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잡지 못한 LG.. 울면서 웃는 이유는?

[민상현의 풀카운트] KS MVP 김현수를 보낸 LG의 도박, ‘잠실 빅보이’는 과연 전화위복의 열쇠인가

통합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LG 트윈스는 가장 뼈아픈 이별을 맞았다.

한국시리즈 MVP 김현수가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베테랑이자 상징이었던 타자를 잃은 충격은 단순한 전력 손실을 넘어선다.

타선의 무게감, 더그아웃의 중심, 그리고 ‘이 팀은 언제나 김현수가 있다’는 안정감까지 함께 빠져나갔다.

사진제공=KT 위즈(이하 동일)

김현수는 올 시즌 타율 0.298, OPS 0.806, WAR 3.2로 여전히 리그 정상급 생산성을 유지했다.

나이를 잊게 만드는 꾸준함이었고, 중요한 순간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였다.

LG가 그를 붙잡지 못한 선택은 결과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야구는 늘 빈자리를 남기고, 그 빈자리는 새로운 질문을 만든다.

LG가 김현수의 이탈을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 해답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바로 ‘잠실 빅보이’ 이재원이다.

사진제공= LG 트윈스(이하 동일)

12월 상무에서 전역한 이재원은 한때 LG가 꿈꾸던 차세대 거포였다.

191cm, 106kg의 압도적인 체격, 잠실을 넘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우타 파워. 하지만 1군에서는 늘 ‘미완’에 머물렀다.

상무 입대 전까지 220경기에서 타율 0.222, OPS 0.701. 삼진은 많았고, 확신은 부족했다.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그런 이재원이 군 복무 기간 동안 완전히 다른 선수로 돌아왔다.

2025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29, 26홈런, OPS 1.100. 숫자만 봐도 ‘폭격’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최근 국가대표 평가전과 아시아 윈터리그에서 보여준 대형 홈런포는 그의 장타력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흥미로운 점은 변화의 이유다. 이재원은 타격 메커니즘보다 ‘생각의 차이’를 강조했다.

조급함을 버리고, 루틴을 믿고, 단순해졌다는 고백. 그 결과는 출루율 0.457이라는 수치로 증명됐다.

힘만 남은 거포가 아니라, 기다릴 줄 아는 타자로의 진화다.

염경엽 감독은 이미 답을 정했다. 김현수의 빈자리에 외부 수혈보다 이재원에게 먼저 기회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위험한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통합 우승을 이룬 팀이 감수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도전이기도 하다.

물론 과제는 분명하다.

1군 변화구 대응, 선구안의 지속성, 그리고 압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상무의 폭발은 ‘군 리그의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김현수를 잃은 LG는 약해졌을까? 아니면 새로운 시계를 돌리기 시작했을까?

이재원이 잠실의 중심 타자로 서는 순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통합 우승 이후 LG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실험은 이미 시작됐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