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아 망가뜨린 클럽 교체 가능?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2023. 1. 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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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미국골프협회·영국왕립골프협회, 규칙 현대화 내걸고 올해 추가 개정
2019년 혼다클래식에서 트러블 샷 이후 나무 치기를 하는 저스틴 토머스. [PGA투어 트위터 캡쳐]
#1 저스틴 토머스(30·미국)는 2019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혼다클래식 1라운드 10번 홀에서 티샷이 나무 뒤에 떨어져 9번 아이언으로 트러블 샷을 구사했다. 환상적으로 공을 빼냈지만 9번 아이언이 나무에 맞고 휘어져 더는 쓸 수 없었다. 하지만 골프 규정에 따라 손상된 클럽을 교체할 수 없었던 토머스는 긴급 수리를 시도했으나 포기했다. 이후 그는 9번 아이언 거리인 155~160야드가 남으면 피칭웨지를 120% 파워로 치면서 힘겹게 라운드를 마쳐야 했다.

#2 토머스와 절친한 사이인 리키 파울러(35·미국)는 2019년 PGA투어 피닉스오픈 4라운드 11번 홀에서 칩샷이 페널티 구역(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1벌타를 받고 드롭을 한 파울러가 그린을 살피는 사이 공이 경사를 타고 굴러 다시 물에 빠졌다. 선수의 잘못이 아닌데도 다시 1벌타를 받은 끝에 트리플 보기로 홀아웃했다. "퍼팅 그린에 있는 공을 집어 올렸다 리플레이스한 후 그 공이 움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연의 힘에 의해 공이 움직였을 경우 멈춘 자리에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골프 규칙 9.3 때문이었다. 물에 들어간 공을 칠 수는 없었기에 벌타가 부과된 것이다.

엄동설한은 룰 공부의 적기

당시 토머스는 "말도 안 되는 규칙"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파울러도 토머스의 상황에 대해 "야구에서 배트가 부러지거나 아이스하키에서 스틱이 부러지면 더는 경기를 못 하는 것이냐"며 역성을 들었다.

아마추어 골퍼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던 두 사례를 둘러싼 규정이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골프 규칙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2019년 규칙 현대화를 내걸고 대대적으로 개정한 뒤 분기별로 보완해오다 2023년 다시 개정하면서 두 규칙을 수정한 것이다.

이제 손상된 클럽 교체는 모든 대회에서 허용된다. 선수가 고의로 망가뜨린 경우가 아니거나 외부의 영향으로 손상된 클럽은 교체할 수 있다. 기존에는 손상된 클럽을 수리해 쓸 수는 있어도 교체는 로컬 룰에 의해서만 가능했다.

파울러 사례처럼 공이 바람, 경사 등 자연의 힘에 의해 페널티 구역으로 굴러 들어가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경우 구제받을 때 부과되던 벌타도 없어졌다. 지난해까지는 이런 경우 멈춘 곳에서 다음 플레이를 해야 했다.

파울러가 2023년 대회에서 비슷한 상황을 만났다면 물에 빠진 공을 주어 다시 원래 자리에 놓고 플레이를 하면 됐다. 벌타는 물론 없다. 예를 들어 러프에 있던 공이 저절로 벙커로 굴러 들어갔다면 페널티 없이 공을 벙커에서 꺼낸 뒤 치면 된다. 지난해까지는 벙커에서 플레이를 해야 했다.

경기 후 스코어카드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무조건 실격 처리되던 규정은 로컬 룰에 따라 페널티가 완화될 수 있도록 했다. 실격 처리가 안 되면 마지막 홀에 2벌타를 추가한다.

잘못 교체된 공을 플레이한 경우에 부과되던 벌칙도 완화됐다. 다른 공으로 교체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을 바꿔 경기를 진행한 경우 그간 2벌타가 주어졌지만 올해부터는 1벌타다.

골프 규칙은 복잡한 데다 라운드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다양해 헷갈릴 때가 많다. 심심풀이 내기를 하다가도 규칙 적용을 둘러싼 갈등 탓에 고성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 평소 틈틈이 골프 규칙을 파악해두면 골프 라운드뿐 아니라, 경기 관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엄동설한이 찾아드는 겨울철은 '룰 공부'의 적기다.

티잉 구역 벗어나 티샷 하면 2벌타

KLPGA투어 대회에서 서연정이 카트 도로에 떨어진 공을 구제받고 있다. [박태성 작가 제공]
대한골프협회에 자주 문의가 들어오는 골프 규칙 가운데 하나가 티샷과 관련된 내용이다. 주말 골퍼 사이에 "배꼽 나왔다"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한 발짝이라도 멀리 보내고 싶은 본능에서 비롯되거나 무심코 나오는 행동일 수 있다. 티 마크를 기준으로 뒤쪽의 두 클럽 이내 직사각형에 해당하는 티잉 구역(Teeing Area)을 벗어나 티샷을 하면 규칙 6.1에 따라 스트로크 플레이는 2벌타가 부과된다. 몸은 구역 밖으로 나와도 무방하다.

