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보다 빠르고 핵무기보다 더 치명적이다
21세기 미래 전쟁에는 소리보다 더 빠른 신무기가 대량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권 내에서 마하(Mach) 5 이상의 빠른 속도로 비행하며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무기의 등장은 미래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극초음속무기를 요격하거나 방어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나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은 차세대 전략무기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 출처=Youtube DARPAtv
전쟁에서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엄청난 장점이 될 수 있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무기는 물론 군대의 빠른 이동 속도가 전투는 물론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21세기에는 소리의 속도보다 빠른, 그것도 음속의 5배 이상 빠른 극초음속(hypersonic) 무기가 등장해 대량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가 변화시킬 미래전장
그렇다면 극초음속 무기가 보편화될 21세기 미래 전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먼저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순항이 가능한 극초음속 폭격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극초음속 폭격기는 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순항이 가능해 이론상 뉴욕에서 북경까지 약 1만1,150㎞의 거리를 2시간 이내에 비행할 수 있다. 같은 거리를 기존 B-2나 B-52 폭격기로 비행하려면 최소한 8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술적 진보라 할 수 있다.
굳이 사람이 탑승하는 극초음속 폭격기를 출격시키지 않아도 된다. 만약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고 기존 방어체계로는 탐지조차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로 표적을 공격할 경우 지휘부의 신속한 결정만 보장된다면 실제 공격시간은 극단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이것은 표적이 지구 어디에 있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정밀 공격이 가능해 진다는 뜻이며 이제 극초음속 무기의 사정권에서 도망친다는 것은 이론상 불가능하다.
극초음속 무기를 실전배치할 경우 더 이상 물리적 거리는 군사력을 투사함에 있어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극초음속 무기, 마땅한 방어책이 없다?
극초음속 기술이나 이를 활용한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개념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극초음속 기술을 바탕으로 극초음속 무기를 먼저 만든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MD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이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고 일정 부분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단 러시아의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하고 있는 극초음속 무기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ICBM에 비해 낮은 고도를, 불규칙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한 탐지 및 추적이 어렵다.
적이 공격하고자 하는 공격목표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요격도 불가능하며 만약 탐지를 한다고 해도 극초음속 무기와 요격미사일의 상대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거리와 시간은 기존 탄도미사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는 것이 정설이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의 기원은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실질적인 극초음속 무기는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목표는 미국의 MD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1991년 11월에는 구소련 최초의 스크림제트 엔진인 GLL 호로드(Holod)로 마하 5.8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구소련체제의 붕괴와 정부지원의 중단으로 인해 1992년을 기점으로 거의 대부분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계획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이후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은 2013년 8월 러시아 방산업체 관계자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발언과 같은 해 10월 러시아 부총리의 공식 언급 전까지 철저한 정보통제 속에서 비밀리에 진행됐다.
사진 출처=위키미디어(https://en.wikipedia.org/)
물론 러시아의 철저한 정보통제에도 불구하고 시험 중인 극초음속 무기의 존재가 서방세계 정보기관에 포착되기도 했다.
일례로 미국은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2001년 7월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는데 당시 러시아는 SS-25 ICBM 발사체를 활용해 극초음속 비행체를 대기권 내 고도 33,000m까지 쏘아 올려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러시아 정부가 공개한 극초음속 무기는 모두 세 종류로 사정거리 1,000㎞에 최고속도 마하 8의 3M22(NATO 코드 SS-N-33) 지르콘(Zircon)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일부 자료에서는 3K22 티르콘(Tsirkon)으로 표기), 최대 사정거리 3,000㎞에(※Tu-22M3에서 운용할 경우) 최고속도 마하 10의 Kh-47M2 킨잘(Kinzhal) 공대지 초고음속 탄도미사일, 최고 속도 마하 20 이상으로 향후 극초음속 폭격기 혹은 극초음속 정찰기 개발의 토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Yu-71s(Project 4202) 아방가르드(Avangard) 극초음속 무기체계가 있다.
사진 출처=위키미디어(https://en.wikipedia.org/)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현재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2014년부터 극초음속 무기 개발 정황이 서방세계 정보기관에 포착되었지만 침묵을 지키던 중국은 지난 2016년 1월 중국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를 통해 처음 극초음속 무기 개발 사실을 인정했다.
지구상 어떤 목표도 한 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것. 그리고 2018년 8월 중국 국제전문지 ‘참고소식(參考消息)’을 통해 마하 6의 극초음속 비행체 시험에 성공했으며 중국 역시 극초음속 무기 개발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항천공기동력기술연구원(航天空氣動力技術硏究院, CAAA)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성공(星空)-2호 로켓으로 발사된 극초음속 비행체는 발사 10분 뒤 고도 30,000m 상공에서 로켓과 분리했으며 400초 동안 마하 5.5~6의 속도로 다양한 동작의 시험을 완수하고 예정된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처음 중국의 새로운 극초음속 비행체를 WU-14로 명명했지만 현재는 둥펑(Dongfeng) 탄도미사일의 분류기호를 사용하여 DF-ZF로 분류하고 있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7번의 발사실험이 이루어졌으며 이 중 6번을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기록된 최고 비행속도는 마하 10이며 2020년 본격적인 실전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외에도 프로젝트 089로 알려진 단거리 공격용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개발이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中國航天科工集團, CASC)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새로운 극초음속 무기를 활용해 미국의 항공모함전단의 대공방어를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남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해군력 투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사정거리 1,500~1,770㎞ 내외의 DF-21 MRBM 시리즈 또는 사정거리 8,000~11,200㎞ 내외의 DF-31 ICBM 시리즈에 장착 가능하며 향후 JL-3와 같은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이하 SLBM)에도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 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
러시아와 중국의 빠른 약진과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반응은 느긋하기만 하다. 극초음속 무기체계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전략 수립과 환경 구축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착실하게 습득하고 있다.
