬영(휴게시간 2시간 제외)을 요구하고,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에서 제외하는 등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팬엔터테인먼크에 국한되지 않는다. KBS는 공영방송에 걸맞지 않게 시대에 역행하는 제작 행태를 고수하며 굉장히 이상한 기준점이 되고 있다. 앞서 <닥터 프리즈너>, <국민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등도 수시근로감독 결과 노동법을 21건 위반했음에 드러났지만, 이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다시 한번 KBS의 무책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백꽃 필 무렵>은 현재 시청률 14.5%(16회)를 기록하는 등 현재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가운데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믿고 보는 공효진의 안정적인 연기와 강하늘의 맛깔스러운 사투리 연기에 오정세와 염혜란, 김선영, 손담비 등의 활약이 더해지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이면에 촬영 스태프들에 대한 착취가 자리잡고 있다고 하니 씁쓸하다. 팬엔터테인먼트는 물론 공영방송 KBS도 책임감을 느끼고 이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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