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새아파트 언제 가”…완공 앞둔 단지도 공사 멈췄다는데, 무슨 일

서진우 기자(jwsuh@mk.co.kr), 김유신 기자(trust@mk.co.kr), 김동은 기자(bridge@mk.co.kr) 2024. 10. 2. 19: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친 자재값·공사비 못잡으면
1기신도시 재건축도 같은 상황
유연탄값 내려도 시멘트값 올라
정부 중국산 수입으로 인하 압박
업계 “골재채취 규제도 풀어야”
자재값 보다 인건비가 더 문제
경직된 52시간제 유연화 하고
현장타설 대신 모듈러공법 대안
2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장위자이레디언트) 재개발 건설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승환 기자]
최근 수 년간 원자재값과 인건비 급등으로 인한 갈등이 공사중단과 시공계약해지를 초래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공급절벽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분양가와 집값이 상승했고, 공사가 속속 중단되면서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내수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 계약이 해지된 서울 방화6구역 재건축의 경우 애초 2020년 6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조합이 합의한 3.3㎡당 공사비는 471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시공사는 이를 727만40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조합은 이를 수용하려 했지만 시공사가 재차 공사비 210억원을 추가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자 계약을 해지했다.

준공을 목전에 둔 서울 장위4구역 재건축은 공사 진행률이 80%까지 도달했지만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시공사는 설계업체가 파산해 공사 지속이 어렵고 조합과 공사비 증액 협의도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까지 분쟁 코디네이터를 파견했지만 양측의 줄다리기는 팽팽하다.

이같은 공사비 쇼크는 정부가 계획하는 주택공급 전반에 영향을 준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과 1기 신도시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재건축 규제도 많이 풀었지만 불어나는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주택공급 부족을 타개하기 어렵다. 착공 물량이 줄고 공사지연이 빈발하면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서울의 신축 아파트 중심 가격 상승 기대감도 줄어들지 않는다.

정부가 부랴부랴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내놓은 것도 공사비 상승을 곧 민생과 직결한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재 원가를 떨어뜨려 공사비를 낮추겠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건설 공사비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시멘트 값은 지난 2020년 7월 1t당 7만5000원에서 올해 7월까지 4년간 50% 가까이 올랐는데, 시멘트를 만드는 주원료인 유연탄 값은 2022년 3월 1t당 246.02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올해 7월 90.02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사이 시멘트 값은 2022년 7월 9만2400원에서 올해 7월 11만2000원으로 되레 올랐다는 점이 문제다. 유연탄 값은 1년 전인 2023년 7월에 이미 90.63달러로 떨어졌지만 그 사이 시멘트 값은 내려가지 않았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멘트업체와 레미콘업체가 원료값이 내려가도 공급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으니 건설사 수익성은 나빠졌고 재건축 시장도 흔들렸다”며 “정부가 이번에 자율적인 가격 조정 기구인 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지만 너무 늦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중국산 시멘트를 비롯해 해외원자재 수입을 지원하는 등 공사비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공사비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멘트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라 내수 중심으로 시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항만 내 저장시설 설치 절차를 단축하고 내륙 유통기지를 확보하는 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시멘트 품질은 국민 안전과 직결돼 있어 KS 인증으로 검증하고 유통 과정에서도 수시 점검할 방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멘트는 생산 직후부터 수분을 흡수해 굳는 특성이 있어 웬만해선 외국산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수입 지원 조치는 국산 시멘트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카드”라고 지적했다.

이런 압박에 시멘트 협회는 “올 상반기 시멘트 출하는 12% 감소한 2284만t, 재고는 16% 증가한 126만t에 달하는 등 최근 건설산업 경영 위기는 시멘트업계에도 심각한 타격”이라며 “정부의 수급 안정 협의체 운영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 건설에는 시멘트 외에 골재 등 다른 원료도 많다. 정부는 바다골재 채취 한도를 5년간 5% 내에서 탄력 조정하고 육상의 골재채취 제한지역이라도 인근에 채석단지가 있다면 채취를 허용하도록 법령 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건설협회 측은 “시멘트와 함께 골재는 레미콘의 핵심 원재료여서 바다골재 채취 쿼터를 10% 정도로 더 늘리는 등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더 어려운 문제는 높은 인건비와 인력 부족에 따른 공사기간이다. 정부는 이번에 숙련기능인 채용시 우대 제도를 도입하고 내국인이 피하는 공사에 관련 비자를 신설해서라도 숙련 외국인 투입을 늘리겠다고 했다.

실제로 하루당 시중 노임은 2020년 1월 20만9000원에서 올해 1월 25만8000원으로 올랐다. 9월 현재 26만2000원 수준으로 상승 폭이 크지 않았지만 한번 오른 인건비는 여전히 부담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중 노임 상승 폭이 주춤한다곤 하지만 하루 중 근로자의 작업 시간은 종전보다 줄어들었고 중대재해처벌법 영향으로 사고 예방 교육 시간도 만만찮게 든다”며 “52시간 제도를 지키려면 공사기간이 늘어나 자연히 공사비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중장기적으로 지금과 같은 경직된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하게 개선하는 동시에 현장타설형 공법 대신 공장에서 골조 등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이런 공법으로 지은 주택엔 용적률이나 높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주택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투입 효율성을 높이고 자재를 절감할 뿐 아니라 공사 기간도 줄일 수 있어 장기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외국은 모듈러주택을 포함해 이미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주택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며 “우리는 이에 아직 한참 못 미치고 있어서 탈현장 건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