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 세계일주 상품을 냈던 여행사의 최후
설립 178년째의 여행사인 토마스 쿡(Thomas Cook)이 지난달 파산했다는 뉴스가 나와 충격을 줬습니다. 토마스 쿡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죠. 오래 전에 이미 세계일주 상품을 출시한 회사이자 여행업계의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토마스 쿡은 현대적인 여행의 개념을 창조한 회사죠. 1841년 세계 최초로 단체 기차 여행상품을 기획했고 이후 패키지여행, 여행자 수표, 외화 환전 서비스, 여행책자 발간 등을 모두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설립자 토마스 쿡은 1808년 영국의 중부도시 멜버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랐습니다. 나중에 교회 전도사가 된 그는 독특한 발상을 합니다. 레스터(Leicester)에서 열리는 금주 캠페인에 많은 사람을 참가시키려고 철도회사를 찾아가 특별열차 운행 승인을 받아낸 것이죠.
1841년 7월 5일, 철도 9량을 빌린 토마스 쿡은 570명의 금주 집회 참석자를 모집해 러프버러에서 19㎞ 떨어진 레스터까지 가는 특별열차 운행을 실시했습니다. 비용은 1인당 1실링 수준. 열차 탑승료에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과 간단한 점심이 포함된 나쁘지 않은 요금이었죠.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는 현대 여행업의 창시자가 됩니다. 1845년에 토마스 쿡은 레스터, 노팅엄, 더비에서 리버풀로 가는 여행을 조직합니다. 리버풀 여행은 1200명에게 예약될 만큼 인기가 있었습니다. 너무 인기가 좋아서 2주 후 800명의 추가 고객을 받을 정도였죠. 여행객에게는 가이드북의 초기 버전인 핸드북을 줬습니다. 경로와 목적지에 대한 정보가 제공됐고 사람들은 매우 좋아했죠.
산업 혁명으로 인해 꾸준히 수입이 증가하는 것을 본 토마스 쿡은 장거리 여행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855년에 쿡은 영국의 동부 항구인 하위치에서 벨기에 앤트워프, 브뤼셀, 독일 쾰른, 하이델베르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파리까지 가는 첫 대륙 투어를 진행합니다. 이는 여행, 숙박, 식사가 포함된 완전한 패키지 투어였습니다.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여행지와 연결된 여행 상품은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1865년 토마스 쿡은 런던에 첫 번째 여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사무실에는 가이드북, 수하물 가방, 망원경 및 신발 등 여행용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상점도 있었습니다. 세계를 대표하는 여행사의 작은 출발이었습니다.
토마스 쿡은 1865년 북미에서 6400㎞의 철도 노선을 여행하는 상품을 냈고, 1869년에는 이집트와 팔레스타인으로 첫 번째 여행 단체를 보내며 장거리 지역으로 여행지를 확대했습니다.
1871년에는 그의 아들 존 메이슨 쿡이 합류하면서 회사의 공식 명칭은 토마스 쿡 앤드 썬(Thomas Cook & Son)으로 변경됐습니다. 같은 해 회사는 이집트 나일강 크루즈 여행의 선구자가 됩니다. 나일강 여행 상품은 큰 인기를 끌었는데 훗날 추리소설 작가인 아가사 크리스티가 이를 배경으로 '나일강의 죽음'(1937년)이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쿡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1872년 9월에는 63세의 나이로 최초의 세계여행 상품을 조직하고 떠납니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고 미국 동부와 서해안을 연결하는 철도망이 완성되면서 이러한 여행이 가능해졌죠. 당시 경로는 미국(뉴욕, 디트로이트, 샌프란시스코 등)까지, 일본(요코하마, 오사카 등), 중국(상하이,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인도(델리, 봄베이 등), 이집트, 팔레스타인 등이었습니다. 여행 기간은 총 222일, 이동 거리는 4만6670㎞에 달했습니다.
성장을 거듭한 회사는 전 세계에 지점을 냅니다. 카이로(1872년), 이스라엘 자파(1874년), 예루살렘(1881년), 콘스탄티노플(1883년), 알제리(1887년), 튀니지(1901년), 수단의 카르툼(1901년) 등에 오픈하죠. 토마스 쿡은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설립한 회사는 여행의 대명사로 자리하면서 꾸준히 발전합니다.
1965년에 토마스 쿡의 이익은 처음으로 100만 파운드를 돌파합니다. 최근에는 자체 항공사를 운영할 정도였고, 연매출 90억 파운드, 연간 이용객 1900만명, 16개국 직원 수 2만2000명 등을 달성하며 글로벌 여행 그룹으로 자리했습니다.
그러나 여행 트렌드가 패키지에서 개별적인 자유여행으로 급변하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됐죠.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아바'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인 60%가 해외에서 휴가를 보냈는데, 7명 중 한 명만 오프라인 점포에서 여행상품을 샀습니다. 온라인 세상에 대비하지 못했던 토마스 쿡은 급격히 추락했습니다. 17억 파운드(2조5311억원)의 막대한 부채에 짓눌린 끝에 토마스 쿡은 지난달 23일 파산 선언을 했습니다.
안타까운 결말이지만 여행업에서 토마스 쿡의 업적은 작지 않습니다. 우선 단체할인제도를 도입해 가격을 낮추고 여행을 대중화했죠. 쿡은 싼 요금으로 알찬여행을 제공하고자 교통과 숙식을 포함한 여행상품을 판매했고 이것은 오늘날의 패키지 상품의 기틀이 됐습니다. 1880년에는 5개 국어로 된 관광여행 안내지를 발행했고, 1888년까지 세계 각국에 60개 이상의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또한 해외여행인솔자의 도입, 수속절차의 대행 등 현대 여행업의 업무를 최초로 실시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100년 전 토마스 쿡이 홍보했던 여행지가 지금도 주요 관광지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 인기 여행지였던 스코틀랜드 고원, 파리, 스위스 알프스, 이집트, 고대 도시 페트라, 호주 등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여행업계의 혁신기업이자 선구자였던 토마스 쿡. 하지만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해 긴 역사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