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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소영, 오늘은 전지현..제가 그 '삼성손'입니다

조회수 2020. 9. 24.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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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별명은 '삼성손'입니다" 톱스타의 손을 대신하는 그녀

마음 편히 손에 물 한 방울 ‘못’ 묻히고 사는 직업이 있다. 광고에 나오는 국내 톱스타들의 아름다운 손이 사실은 그녀의 손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손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손을 안 쓴 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다. 손 전문 모델 윤선영(34)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윤선영씨 인스타그램 캡처
손 전문 모델 윤선영 씨.

-자기소개를 해달라.


“손 전문 모델 윤선영이다. 2010년부터 손 모델로 일했다. 경력 10년 차다.”


-직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텔레비전이나 지면 광고에 나오는 손을 연기한다. 제품이나 음식 등을 만지는 모습을 주로 찍는다. 손연기로 제품이 더 돋보일 수 있게 한다.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금속디자인과를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었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주얼리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회사가 어려워졌다. 졸업 후 아버지 회사로 들어가서 일을 도와야했다. 의료기기나 가전제품 등을 디자인 했다.”

./윤선영씨 제공

-손 모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취미로 개인 블로그를 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일상 이야기를 주로 올렸다. 그중 직접 네일아트를 하고 올린 사진이 있었다. 사진을 본 사람들이 ‘손이 예쁘다’는 댓글을 많이 달더라.


광고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던 분이 손 사진을 보고 연락을 해왔다. 그때까지 손 모델이라는 직업은 생각도 못 했었다. 회사와 미팅을 했고 바로 캐스팅됐다.”


-첫 광고는 무엇인가.


“배우 고소영씨가 출연한 두부 광고다. 고소영씨 얼굴 옆에서 두부를 들고 있었다. 또 고소영씨가 태블릿을 터치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손을 연기했다. 톱스타와 함께한 첫 촬영이라서 정말 떨렸다.”

출처: 유튜브 채널 'Samsung' 영상 캡처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 등장한 윤선영씨의 손.

-현재까지 출연한 광고들은 무엇인가.


“국내 톱스타인 전지현, 이나영, 한효주, 수지 등 많은 연예인이 출연한 광고에서 그들의 손을 대신했다.


가전제품, 화장품, 식품, 주얼리 등 웬만한 광고는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삼성, LG, 화웨이, 구글,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맥도날드, 버거킹, 삼성카드, 입생로랑, 티파니 등 유명 브랜드 광고에 등장하는 손을 연기했다. 


삼성 브랜드의 광고 촬영을 가장 많이 한다. 한 달에 2~3번 삼성 광고를 찍는다. 신제품이 나오면 미팅을 거치지 않고 촬영을 바로 할 정도다. 삼성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매년 출시하고 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촬영한다. 그래서 별명이 ‘삼성손’이다. 삼성 갤럭시폰만 사용하고 있다. 매년 촬영하기 때문에 갤럭시폰에 익숙해야 한다. 광고에서 직접 스마트폰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갤럭시폰을 만지면 낯설 수 있다.


또 광고를 위해 캘리그라피를 배우기도 했다. 갤럭시노트에 글씨를 직접 써야 하는 촬영이 있다. 예쁜 글씨체로 쓰기 위해 배웠다. 스마트폰 외에도 삼성 모니터, TV, 세탁기, 냉장고 등 광고도 거의 다 찍었다.”

./윤선영씨 제공

-본인 손이 나오는 광고를 보면 기분이 어떤가. 


“초반에는 정말 신기했다. 어느 날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영화 시작 전 광고가 나오는데 연달아 3~4편 광고에서 내 손이 나오더라. ‘계속 내 손이 나오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퀘어, 두바이, 유럽 등 해외 광고판에 내 손이 등장하는 광고가 나간다. 정말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 촬영은. 


“아무래도 힘들었던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0시간 넘게 김치를 썬 적이 있다. 또 물 속에서 제품을 꺼내는 광고도 힘들었다. 출렁이는 물 속에서 제품을 흔들림 없이 한 번에 꺼내야 했다. 손에 떨림이 전해질까 봐 숨도 쉬지 못했다.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광고 촬영도 기억난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카메라가 실려있는 차를 쫓아 뛰었다. 앵글을 벗어나지 않게 뛰면서 웨어러블 기기를 터치해야 했다.”

출처: 윤선영씨 인스타그램 캡처
광고 촬영 중인 윤선영씨.

-촬영 시간이 궁금하다.


“광고에서 손은 보통 길게는 15초, 짧게는 3초 정도 나온다. 금방 끝날 것 같아도 오래 걸리는 촬영이 있다. 또 30분도 안 걸리는 촬영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금방 끝나는 촬영은 거의 없다.


이틀 내내 촬영한 적도 있다. 촬영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계속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20시간 이상 대기한 적도 있다.”


광고에선 짧게 나오지만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다. 여러 손 모양을 다양하게 보여줘야 한다. 20~30개의 포즈를 취한다.

출처: 유튜브 채널 'whowired' 영상 캡처
윤선영씨가 배우 유아인씨와 찍은 필립스 면도기 광고.

-가장 화제였던 광고는 무엇인가.


