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SP] 한겨레 김양희 기자
야구를 사랑한 ‘원유’의 발자취
20년 차 베테랑 스포츠 기자이자 야구 여기자. 세월에서 느껴지는 걸까. 김양희 기자의 펜에서는 늘 기승전결이 확실히 드러나는 정제된 기사가 탄생한다. 글쟁이로 일생을 살고 있으면서도 글쓰기가 좋아 ‘원유’라는 작가로 변신했다. 원유는 자녀의 이름 첫 자를 따와 만든 필명이지만, 이 안에는 ‘Want you’의 의미도 내포돼있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그의 인생관이 담긴 것이다. (이번 기사는 선배와 후배 기자의 대화로 풀어본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표권향 Location 대단한 미디어
#세상에서 제일 빠른 달팽이
청정지역 제주도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티 없이 맑은 소녀는 동네에서 꽤 소문난 말괄량이었다. 수험생일 땐 친구에게 “넌 고3 생활을 즐기는 것 같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부모의 속을 썩이거나 사고를 친 건 아니었다. 양 뺨을 간질이는 바람에 감성에 빠져 짧은 글이라도 적어야 하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다.
주위에서는 그가 문학가로 성장할 줄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광이었던 건 맞지만, 기자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의 꿈은 회계사였다. 그런데 현재 그의 직업은 스포츠 기자다. 어느 누구도 그가 기자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는데, 벌써 20년 차가 됐다. 제주도 말괄량이 소녀의 삶을 바꾼 계기는 무엇일까.
청소년기에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였어요.
나 현실주의자야. 몰랐지? (웃음)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도 않고 이성적인 것도 아니야. 글 쓰는 걸 좋아했어. 로맨틱 코미디도 썼는데 문체를 보면 굉장히 회의주의적이야. 뜨문뜨문 단편소설도 썼어.
그럼 처음부터 스포츠 기자의 꿈이 있던 거예요?
기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스포츠는 좋아했지만, 회계사가 꿈이라 경제학과에 들어가서 CPA(Certified Public Accountant, 공인회계사) 시험을 보고 싶었어. 일기장을 보면 ‘회계사가 될 거야’라고 적혀있어. 글 쓰는 걸 좋아해서 2지망으로 국어국문학과를 썼는데 된 거지. 숫자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고. 스포츠도 다 숫자잖아!
언제부터 스포츠 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충동적으로 떠난 영국 연수가 계기가 됐어. 학교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외국인 교수님이 오셨는데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어. 충격 받아서 나의 투쟁심으로? (웃음) 영어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일 년 동안 연수비용을 모아 영국으로 떠났지. 근데 거기에는 야구가 없어 대신 크리켓을 봤지. 몇 시간이 지나니까 규칙도 금방 알고 영어로도 이해가 가능한 거야. 그때부터 스포츠 기자의 꿈을 키웠어.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그땐 에이전시가 흥행할 때가 아니었잖아. 구단에 들어갈 마음은 없었고. 스포츠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신문도 스포츠 신문만 봤어.
그 당시엔 여기자가 거의 없었잖아요.
신기했나봐. 여자가 와서 ‘나 스포츠가 좋아서 기자를 해야겠소’하니까. 질문에도 거침없이 즉각 답하고.
#쉽지 않았던 여기자의 삶
주종목인 야구는 물론 모든 스포츠를 좋아했다. 오죽했으면 영어정복을 위해 날아간 영국에서도 크리켓을 마스터했으니 말이다. 학창시절 월드리그(배구)를 보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점수판을 만들어 농구를 팠고 방과 후 야구도 빠짐없이 챙겼다.
그렇게 시작된 스포츠 기자로서의 삶. 남들이 볼 땐 부러울 수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남자들의 세계에 겁 없이(?) 들어간 만큼 그가 헤쳐 나가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편견을 깨야했고 ‘여자로서’ 부셔야하는 장벽 또한 높았다.
어차피 인간 대 인간이 사는 사회이기에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무의식 속에 만들어진 선입견을 인위적으로 무너뜨리려고 달려들지 않았다. 그는 기자의 소명을 다하며 스스로 차근차근 풀어냈다.
