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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립영화 감독에게 100억 제작비를 준다면?

조회수 2019. 9. 5. 11: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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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집> 의 윤가은 감독

2016년 영화 <우리들>에 이어 <우리집>으로 돌아온 윤가은 감독. 두 번째 작품도 전작에 못지않은 큰 영향을 끼치면서 현재 3만 4천 명이 넘는 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성적으로 한국 독립영화의 내실을 키워온 윤가은 감독과 영화와 관련한 비하인드 부터, 독립영화 감독으로서의 고뇌, 100억의 제작비가 생기면 만들고 싶은 그녀의 꿈이 담긴 희망작(?)과 관련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다.


-영화 잘 봤다. 직접 본 소감은?


첫 영화 만들 때 너무 어려워서 두 번째는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더 어려웠다. (웃음) 촬영 내내 변수가 많았고 사건사고가 많아서 개봉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우선 개봉한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영화 개봉이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나온 것도 있지만 실수가 많이 보여서 관객분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과거 타 매체 인터뷰에서 차기작은 여중생을 주인공으로 한 '중2병'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번에도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는지?


사실 그 프로젝트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다. 원래는 소라라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주인공인 영화였다. 그러다 시나리오를 지속해서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족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고, 소라가 아동학대를 받는 초등학생을 알게 되면서 그 친구를 나름의 방식으로 구하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1년 동안 이 이야기를 계속 붙잡고 있다 보니 너무 힘들었고, 이야기도 슬퍼져서 나 자신도 괴로웠다. 그러면서 정말 내가 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나 고민하게 되었고, 이런 요소들을 배우들에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결국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우리들>이 조금 무거웠다면 이번에는 조금은 다른 에너지가 담긴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 빈 곳을 메꾸려다 보니 다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중학생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


-이번 영화는 윤가은의 <나홀로 집에>를 보는 것 같아서 더욱 유쾌했다. (웃음) 아이들이 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귀엽게 그려졌다. 이러한 설정은 어떻게 완성했나?


<나홀로 집에>라니 표현이 좋다.(크게웃음) 이것은 평소 내가 가진 생각이었다. 어렸을 때 내 자신을 돌아볼 때 내 스스로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족의 문제는 부부와 같은 어른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실제로 그로 인해 아이들은 그러한 가족 문제가 자신의 책임 때문이라 느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 자체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집을 지키는 설정은 아이들의 그러한 본능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우리들>,<우리집>의 아이들은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계층적 차이도 있는 만큼, 가족의 부재도 담겨있다. 이러한 각자의 차이를 통해 강조하거나 말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


어떤 사회의 계층의 문제에서 오는 것을 드러내기보다는 아이들도 가족, 사회 구성원이기에 모든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본인의 가족이 어느 정도 경제적 상황인가 그것은 부모가 만드는데 이것은 어떻게 소화하는가라 생각했다. 이것은 그런 사회적 작용 또한 무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가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의 가족을 생각할 때 이 가족이 뭔가 경제적으로 부족한 집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대신 부부간 불화 자체로 문제를 설정하고 싶었다. 그러다 유미의 집을 발전시키면서 유미의 문제는 다른 문제로 그려보고 싶었다. 부모가 문제이기보다는 경제적 문제로 부재한 상황이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 있지만, 아이들은 본질적으로 외로움의 감정을 느끼고 있기에 그런 점을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좋은 가족이란 무엇인가?


어떤 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웃음) 가족에게는 정해진 형태와 모형 가치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안에도 굉장히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이 가족이다. 그것을 고정적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참 힘들어질 따름이다. 변화무쌍한 순간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적응하는 것이 가족이라 생각된다. 그것을 받아들일 때 편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아역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태프들에게 촬영수칙을 만들어 지키게 한 일화도 유명하다. 기자들에게도 해야 할 질문을 정해주셨는데, 이같은 사례를 만드신 일화가 있으신가?


사실 이 수칙은 나에게 있어서 반성문과 같다. 과거 아역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때 그 배우들에게 행한 실수한 일들이 여럿 있었고, 새 영화를 작업할 때 마다 정신 차리자는 의미로 이런 수칙을 만들었다. 그런데 내가 이 수칙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못한 적이 많다. (웃음) 아역 배우들은 우리 어른들에게 있어 동료이지만 우리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 대한 정체성이 참 어려워진다.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감정적 모습을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괜찮다고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나 미안했다. 그 점을 보면서 앞으로는 수칙을 늘려야겠다 생각했다. (웃음)



-감독님은 아이들의 심리를 어디서 연구하시나?


장편을 만들기 전에는 아르바이트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을 만나는 걸 좋아해서 영화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 등 어린이와 관련된 사건사고를 보면서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개인적 취향이 나에게 담겨있는 것 같다.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그렇게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계속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는 이유는?


