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 나온 최고의 가성비 맥, 맥미니 M4

안녕하세요, 16년차 맥 사용자 이주형입니다. 2020년, 애플이 첫번째 맥용 애플 실리콘 프로세서인 M1을 발표했을 때 새로운 프로세서를 활용한 맥 디자인을 많이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공개된 맥 라인업은 기존 인텔 맥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활용한 모습이라 아쉬웠었죠. 시간이 지나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가 디자인을 손 보는 동안, 맥 미니는 무려 2010년에 선보인 디자인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14년의 긴 기다림도 이제 끝입니다. M4 프로세서의 등장과 함께 맥 미니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났으니까요. 엄청나게 작아졌죠. 맥 미니가 아니라 맥 나노라고 불러야 하는게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요.

일단, 왜 애플 실리콘에 와서야 이런 디자인이 가능해졌는지 간단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애플 실리콘이 각광을 받은 것은 적은 전력 소모만으로 높은 성능을 내기 때문입니다. 전력 소모가 적다 보니 프로세서의 발열도 그만큼 적어집니다. 발열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세서가 내는 열을 처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열을 기기에서 빨리 내보내지 못하면 프로세서가 그 열을 버티지 못하고 속도를 늦추게 되는데, 이것이 쓰로틀링 현상입니다. 그간 인텔 맥의 설계는 이러한 쓰로틀링 현상에 대비해 냉각장치에 공간을 크게 할애해야 했고, 그 덕분에 전반적 섀시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맥은 여전히 쓰로틀링이 걸리기도 했죠.

하지만 애플 실리콘은 같은 성능을 낸다는 가정 하에서 발열이 훨씬 적습니다. 그 덕분에 M1을 탑재한 첫 맥북 에어는 인텔 프로세서를 쓰는 전 세대와 전반적인 디자인은 같지만 팬을 빼버려도 발열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고, 이후 M2 세대에서는 더욱 얇아진 새로운 디자인을 채용할 수 있게 됩니다.

M2 맥 미니를 뜯어보면 안에 빈 공간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iFixit)

맥 미니도 비슷합니다. M2 세대까지의 디자인은 2010년에 처음으로 선보인 구형(?) 디자인으로, 인텔 프로세서의 발열 수준을 감안해 만든 섀시였습니다. 그래서 M1과 M2 맥 미니를 뜯어보면 빈 공간이 많았던 것이죠. 하지만 이번 M4 맥 미니는 애플 실리콘의 발열 특성을 감안해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부품들이 빈틈없이 꽉꽉 차 있죠.

M4 맥 미니 (왼쪽), M2 맥 미니 (오른쪽)

크기는 가로세로 12.7cm로, 아이폰 16 프로 맥스를 그 위에 놓으면 밖으로 삐져나갈 정도입니다. 높이는 이전 세대보다 좀 높아지긴 했지만 전반적인 부피도 43% 줄었고, 무게도 670g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다이어트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놀랍냐고 한다면 카페에서 쓰겠답시고 애플 비전 프로를 모니터와 입력장치 삼아 맥 미니랑 같이 들고나간다고 할 때 둘을 합친 무게가 맥북 에어와 비슷합니다. 좀 더 정신을 차리고 비전 프로 대신 휴대용 모니터와 휴대용 키보드/트랙패드로 바꿔도 맥북 프로보다 가볍습니다.

포트도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처음으로 전면부에 포트를 배치해 줬는데, 10Gbps 데이터 전송 속도의 USB-C 포트 두 개와 전원 LED, 그리고 3.5mm 헤드폰 플러그가 보입니다. 후면에는 썬더볼트 단자 세 개와 HDMI 2.1 단자, 이더넷 단자, 그리고 전원선을 꽂는 플러그가 있습니다. 보통 기기를 이렇게 작게 만들기 위해서 전원 공급장치를 바깥으로 빼는 경우가 꽤 있는데, (대표적으로 현행 아이맥이 얇은 두께를 위해 전원 공급장치를 밖으로 뺐습니다) 맥 미니는 이 작은 크기에 전원 공급장치까지 내장시켰습니다. 썬더볼트 단자의 경우, 기본 M4에서는 썬더볼트 4, 상위 프로세서인 M4 프로를 선택하면 썬더볼트 5를 지원합니다.