선배가 처음 현장에 나갔을 당시에는 여기자가 많지 않았잖아요. 여자와 얽힌 징크스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K모 감독은 아침부터 더그아웃에 여자가 오면 재수 없다고 소금을 뿌렸어. (웃음) 그땐 라커룸이 개방돼 있었는데 여기자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폐쇄됐어. 말 한 마디 잘 못하면 소문이 이상하게 퍼지기도 했고. 어떤 감독은 사적인 자리에서 욕을 해서 선배들이 몰려가 따지기도 했어. 결국 풀었는데 나한텐 직접적으로 사과하진 않았어. (웃음)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아요.
회식자리였어. 나이트클럽을 가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파투난 적도 있어. 웃겼지! (웃음) 당시 아나운서가 없던 때라 여기자가 있으면 짝을 맺어주고 싶었나봐. 어떤 선수가 ‘저 여기자 이름 뭐예요’라고 물으면 관심 있는 줄 알고 좋아하냐며 이상하게 소문이 나곤 했어. 나도 모르게 연애를 여러 번 했다니까. (웃음)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겠어요.
선배들이 현장에서는 여자로 보이게 하지 말라고 했어. 그래서 맨날 긴 바지에 긴 팔만 입었어. 슬리브리스도 안 되고. 반바지나 치마를 입고 간 적이 없어. 굳이 치마를 잘 입는 사람도 아니고. (웃음) 외부 일 보고 야구장 갈 일이 있으면 옷을 갈아입고 갔어.
여자로서 야구장에서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스트레스라…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니야. 그 당시엔 좀 그랬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예민해서 그랬던 것도 있었고.
직업을 바꿀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계속 야구기자를 하는 이유가 있어요?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어. 그냥 분하던데? 두고 보자 이랬지. (웃음) K감독 때도 잘 풀었어. 그때 정식적으로 항의를 했어야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뭐 남자나 여자나 비슷한 고민이 있어. 약간 여기자는 야구를 잘 모른다는 인식이 많으니까. 보는 관점이 확실히 다르긴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
선배가 느끼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축구를 예로 들어볼게. 후반 5분을 남겨두고 4-0이면 역전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어. 그런데 야구는 9회말 2아웃에 5~6점차여도 뒤집을 수 있어. 야구는 희망의 스포츠거든.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끝까지 가질 수 있잖아. 물론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지만. (웃음)
#스포츠 기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처음 기자가 됐을 때 선배 기자들과 베테랑 선수들이 “멋진 기자가 되고 싶다면 김양희 기자를 롤모델로 삼아라”라는 조언을 해줬다. 금녀의 공간에 도전했기에 그가 걸어온 이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비포장지대를 고속도로로 탈바꿈 시키듯, 여기자들이 취재의 자유를 얻을 수 있게 길을 닦아줬다.
김양희 기자는 자신에게도 냉정했다. 밤새 쓴 기사여도 본인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삭제하고 다시 연구해서 작성했다. 냉혈인간으로 볼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강남의 모 논술학원에서는 그의 칼럼으로 수업을 할 정도이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예전에 선배 기자들과 선수들이 “김양희 기자를 본받아라”고 말했어요. 특히 이호준 코치는 선배를 쫓아다니면서 많이 배우라고 했어요.
사진 선배들이 나를 좋아했지. 키가 커서 그런 거야! 나는 어느 순간 선을 지키려고 했거든. 물론 그러다가 물도 많이 먹고 특종도 뺏겼지만. (웃음) 적정선에서 기사를 쓰려고 했어. 궁금해도 낮은 자세로 아는 척 하지 말고, 알아도 물어보는 자세가 중요해. 경력이 있어도 듣는 걸 많이 해서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아.
선배 기사를 보면 술술 읽혀요. 선배가 바로 앞에서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요.
스토리텔링이 감성톤이라고 말하는데 따지고 보면 아니야. 물 흐르듯 쓰려고 했고, 스스로 편집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을 좋아해. 말할 땐 실수할 수 있지만 글로 쓸 땐 거를 수 있어. 다 썼는데 아니다 싶으면 뒤집어 버리고 밤새 써서 아침기사로 송고했어. 자기 검열을 많이 하는 거지. 매너리즘을 싫어해. 내가 읽을 때도 지루한데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떻겠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팁을 알려주세요.
한 3~4년차가 되면 시나리오처럼 쓴다든가 형식을 바꿔보는 거지. 2000년대 문법을 그대로 쓰면 내가 글 쓸 때 재미가 없어. 사람 이야기뿐만 아니라 경기 자체도 스토리텔링 할 수 있거든. 긴박한 상황에서 나온 작전도 충분히 이야기로 풀 수 있어. 기자도 부지런해야 하는 게 매너리즘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야. 시간과 마감에 쫓겨 맨날 똑같은 기사를 쓰면 뭐해.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걸 왜 하냐는 말이지.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아. 다르게 써 봄으로써 발전하는 거지.