“2015년 배우 유아인씨와 찍은 필립스 면도기 광고다. 손이 마치 면도기인 것처럼 얼굴을 여러 번 쓰다듬어야 했다. 계속해서 유아인씨 얼굴을 손으로 부드럽게 만졌다. 톱스타의 얼굴을 계속해서 만지는 광고라서 당시 화제였다.”


-좋은 손 모델의 조건이 궁금하다.


“손가락 길이와 손바닥의 비율이 중요하다.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새끼손가락이 다른 손가락보다 유난히 짧은 경우는 좋지 않다. 또 뼈마디 굴곡이 없어야 한다.


피부색이 하얗다면 더 좋다. 클로즈업되기 때문에 피부 결도 중요하다. 잔주름이 많으면 안 된다.”

출처: 윤선영씨 인스타그램 캡처
윤선영씨의 손.

-손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손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제품을 들어 올리거나 터치하는 촬영이 많다. 예를 들어 광고에서 모델이 남자친구의 손을 잡는 장면이라면 부끄러워하는 손동작을 연기해야 한다. 대본에 ‘수줍게 쓸어 만진다’ ‘놀라면서 떨어뜨린다’ 등 구체적인 손동작 내용이 적혀 있다. 손으로 화내는 것을 표현해야 할 때도 있다.


과거 한 카드회사 광고를 찍은 적이 있다. 15초 안에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면서 손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라고 하더라. 카드를 카메라에 집어 던져야 했다. 짜증이 나고 화 난 상태를 손동작에 담아야 했다. 연기를 못하는 배우를 보면 로봇 같이 느껴지는 것처럼 손연기도 똑같다. 손 연기를 못하면 감정 없이 느껴진다.


손 연기 연습을 열심히 한다. 드라마를 볼 때 주로 배우들의 손만 본다. 어떻게 손을 움직이나 손짓을 본다. 또 손이 많이 나오는 광고를 찾아서 보기도 한다. 주변 사람의 손짓을 계속 관찰한다.


또 몸매 관리도 해야 한다. 손과 함께 신체 일부가 나가는 경우가 있다. 연예인이 입는 의상을 똑같이 입고 찍어야 한다. 연예인이 촬영하고 가면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찍는다. 대부분의 여자 연예인들은 44~55 사이즈다. 연예인이 정말 마른 경우 다른 사이즈의 옷을 준비해주기도 한다. 키가 175cm로 큰 편이다. 배우 임수정, 가수 아이유 등은 체구가 작고 정말 말랐다. 이런 경우 옷의 소매만 끼고 촬영했다.”


-평소 손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보습과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많이 쓴다. 야외 활동할 땐 꼭 손에 자외선차단제를 바른다. 또 토시를 착용하고 양산을 쓰고 다닌다. 세안 후에 바로 로션을 바르는 것처럼 손을 씻고 물기가 날아가기 전에 로션을 바른다. 또 천연 페이스 오일을 크림에 섞어 자주 바른다.


잠을 잘 때도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습기를 켜둔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주먹을 꽉 쥐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 주름이 더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을 때나 옷을 만질 때 등 항상 니트릴 장갑을 착용한다. 니트릴 장갑이란 니트릴 라텍스(NBL)라는 특수 소재로 만든 장갑이다. 착용감이 좋아 의료·산업·조리용에 많이 쓴다. 라텍스 장갑, 수술용 장갑 등 다양한 장갑을 많이 껴봤지만 니트릴 장갑이 가장 좋았다. 손에 땀이 잘 차지 않는다.


또 손을 다치면 안되기 때문에 평소 요리, 청소 등 살림을 못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가 반찬을 해주신다. 남편이 청소, 빨래, 정리, 운전 등을 다 맡아서 해주고 있다. 정말 손에 물 한 방울 못 묻히고 산다. 편해 보이지만 고충이 있다.


10년간 해외 휴양지로 놀러 간 적이 없다. 휴양지에 가면 아무래도 야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나. 수영장도 가본 적이 없다. 피부가 햇볕에 그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올해 처음으로 필리핀 보홀에 놀러 갔다. 여행 내내 토시와 장갑을 끼고 다녔다. 수영복도 남성용 래시가드를 입었다. 소매가 길고 손을 다 덮는 수영복을 입어야 했다.


광고에 손이 등장하는 부분은 단 몇 초지만 평소에 많은 관리를 해야 한다.”


-수입이 궁금하다.


“CF 기준으로 회당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손이 메인으로 나오는 CF라면 200만원 이상 받기도 한다. 글로벌 브랜드라면 지면 광고여도 200만원 정도 받는다. 일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30~50만원 정도를 받았다.


한 달에 적게는 10건, 많게는 24건까지 촬영한다.” 

출처: 윤선영씨 인스타그램 캡처
윤선영씨.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법은.


“얼마 전 유튜브 채널 ‘손짓티비’를 개설했다. 이색직업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과 일하는 모습을 공유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 촬영장 뒷이야기나 평소 생활 모습을 담았다.”


-위기가 오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나.


“초반에 일이 없었을 때 ‘새로운 손 모델을 쓰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국내 손 모델은 1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촬영할 때 예정 시간보다 항상 늦게 끝난다. 힘들 때도 있지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손 모델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잔주름이 생긴다.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40대 초반까지가 한계인 것 같다. 최대 10년간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손 연기를 하고 싶다. 업계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손 모델이 되고 싶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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