미군 내에서 극초음속 무기의 군사적 활용 필요성은 1990년대부터 꾸준하게 제기됐다. 9.11테러 이후 저강도 분쟁에서 외과수술 수준의 정밀타격을 필요로 하지만 공격 가능한 시간은 극히 짧은 고가치 표적에 대한 공격 필요성이 계속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러한 표적을 시간에 민감한 표적(TST, Time Sensitive Target) 또는 긴급대응표적(TCT, Time Critical Target)으로 정의하고 효과적인 공격방법을 계속 연구했다. 문제는 위성에서 무인정찰기, 특수부대까지 가용한 모든 전력을 전진배치하고 작전지역에서 24시간 대기시키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미군은 오랜 고민 끝에 TST 혹은 TCT에 대한 처리를 위한 재래식 무기를 활용한 전 세계 신속 타격(Conventional Prompt Global Strike, 이하 PGS) 개념을 정립한다. PGS의 목표는 미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표적도 신속하고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검토해 실전배치하는 것이었다.
2006년부터는 미군 전략사령부(United States Strategic Command, 이하 STRATCOM) 산하에 PGS 임무를 전담하는 신속타격합동본부(Joint Functional Component Command for Global Strike, 이하 JFCC-GS)를 신설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JFCC-GS에서 특수부대를 위한 병력 수송용 탄도운반체부터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위성공격무기, 우주전투기까지 다양한 무기체계를 PGS 후보로 검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현재 개발되고 있는 극초음속 무기들이다.
미국, 극초음속 무기 개발 박차
최근 미국은 2020년 극초음속 무기 실전배치를 목표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막대한 국방예산을 쏟아 붇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2018년부터 극초음속 기술 및 무기 개발을 연구 및 개발의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만 극초음속 무기 연구에 2억5,700만 달러(한화 약 3,136억 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도 대비 136% 증가한 금액이다. 이 금액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도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일반에 공개된 주요 프로젝트만 해도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계획인 팰콘 프로젝트(Force Application and Launch from CONtinental United States, 이하 FALCON Project),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위한 극초음속 공기흡입무기 콘셉트(Hypersonic Air-breathing Weapon Concept, 이하 HAWC), 전술 추진형 활공체(Tactical Boost Glide, 이하 TBG) 개발 계획, 선진 초음속 무기(Advanced Hypersonic Weapon, 이하 AHW) 개발 계획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미 공군의 경우 올 한해에만 록히드 마틴과 HCSW
(Hypersonic Conventional Strike Weapon)로 불리는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에 9억2,800만 달러, 공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신속대응무기인 ARRW(Air-Launched Rapid Response Weapon) 개발에 4억8,000만 달러 등 총 14억 달러(한화 약 1조 7,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록히드 마틴은 "속도가 새로운 스텔스다(Speed is new Stealth)"라는 구호 아래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이미 지난 2013년 마하 6의 속도로 적국을 감시 및 정찰할 수 있는 SR-72 극초음속 정찰기를 미 공군에 제안하기도 했다.
미 육군 역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만 향후 5년간 12억 달러(한화 약 1조 4,641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현재 시험 중인 초음속 스크램제트 방식의 지상발사용 AHW는 2023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의 전략적 가치
극초음속 무기의 가치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진 표적도 빠른 속도로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고, 불필요한 민간인 피해(collateral damage)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아직까지는) 극초음속 무기 사용에 대한 제약도 없다.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바탕으로 핵탄두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마땅한 방어 수단이 없다는 점 역시 극초음속 무기의 가치를 배가하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해외 국방연구소의 실험 및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가 자랑하는 미사일방어체계로도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요격 혹은 방어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극초음속 무기는 스마트 폰처럼 등장 이후 21세기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평가 받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공상과학영화나 전쟁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극초음속 무기들이 속속 개발돼 실전 배치되고 있다.
출처=록히드 마틴 홈페이지www.lockheedmartin.com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러시아와 중국 등의 국가들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미국은 극초음속 무기를 요격할 수 있는 방어 무기 개발에도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 해군은 미국 내 주요 방위사업체들과 함께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대공미사일 방어레이더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이시언은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래 레이저 무기체계를 공개했으며 (미 국방부의 요구가 있을 경우) 즉시 전력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개발 중인 레이저무기나 레일건과 같은 미래 에너지 무기에 극초음속 무기 대응 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연구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계획이 성공한다면 미국은 21세기 미래전장에서도 강력한 창과 방패 즉 극초음속 무기와 대응무기를 동시에 보유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절대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할 것이다.
계동혁 전사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