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연인 직업'으로 의사 선호, 반면 남성들은.."

통계청은 ‘2018년 혼인·이혼 통계’를 5월20일 발표했다. 작년 전국 행정기관 신고 기준 조(粗)혼인율은 5건. 조혼인율은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한다.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조혼인율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작년 전체 혼인 건수는 25만7622건으로 2017년보다 6833건(2.6%) 줄었다. 혼인건수는 2012년부터 7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청년층이 결혼하려면) 독립적 생계를 위한 상황과 여건이 있어야 하는데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진 것 같다"고 했다. 청년들은 결혼하는 데 있어 경제적 부담감을 크게 느낀다. 그러나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한다 해서 연애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아만다 캡처

◇결혼 안 한다면서···달아오르는 데이팅 어플 시장


국내 모바일 데이팅 앱 시장이 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모바일 데이터·분석 플랫폼 앱애니는 2019년 2분기 iOS·구글플레이 합산 다운로드 및 소비자 지출액 결과를 7월 발표했다. 한국의 2019년 2분기 모바일 앱 지출액은 지난 분기보다 1.2% 증가한 1억234만달러(1454억8860만원). 역대 최대 금액이다. 세계 시장에선 같은 기간 226억달러(약 26조5300억원)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금액이다. 이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바로 소셜 데이팅 앱인 틴더(Tinder)다.


틴더는 상대방의 사진과 나이·직업 등의 프로필을 보고 만날 사람을 고를 수 있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다. 위치정보 기반으로 운영한다. 상대방의 프로필이 마음에 들면 손가락을 오른쪽으로, 그렇지 않으면 왼쪽으로 민다. 양쪽이 서로 호감을 표시하면 매칭이 이뤄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틴더는 작년 전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소비자 지출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정확한 매출을 추산하긴 어렵지만 사람들이 넷플릭스(Netflix)나 유튜브(Youtube)만큼이나 소개팅 어플 틴더에 많은 돈을 쓴 셈이다.

. /유튜브 채널 틴더(@Tinder) 캡처

국내에도 데이팅 앱 사용자가 점차 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국내 데이팅 앱 시장 규모를 약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데이팅앱은 2018년 상반기 비게임 앱 부문 매출에서 2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자료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 구글플레이에 올라온 소셜데이팅 앱은 200개 이상이다. 틴더 엘리 사이드먼 CEO는 올해 초 한국을 찾아 “한국에서 성공해야 아시아 시장을 잡는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즉 한국에서 성공한 서비스는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한다고 본 것이다. 엘리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틴더를 젊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소셜 디스커버리 앱’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소셜 데이팅에 몰리는 밀레니얼···이상적 연인의 조건은 


데이팅 앱 사용자 패턴을 보면 남녀가 원하는 상대의 조건을 알 수 있다. 국내 1위 데이팅 앱 ‘아만다’는 아만다 데이터 트렌드 분석 결과를 지난 3월 공개했다. 아만다 사용자 연령대는 성별로 차이가 있었다. 남성 이용자의 경우 30~34세가 36.5%로 가장 많았다. 25~29세가 35.6%로 뒤를 이었다. 반면 여자 이용자는 25~29세가 35.5%를 차지했다. 30~34세는 27.9%, 20~24세는 26%로 나타났다.


여성 고객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직업은 의사였다. 그 외에 명문대 출신이나 대기업 종사자 등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반면 남성들은 교제할 상대방을 선택할 때 나이나 몸매 등을 따졌다. 4살 차이 이성, 몸매가 좋은 이성 등에 호감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교사였다. 스마트폰 하나로 데이트 상대를 고를 정도로 시대가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자는 예쁘고 어린 여자를 찾고, 여자들은 경제력을 갖춘 남성과 만나길 원했다.

출처: 데이팅 어플 캡처
국내 한 데이팅 어플의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 남녀가 원하는 연인의 조건을 알 수 있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 내건 소개팅 어플


이 점을 집중 공략한 소개팅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골드스푼은 '자격을 갖춘 남녀를 위한 소개팅'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범했다. 이 어플은 가입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남자는 의료인·법조인·회계사·5급 이상 공무원 등의 전문직이거나 연 소득 7000만 원 이상·수입차량 보유·강남 3구 거주 등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강남권이라도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살면 승인이 나지 않는다. 외제차는 차량등록증과 주행거리도 기입해 외제차 실소유 여부를 확인한다. 반면 여성이 골드스푼에 가입하려면 외모가 중요하다. 기존 골드스푼 회원의 프로필 사진 평가에서 3점 이상을 받거나, 골드스푼 인증팀의 심사를 통과한 사람이 가입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가입 과정에서 사진만 제출하기 때문에 직업이나 학벌은 중요한 평가 요소가 아니다. 골드스푼 관계자는 "골드스푼은 가벼운 연애가 아닌 진지한 만남에서 결혼까지 이어지는 매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가입 절차에서 탈락한 이들은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출처: 골드스푼 홈페이지 캡처
골드스푼 가입 조건.

소개팅 어플 스카이피플도 비슷한 전략이다. 스카이피플은 남성 회원의 경우 서울대부터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 서강대 등 10개 대학과 의·치·약대 출신만 가입할 수 있다. 혹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전문직이어야 한다. 여성은 제약이 없다. 프로필을 입력한 직장인이나 프리랜서가 대상이다.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의견은 가지각색이다. 한 네티즌은 “학벌남과 미모녀와의 매칭이 속물처럼 보인다”면서 “그러나 그게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매칭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막상 어플을 써보면 여성은 조건 좋은 남자를 찾아 결혼하려는 한편, 남성은 어플에서 만난 여성을 결혼 상대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13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에서도 데이팅 어플이 성행하고 있다. 대표적 소셜 데이팅앱으로는 타취(他趣)가 있다. 이 앱의 사용자는 6000만명 이상. 타취의 작년 매출은 1억2914만위안(222억7665만원)이다. 타취는 데이팅 앱과 성인용품 쇼핑 플랫폼을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다. 타취에선 연인 상대를 고르면서 동시에 콘돔·란제리 등 다양한 성인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만날 사람을 찾는 일도 쇼핑하듯 돈 내고 사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랑하는 연인도 하나의 상품처럼 스마트폰으로 고르는 시스템이다. 여러 우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 /유튜브 채널 틴더(@Tinder) 캡처

◇WHO “데이팅 앱, 성병 감염·성범죄 확산 경로 가능성 높다”


데이팅 앱 업체들은 건전하고 진지한 만남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거리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녀 간 소개팅 서비스인 데이팅 앱이 성병을 퍼뜨리는 도구일 수 있다고 지난 6월9일 밝혔다. WHO는 2016년 기준 전 세계 15세에서 49세 남녀에게 3억7600만건의 성병이 발생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매일 100만건 이상 성병이 발생한다. 전 세계 인구 25명 중 1명이 성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2016년 전 세계에선 클라미디아 1억2700만건, 임질 8700만건, 매독 6300만건, 질편모충증 1억5600만건이 발생했다. 테오도라 위 WHO 의료담당관은 “늘어나는 데이팅 앱 수요와 함께 성병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팅 앱이 성행하고 있다”며 “성관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서 성병은 더욱 위험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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