내가 여자아이로 자라 낳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웃음) 과거에 비해 어린이 성장, 서사 영화가 많이 없었던 것도 이유가 있었고, 소년들의 모험 영화는 있는데, 여자아이들이 주축이 된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 내가 채워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소녀였을 때의 이야기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역배우들이 의도치 않게 기존 각본의 표현을 넘어서 깜짝놀랄 표현을 한 장면이 있다면?


추상적 개념을 아역배우들이 어떻게 전달해 줄지 궁금했고, 관객들이 이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 고민도 컸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이 바로 부모님의 싸움 장면이었다. 부모 역할을 맡은 두 배우 모두 실제 부부여서 그들에게 즉흥적인 싸움을 주문했고, 하나역을 맡은 김나연 배우에게 부모의 싸움을 보는 아이의 모습을 자유롭게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내가 생각한 이 장면의 오프닝은 부모가 싸우는데도 해맑게 웃으면서 "밥먹자"라고 밝게 웃으며 말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 김나연 배우가 연기한 하나의 모습은 부모의 싸움을 보고 아무말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아이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 상황을 보면서 저게 바로 아이들이 실제로 부모의 싸움을 보고 느끼는 모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영화 엔딩에서 하나가 가족들에게 본격적으로 "밥먹자"라고 말하는 모습도 어떻게 말할지 지켜봤다. 김나연 배우는 그 장면에서 미세한 입술 떨림과 감정으로 그 대사를 표현했는데, 나에게는 그 순간이 너무나 강렬한 애드립으로 다가왔다. 


-엔딩 장면은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


아이들이 가출하고 외박을 하는 장면이 들어가길 원했고, 결국에 가족을 마주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끝내야겠다 생각했다. 하나가 다시 가족을 마주했을 때는 조금은 다른 감정을 갖길 원했다. 너무 아픈 마음이지만 어린 친구가 지금의 가족의 형태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하나가 한 번이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가족들과 함께 밥 먹는 게 하나의 소원이었기에 그 장면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내가 그 장면을 설정해 놓고도 민망했다. (웃음) 나중에 아빠 역할을 한 배우가 나에게 말했는데 "감독님, 가족들이 하나가 차리는 밥을 안 먹는 거 보면 하나가 차린 밥이 맛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 라고…(웃음)


-그러고 보면 <우리들> 때도 그렇고, 이번 영화도 엔딩과 오프닝의 법칙이 같다. 엔딩이 오프닝과 같은 장면으로 이어졌다고 할까? 이런 장면을 유지하시는 것도 감독님 나름의 수칙인가?


그러게…(웃음) 어쩌다 각본을 수정하다 보면 항상 그 지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무래도 내가 수미쌍관을 좋아한 것 같다.(웃음) 내가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상적 이야기를 하고있다는 마음이 있다. 그 과정에서 일상 안에서 느끼는 변화, 그 안에서의 발생하는 작은 마음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이 처음 시작한 일상의 공간인것 같다.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모험을 겪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다른 상황과 선택을 하는 인물들의 태도를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 <그것>이나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같은 최근 나온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여러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가 있었나?


작년에 개봉했던 <프리다의 그해 여름>이라는 작품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작품은 영화제 심사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부모를 잃은 아이의 상실감과 감정을 아주 쉽게 이야기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도 참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장르성이 강한 작품이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이런 작품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동안 저예산의 독립영화만 연출하셨다. 만약 감독님에게 100억 원 이상의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 제안이 온다면?


(크게 웃음) 글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해보고 싶다. (웃음) 장르의 외피를 썼지만, 아이들의 형태를 잘 담은 영화라 해야할까? 아이들이 큰일을 해내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아이들이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를 가끔 생각하고는 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내느냐다. (웃음) 그런 점에서 볼 때 정말 <기묘한 이야기>가 나에게 있어서는 큰 자극제가 되었다. 근데 누가 나에게 그런 돈을 줄까? (웃음)


-요즘 영화외 관심사가 있으시다면?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내 일상을 실제로 움직이는 게 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렸을 때 영화를 좋아했던 순간을 특별한 이야기로 발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도 관심이 있다. 어느날 갑자기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어떤 이야기가 되고 영화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생각을 한다. 이것을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할까? 재미있을까? 접전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우리들> 연출 당시에도 강사로 여러 번 일하셨다고 들었다. <우리들>로 수상 행렬을 이어나간 이후 영화 활동 여건을 어떠셨는지? 영화 일을 안정적으로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아르바이트는 여전히 하고 있다. 대신에 그 종류가 달라졌다고 할까? 그동안 강사 아르바이트만 했다면, 이제는 영화 관련 특강과 GV 행사를 통해 영화 관련 일을 지속해서 할 수 있는 부업을 얻게 되었다. <우리들>을 통해 떼돈을 벌지 못했지만, 월세와 기초금을 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었다. <우리들>이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다양성,어린이 영화시장이 어렵다. 성인 관객들이 이런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셔야 지속적으로 제작할수 있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계속 시도해 보고 싶다.  

우리 영화 볼래?: <우리집>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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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시네마 아르떼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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