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놀란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승차감이었는데요. 1톤 트럭 포터나 봉고는 물론 개인적으로 승용밴인 스타리아보다 승차감이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전기차 특유의 중량에서 비롯된 묵직한 승차감, 여기에 엔진의 진동이나 소음은 물론 공기 저항을 줄인 설계와 이중접합 유리로 풍절음까지 지워내다 보니 상용차가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덕분에 장거리 주행시 피로감이 웬만한 승용차 못지않게 적었습니다.

160kW의 전륜 모터는 이 거대한 덩치를 이끌기에 충분한 힘을 제공했고 추월가속도 무리 없이 수행했습니다. 주행감이 너무 쾌적하니까 이 차가 화물차라는 점을 주기적으로 상기해야만 했어요. 속력을 높이면 휘청휘청하는 1톤 트럭들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감이 있는 것도 영향이 있겠죠.

스타리아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측면 유리창은 여전히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시트 포지션도 높아서 탑승객이 훤하게 보이는데 정차 중에 핸드폰을 만지작하는 것도 왠지 눈치 보이고 무엇보다 그늘이 없어요. 팔이 너무 뜨겁더라고요.

실물로 보자마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디지털 룸미러는 주행을 해보니 더 필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센터 모니터에 주행 중 후방 디스플레이 모드가 있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되긴 합니다만, 카메라 자체가 워낙에 왜곡이 심하다 보니 뒤쪽에 뭐가 있구나 정도지 이걸 룸미러 대용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더라고요. 바로 뒤에 가까이 있는 차도 화면상으로는 아주 작아 보여요.

가장 중요한 주행 거리도 체크해 봐야겠죠? 76.1kWh 배터리를 품은 이 차의 1회 완충 시 복합 주행거리는 317km, 서울에서 출발할 때의 잔량은 76%, 충전을 결정한 백양사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잔량은 11%였습니다. 고속도로 약 240km를 달리는데 약 65%가 사용된 셈이니 확실히 포터 일렉트릭과 비교하면 체감될 정도로 좋은 성능이네요.

시승 내내 약 700km를 주행하며 기록한 평균 전비는 kWh당 약 4.8km였습니다. 물론 화물차인 만큼 고중량의 짐을 적재한 후라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수치이지만 이 모델의 공인 고속도로 주행거리인 256km는 가볍게 뛰어넘는 효율을 선사했습니다. 충전도 요즘 부쩍 늘어난 초급속 충전기들을 이용하면 장거리 주행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아요. 화장실 한 번 들렀다 나와서 후두과자 한 봉지와 다시 소변으로 바뀔 커피 한 잔 사들고 나오는 십수 분의 짧은 시간에도 꽤나 많은 양이 충전돼 있으니까요. 이건 내연기관 차를 타도 어차피 똑같은 코스를 밟잖아요.

다만 충전 설비에 따라서 충전 금액과 소요시간의 급격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은 분명 단점이죠. 저 역시 내려가는 길에 이서 휴게소를 지나 목적지에 좀 더 가까운 백양사 휴게소에서 충전을 하게 됐는데 충전기가 구형이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빠른 충전을 위해서는 충전기를 골라서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죠.

그렇게 한 번의 충전을 곁들여 목적지인 담양에 도착했습니다 완충이 되어 있었다면 한 번에 왔을 거예요. 평소라면 봉고로 날랐을 블루베리 상자를 이 ST1으로 옮겨 봤습니다. 적재 면적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만, 이 차의 낮은 바닥은 활용하는 환경에 따라 장점일 수도 또 단점 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적재함에 드나들기는 간편했지만 무거운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또 들어 올릴 때는 오히려 바닥이 높은 1톤 트럭에 비해 불편했어요.

마침 노후 경유차를 대체할 짐차를 고려하고 있는 형과 이 ST1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봤는데요. 단점은 의외로 명확했습니다. 일단 차가 너무 커서 부담스럽습니다. 차폭과 높이가 2m가 훌쩍 넘고 전장도 무려 G90 롱바디보다 긴 5.6m에 달하다 보니 별도의 차고지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오너분이라면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 떠나서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는 참 부러운 옵션 중에 하나요.

여기에 과거 '리베로'에서 지적받았던 넓은 회전반경 역시 이 ST1이 그대로 이어받았죠. 긴 전장으로 유턴이 힘겨워졌고 골목길이나 농로길 같은 좁은 도로에서의 거동이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기본 적용된 각종 첨단 사양, 기존 1톤 화물차들과 결을 달리하는 배터리 용량과 주행 편의성, 특히 '안전'이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생각하면 조금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막상 구매를 고민하는 입장이라면 선뜻 손이 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차가 승용차가 아니라 가격을 최우선 가치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용차이기 때문에 더욱이요.

짧은 시승이었지만 차량의 완성도가 훌륭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기존 1톤 트럭들의 단점을 확실하게 보완했고, 현대차의 바람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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