조던 스피스(30·미국)와 헨릭 스텐손(47·스웨덴)은 2021년 PGA투어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 4라운드 9번 홀(파5) 티샷을 17번 홀(파3)에서 날렸다가 각각 2벌타를 받았다. 9번 홀 티잉 구역이 앞선 1~3라운드 때와 달리 마지막 날에는 17번 홀로 바뀌었는데 두 선수 모두 기존 티잉 구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낚시꾼 골퍼' 최호성(50)은 2020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부산경남오픈 3라운드 18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다 심하게 뒤땅을 쳤다. 티 위에 있던 공조차 맞히지 못했지만 바람의 영향으로 공이 앞으로 떨어졌다. 최호성은 비록 '헛스윙'했지만 치려는 의도가 있었기에 한 번 친 것으로 인정받은 뒤 다시 티 위에 공을 올리고 두 번째 샷을 했다. 만약 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 첫 번째 샷을 다시 플레이하게 된다.

연습 스윙이었다면 헛쳐도 타수를 추가하지 않는다. 공이 티에서 떨어져도 다시 치면 된다. 어드레스 직후 스윙을 했는데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면 동반자와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푸근한 동반자가 "못 봤다"고 하거나 "연습한 거지"라고 슬쩍 넘어간다면 벌타 없이 칠 수 있지만 스윙한 것으로 인정하면 다음 샷이 2타째가 된다. 이때 최호성처럼 공이 여전히 티잉 구역에 머물러 있다면 티에 올릴 수 있다.

티잉 구역에서 티샷한 공이 '오잘공'처럼 보였는데 막상 페어웨이에 가보면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규칙 18.2에 따라 3분 안에 찾지 못하면 분실된 공으로 처리돼 티잉 구역으로 돌아가 3번째 샷을 해야 한다.

주말 골퍼들의 친선 라운드에서 로컬 룰(로컬 롤 모델 E-5)이 설정된 경우라면 공이 분실되거나 OB(아웃 오브 바운드)가 났을 때 2벌타를 받은 뒤 앞에 나가서 그냥 칠 수도 있다. 이때는 공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과 가장 가깝지만 그 기준점보다 홀에 더 가깝지 않은 플레이 중인 페어웨이 위 지점에 드롭하거나 특설티(OB티)를 이용하면 된다.

골프장에는 다양한 말뚝이 있다. OB 구역을 표시하는 하얀 말뚝 근처에 공이 떨어져 스윙에 방해를 주더라도 뽑을 수 없다. 하얀 말뚝은 코스 경계물이라서 뽑고 칠 경우 스트로크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개선(규칙 8.1)한 것으로 간주돼 스트로크 플레이는 2벌타, 매치플레이는 홀 패배라는 페널티를 받게 된다.

페널티 구역을 나타내는 노란 말뚝과 빨간 말뚝, 거리 표시 말뚝은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이라 언제든 뽑을 수 있다. 말뚝을 제거하다 공이 움직이면 페널티 없이 리플레이할 수 있다. 거리 말뚝을 제거할 수 없을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 지점에서 한 클럽 이내 드롭하면 된다.

공이 애매한 위치에 놓이면 OB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코스 경계는 지면과 경계 말뚝의 코스 쪽 접점들을 이은 선으로 규정된다(규칙 18.2a·그림 참조). 말뚝 자체는 OB에 해당한다. OB 라인과 코스에 공이 걸쳐 있다면 OB가 아니므로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타구가 카트 도로를 맞고 한참 굴러가는 '도로공사 협찬'을 받을 때가 있다. 공이 카트 도로 위에 놓였다면 주말 골퍼는 대부분 "드롭할게요"라면서 공을 집어 들어 옮기거나 페어웨이로 던지기도 한다.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인 카트 도로에 공이 멈추거나 스탠스가 카트 도로에 걸릴 경우에는 벌타 없이 구제받을 수 있다.

아웃 오브 바운드(OB) 규정. [대한골프협회 제공]

카트 도로 위는 벌타 없이 구제 가능

카트 도로 구제를 받을 때는 공과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 지점인 '기준점'을 찾아야 한다. 카트 도로 같은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의 방해로부터 벗어나 어드레스를 했을 때 클럽 헤드가 놓인 곳이 기준점이 되는데, 코스 안쪽과 바깥쪽 중 원래의 공과 가까운 곳을 택하면 된다. 구제 구역은 페어웨이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카트 도로보다 더 나쁜 곳에서 쳐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카트 도로 위에서 그냥 치는 선수도 있다. 구제 구역은 기준점으로 한 클럽 길이 이내 홀에서 가깝지 않은 범위인데, 보통 가장 긴 클럽인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동물이 든 구멍, 수리지,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 일시적으로 고인 물 등도 모두 카트 도로와 구제 방법이 같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규칙 적용은 달라져야 하며, 자칫 벌타 사유가 되기도 한다. 가령 카트 도로가 스탠스에 걸리더라도 공이 카트 도로 옆 덤불 속에 있다면 구제받을 수 없다. 카트 도로가 아니더라도 덤불 때문에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트 도로 때문에 방해가 된다고 무조건 구제를 받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골프는 에티켓과 명예의 게임이다. 심판이 따로 없다. 나를 알고 룰을 알면 18홀 여정이 더욱 유쾌해질 것이다.

(도움말: 구민석 대한골프협회 차장)

김종석 부장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일보 스포츠부장을 역임한 골프 전문기자다. 1998년부터 골프를 담당했고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주요 종목을 두루 취재했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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