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비행사 헬멧 속에 얼굴을 숨긴 소년이 있습니다. 수많은 수술을 견뎌낸 얼굴로 처음 학교에 가는 아이, 어기의 이야기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118주간 오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원더'는, 개봉 당시 미국에서 쟁쟁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는 역주행 흥행으로 화제를 모은 힐링 명작입니다.

열 살 어기, 처음 세상에 나가다
선천적으로 남들과 다른 얼굴을 갖고 태어난 어기는 줄곧 집에서 엄마와 홈스쿨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열 살의 어느 날, 처음으로 학교라는 세상에 발을 들이죠. 쏟아지는 시선과 수군거림 속에서 어기가 조금씩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큰 줄기입니다. 아역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특수분장 너머로도 빛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어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의 영리함은 시점의 전환에 있습니다. 어기뿐 아니라 누나 비아, 친구 잭 윌 등 주변 인물들의 시선으로도 이야기가 진행되죠. 동생에게 밀려 외로웠던 누나의 속마음, 우정과 죄책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친구의 진심까지. 모두가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이 구조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괴롭힘과 화해, 우정의 성장을 다루면서도 시종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연출이 돋보입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따뜻한 존재감
어기의 엄마 이자벨 역은 할리우드 대표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맡았습니다. 아들을 세상에 내보내는 두려움과 믿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엄마를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죠. 아빠 역의 오웬 윌슨과 함께 만들어내는 유쾌하고 단단한 가족의 풍경은 이 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친절함을 선택하라는 한마디
영화에는 오래 기억되는 문장이 나옵니다.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친절함을 선택하라는 것. 거창한 반전도 자극도 없지만, 이 단순한 명제가 관객의 마음을 흔듭니다. 관람을 마친 뒤 내 주변의 어기들을 떠올리게 되는, 여운이 긴 영화입니다. 학교 이사회 앞에서 아이들을 대변하는 교장 선생님 등 어른들의 품격 있는 순간들도 이 영화의 미덕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이유
'원더'는 아이에게는 배려를, 어른에게는 반성을 안기는 보기 드문 가족 영화입니다. 학기 초, 새 학교나 새 교실이 낯선 아이와 함께 보면 더할 나위 없죠. 웃음과 눈물의 균형이 좋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지만, 엔딩의 박수 소리는 꽤 오래 마음에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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