기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하는 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자기가 쓴 기사의 첫 줄은 나야. 내가 읽었을 때 재미가 있어야해. 요즘은 그런 점이 많이 아쉬워. 분명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을 텐데. 너무 온라인에 매몰돼서 실수도 나오고. 스스로 즐겼으면 좋겠어.
야구기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주세요.
나도 스포츠가 좋아서 기자가 됐어. 단 어느 한 과정을 거쳐야 돼. 기자라는 무게감을 가지고 고민하고 고심해야 돼. ‘기자는 손에 피 묻히는 직업’이라고 말해. 비판할 줄 알고 예리하게 굴 줄 알아야 하지. 너무 양지만 보고 좋아하는 선수를 본다는 생각만 하면 힘들어서 바로 떨어져 나가. 기자하면 마감하고 뭐하느라 즐길 수가 없잖아. 제일 짜증나는 게 9회 말에 역전하는 거거든.
맞아요! 관중석에서는 환호하는데 기자실에서는 기사 뒤집느라고 난리가 나잖아요. (웃음)
팬이면 그 순간이 제일 재밌는데 우리는 엎으면서 욕하잖아. (웃음) 스포츠가 좋으면 그냥 팬으로서 즐겼으면 해. 스포츠에 호기심이 있고 기자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좋아. 막연하게 스포츠가 좋아서 시작하면 100이면 99명은 실패해.
가끔 개인 SNS로 선수를 가까이 볼 수 있어서 부럽다며, 기자가 되고 싶다는 쪽지를 받을 때가 있어요. 이럴 때마다 ‘선수들이 기자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팬으로서 보세요’라는 말을 해요.
그럴 때는 ‘하지마’라고 말해줘! 기자가 왜 되고 싶은지 물어 봐. 이건 정말 힘든 직업이야. 자기 생활리듬 다 깨지고 시즌 중에는 친구도 못 만나. 탐사 정신도 없이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다? 먼저 기자가 어떤 직업인지 알라고 해. 어떤 사명을 가지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스포츠 기자라고 만만하게 보면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그건 기자가 아니라 블로거나 덕후지. 가장 밑바탕은 스포츠지만 기자가 제일 우선시 돼야 해. 그게 아니라면 기레기가 되는 거야.
예전에 ‘나 지금 여기서 뭐하지? 남의 인생을 살아주는 것 같아‘라는 생각 때문에 혼란이 오기도 했어요.
나도 초창기에는 내 생활이 없었어. 다음날 기사를 쓰려고 하루에 4~5명씩 통화했어. 요즘 선수들은 잘 안 받아주지만. (웃음) 친구를 만나는데 전화로 인터뷰하느라 대화를 못 했어. 휴가 땐 노트북 놔두고 핸드폰 꺼버리고 외국으로 떠났어. 워낙 사람들한테 치이다보니 내 생활이 없어졌거든. 지금은 친구도 거의 없어. 주말마다 출근하지, 맨날 밤 11~12시에 퇴근하지, 월요일에는 친구들이 회사에 가지. 기자들은 야구를 본다기 보다 기사를 쓰러 가는 거지. 가끔 나도 ‘9to6’로 집에 가고 싶어. 생활리듬 다 깨지고, 청춘도 다 없어지고. 이거 못 견뎌서 나가는 기자들 많잖아.
가끔 외야석에 가서 보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스포츠(!) 기자가 아닐 때 야구가 제일 재미있어. 현장에서는 절대 박수 치지 말라고 하잖아. 딱 한 번 해봤어. 프리미어12에서 오타니가 쩔쩔매다가 내려갔는데 우리가 역전한거야. 그때 우와! 했지. 일본 기자들이 얄미웠거든. 일본이 이기고 있으니까 엄청 좋아하더라고. 우리 대표팀이 뒤집었을 때 혼자 오예~ 했지. (웃음)
#‘정말’ 야구가 뭐라고
강다니엘의 팬인 워킹맘 김양희 기자는 지난해 이 이야기를 담은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를 출간했다. 자신의 책에 강다니엘이 사인을 받아 스스로 ‘성덕(성공한 덕후)’라고 칭했다. 그런 그가 올해 3월 야구 현장의 뒷이야기를 다룬 <야구가 뭐라고>를 발간했다. 기존 야구서적을 보면 스카우트 리포팅이나 야구규칙서 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야구장 안팎의 내용을 이 책에 세세히 담았다. 새로운 시도가 흥미로웠고 여기자의 시선에서 본 재미가 더해 관심을 받고 있다.