한 가지 특기할 사항이라면 바로 전원 버튼입니다. 이전 세대의 뒤에 있는 버튼도 접근이 쉬웠던 편은 아니지만 이제는 아예 아래로 옮겨갔죠. 이 부분이 논란 아닌 논란이 된 부분이 되기도 했는데요. 솔직히 맥의 전원 버튼을 누르는 건 물론이고 맥을 재부팅하는 일도 1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어서 크게 문제될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은 크기에 얼마만큼의 성능이 있을까요? 이번 리뷰에 사용한 맥 미니는 89만 원짜리 기본형 모델입니다. 6개의 효율 코어와 4개의 성능 코어로 구성된 10코어 CPU와 10개의 GPU 코어, 그리고 16GB 통합 메모리와 256GB SSD를 탑재했습니다. 사실 전세대인 M2 모델과 비교해 미국 달러 기준으로는 599달러로 동결이지만, 그간 원-달러 환율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85만 원에서 4만 원 정도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M2 모델에 비해 메모리가 늘어났으니 도리어 가격 인하라고 볼 수도 있겠죠.

기본형 M4의 CPU 코어는 성능 코어 4개, 효율 코어 6개로 구성됩니다. 여태까지의 기본형 M 프로세서 구성은 성능 코어 4개와 효율 코어 4개의 균등한 구성이었는데, 이번에 효율 코어 2개를 늘려준 것이죠. 이러한 구성은 운영체제의 백그라운드 작업과 같은 성능 코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작업들을 효율 코어가 대신 처리하도록 하여 더욱 쾌적하게 동작하도록 해줍니다.

디에디트 유튜브에서 돌려본 대부분의 벤치마크에서 M4 맥 미니는 당시 테스트 비교군이었던 M1 프로가 탑재된 2021년형 맥북 프로와 비교해 앞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제 개인 노트북으로, 당시 기준으로 340만 원 가까이 했던 사양입니다. 특히 CPU의 싱글 코어 테스트에서 1.6배나 빠른 속도를 보이고, 멀티코어에서도 근소하게 앞섰습니다. 성능 코어 8개, 효율 코어 2개의 프로급 프로세서를 기본형 프로세서가 이긴 셈이죠.

여기서 싱글 코어 성능이 큰 폭으로 앞서는 것이 전반적인 컴퓨터 사용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물론 많은 전문가용 앱들은 CPU의 모든 코어들을 활용하지만, 이러한 성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웹 브라우저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등을 대표로 하는 생산성 앱들은 대부분 코어 한 개, 많아도 두세 개 정도만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죠.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멀티코어 점수보다는 싱글코어 점수의 개선이 더 크게 느껴지게 됩니다. 이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게 바로 웹 브라우저에서 구동되는 웹 앱의 구동 성능을 테스트하는 스피도미터 벤치마크 결과입니다. M4가 M1 프로와 비교해 1.5배가량의 성능 향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iOS 앱 개발자들이 자주 쓰는 개발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만든 개발 프로젝트를 컴파일(코드를 실행 가능한 앱으로 만드는 과정)하는 테스트인 Xcode 벤치마크에서도 M4가 M1 프로에 비해 1.2배 정도 더 빠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Xcode의 컴파일 과정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CPU 코어를 활용하니 M4의 멀티코어 성능도 M1 프로보다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뉴럴 엔진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뉴럴 엔진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차치하더라도 이미 macOS 내에서 실행되는 다양한 AI 기반 기능에 활용됩니다. 사진 앱에서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인식하는 기능과 배경과 피사체를 분리해 주는 기능 등이 대표적이죠. 또한 파이널 컷 프로 등의 애플 자체 앱들과 더불어 써드파티 앱 개발자들도 이 뉴럴 엔진을 활용할 수 있는데요. 파이널 컷 프로에서 AI를 이용해 피사체와 배경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서 분리해 주는 기능이나, 영상 전체를 전사하여 자막을 달아주는 기능 모두 뉴럴 엔진을 활용합니다. 미리 훈련된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음성 녹음 파일에서 불필요한 배경음을 제거하는 Hush라는 앱에서 같은 녹음 파일을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한 결과, M4가 1.3배 정도 더 빠르게 작업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크기가 워낙 작아졌다보니 발열과 이로 인한 쓰로틀링을 우려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벤치마크나 실제 고화소 카메라 바디로 촬영한 사진 등을 보정하는 과정에서 맥 미니를 꽤 가혹하게 몰아붙였지만 쓰로틀링이 걸리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새로운 냉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죠. 거기다 열화상 카메라로 표면 온도를 측정한 결과, 전혀 문제없는 30도 중후반대를 기록했습니다.

