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마다 놀러 오는 초등학생 손녀가 요즘 들어 제 방에 몰래 들어가곤 했습니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가 한참 뒤에야 조용히 나왔습니다.무엇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모른 척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살그머니 따라가 본 저는 문 앞에서 그대로 멈춰 섰습니다.

조용히 사라지는 손녀
손녀는 식사를 마치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발소리를 죽이고 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며느리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는 혹시 제 물건을 만지다 다칠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에는 몰래 뒤를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문틈으로 본 광경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손녀가 제 책상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매일 쓰는 달력에 뭔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습니다. 달력 칸마다 작은 하트와 웃는 얼굴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할아버지 오늘도 잘 지내요라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문 앞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손녀가 전한 이유
저는 손녀에게 다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손녀는 할아버지가 혼자 있을 때 심심하지 말라고 그렸다고 했습니다. 주중에는 못 오니까 매일 하나씩 보시라고 미리 그려 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손녀를 꼭 안아 주며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 달력을 넘기는 아침이 제 하루의 가장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이 가족을 살핍니다. 작은 손으로 전하는 마음이 어른의 하루를 환하게 밝혀 줍니다.오늘은 손주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그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에도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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