모든 구성이 신선하다. <야구가 뭐라고> 역시 스토리텔링 중심이다. 무겁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2030 여성팬을 겨냥해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집필했다. 그렇다면 남성팬을 위한 내용은 없다는 것인가? 아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선수단은 물론 구단의 일정을 계절별로 다뤘기에 골수팬이라면 궁금증이 해소될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라커룸에서 오가는 선수들의 이야기, 원정버스에서의 생활, 특이한 징크스는 물론 오키나와로 스프링캠프를 가는 이유부터 스카우트들의 겨울 이야기, 흑인선수들의 영입이 줄어드는 이유 등 자세하게 다뤘다.
야구계 인사들의 후기도 소소한 재미다. 김경문과 김태형 감독, 이종범 코치, 김재현과 이상훈, 심재학 해설위원 그리고 이승엽과 김광현 등이 추천도서로 꼽았다. 이들은 야구를 글로 쉽게 설명한 것에 한 번 놀라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 고맙다고 전했다.
저도 강다니엘 팬이라서 그런가요?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를 재밌게 읽었어요. 이번 <야구가 뭐라고>는 다른 형식의 책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 어떻게 돼요?
스카우팅 리포트나 이론서는 어렵거든. 그런데 이 책은 훅훅 읽히잖아. <이 나이에 덕질이라니>는 기획서를 쓴 건 아니야. <김양희의 브런치>에 쓴 글을 보고 한 출판사로부터 의뢰를 받아서 집필했어. <야구는 뭐라고>는 한겨레 신문사 사내 공모전에서 선정된 거고. 너무 자랑인가? (웃음) 쓰고 싶은 주제로 기획서를 내라고 해서 했는데 되더라고. 야구 여기자와 남자 프런트의 조합도 유일하잖아. 처음에는 에세이로 풀려고 했는데 출판사가 인문서로 가자고 제안했어. (참고: 김양희 기자의 남편은 SK 와이번스 스카우트로 활동 중이다)
사계절로 나눈 구성이 돋보여요. 그래서 그런지 읽으면서 그 시기의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기사 쓸 땐 다르게 써보라고 했잖아. 여러 가지 시도 중에 1회 말로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서 1월부터 쓰자고 결정했어. 형식을 정하면 쓰기 쉽거든. 읽을 때도 지루하지 말아야 하니까. 스토리텔링 하려면 뼈대가 제일 중요해. 건축할 때 도면 그리는 것처럼 긴 문장을 쓸 땐 이렇게 정해서 하나씩 정리하면 현장 가서도 초점을 맞출 수 있어. 글은 첫 번째로 읽는 사람이 편해야 해. 아무리 어려운 걸 안다고 해도 목에 걸려 버리면 끝이야. 자기 지식만 과시하면 안 돼. 간혹 내 글은 가벼운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이게 내 스타일이야. (웃음)
20년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현장에서의 취재가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감독이 한마디 하면 그걸 가지고 여러 매체에서 글을 작성하니까 단편적인 기사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우리나라는 메이저리그처럼 인터뷰실이 따로 갖춰있지 않아서 취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감독과 선수 두 명을 사전 인터뷰하면 더 나을 것 같은데 참 안타깝지. 이번에 미국으로 연수가면 영상 편집 스킬을 쌓을 거야. 돌아와서 1인 체제로 퓨처스리그와 아마추어 등을 다루려고 해. 각 매체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안 보는 것을 보게끔 하는 게 기자가 해야 할 역할이거든.
선배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뭐예요?
행복은 믿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뭐라고 정의할 순 없어. 순간순간의 느낌이지.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데 난 아닐 때가 있거든. 웃으면서 최대한 감정을 감추고 들어주려고 해. 겉으로는 웃고 있는데 속으로는 울 때도 있어. 가면놀이 한다고 하는데, 힘들 때 웃는 사람이 일류라고 하잖아. 반면 아무렇지 않은 대화에서 행복을 느낄 때가 있어. 아무리 최악이어도 돌이켜 봤을 때 그게 행복이었던 때도 있으니까. 너는 지금 행복하니?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8호(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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