M1 프로가 M4를 앞섰던 경우는 단 하나, 바로 GPU입니다. 특히 CPU와 GPU를 모두 활용하는 라이트룸의 내보내기 테스트에서 여전히 M1 프로가 근소하게나마 M4를 앞섰거든요. 여기서는 프로급 프로세서와 기본형 프로세서의 체급 차이가 어느 정도 실감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사진의 해상도를 가로세로 각각 두 배씩 업스케일하는 라이트룸의 슈퍼 해상도기능을 같은 사진 파일에 테스트해 본 결과에서는 M4가 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럼 맥북 프로를 쓰다가 맥 미니로 메인 맥을 바꾼 후의 경험은 어땠을까요? 확실히 여러 부분에서 전반적인 실행 속도가 조금씩 더 빠릿빠릿한 것이 느껴집니다. 프로라는 이름이 들어간 프로세서에서 기본형 프로세서로 내려오는 것이 우려됐지만 전혀 문제 없었죠. 물론 3년이나 지났으니 더 빨라야 정상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단순히 3년 전에 340만 원이었던 맥북을 89만 원짜리 맥 미니가 앞서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신형 맥 미니가 얼마나 가성비인지 조금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제가 당장 이 맥북 프로를 팔고 맥 미니를 신품으로 바꿔도 돈이 남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가성비에 일조하는 것이 바로 메모리입니다. 위에 언급한 대로 이번에 판매되는 모든 맥의 메모리는 최소 16GB부터로 올라갔습니다. 애플이 8GB 메모리를 기본으로 채택하여 많은 맥 사용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던 시대가 드디어 끝난 것이죠.

그간 “8GB로도 충분하다”라는 의견을 유지했던 애플이 왜 갑자기 메모리를 올려준 걸까요? 답은 바로 애플 인텔리전스입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단순한 기계학습 모델이었던 지금까지의 인공지능 시스템과 다르게 LLM, 즉 거대 언어 모델로 구성돼 있습니다. 챗GPT의 작동 원리와 유사하죠. LLM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엄청나게 용량을 잡아먹는다는 것인데, 이를 빠르게 구동하기 위해서는 메모리에 LLM 관련 데이터를 올려줘야 합니다. SSD에서 매번 불러오는 것은 아무래도 반응 속도의 저하를 불러올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기존의 8GB로는 애플 인텔리전스와 macOS의 다른 시스템 요소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게 어렵다고 애플은 판단했을 것이고, 결국 아직 M2와 M3 프로세서를 달고 판매되고 있는 맥북 에어까지 전부 기본 통합 메모리를 16GB로 올려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 인텔리전스가 없더라도 메모리는 시스템의 전반적 성능을 높여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메모리가 다 차면 결국 시스템은 메모리에서 가장 사용되지 않은 데이터부터 SSD로 임시로 옮기게 되는데요, 이를 스왑이라 합니다. SSD가 아무리 빨라도 메모리만큼은 아니어서 SSD로 스왑된 데이터를 읽어올 때 시스템의 반응 속도가 갑자기 느려집니다. 메모리가 애초부터 많으면 이렇게 데이터가 스왑될 일을 줄여줘서 더 쾌적하게 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기본형 맥 미니만 구매해도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여기서 딱 하나만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하면 메모리를 올리는 것을 추천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애플 실리콘에서 메모리는 아예 칩에 납땜되어 나와서 추후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부분입니다. 사진 보정이나 영상 편집을 하지만, M4 프로로 올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메모리만 올려주는 것만으로 상당히 여유롭게 작업할 수 있죠. 특히 라이트룸 같은 앱들은 메모리 의존적인데, 사진 보정을 하다 보면 16GB 메모리로도 부족해서 스왑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기본 16GB에서 24GB로 올리는 업그레이드 비용이 30만 원으로 살벌하긴 하지만, 예전에는 메모리를 16GB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수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 가격에 메모리 8GB를 더 얻는다고 자기합리화를 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집니다.

사실, 기본형의 256GB SSD도 사용자에 따라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합니다. 저도 1TB SSD가 탑재된 맥북 프로를 쓰다가 256GB인 맥 미니를 쓰려니 적응이 힘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드롭박스나 아이클라우드 사진 라이브러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저장 데이터를 외장 SSD로 돌려놓으니 256GB SSD로도 충분히 실사용이 가능했습니다. 거기에 이번 macOS 세쿼이아부터는 맥 앱 스토어에서 용량 1GB가 넘는 앱도 외장 드라이브에도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용량 관리에 더욱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맥 미니는 데스크톱이니 외장 SSD를 붙박이 스토리지를 연결해 두는 것이 덜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웬만한 환경에서는 최대 읽기/쓰기 속도가 초당 1GB 정도 되는 삼성의 T7 외장 SSD 정도로도 충분히 라이트룸 사진 보정 등의 다소 무거운 작업도 문제없는 실사용이 가능하지만, 무거운 코덱의 영상을 편집하는 등의 환경에서는 최상의 속도를 위해 M.2 NVMe SSD에 USB4를 지원하는 SSD 외장 케이스를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사진의 모니터가 맥 미니보다 2.3배 더 비쌉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천은 이 맥 미니로 좀 더 전문적인 작업을 한다는 가정에서 입니다. 일반적인 사용 시나리오에서 89만 원짜리 기본형 맥 미니의 성능은 충분하다 못해 윈도우 진영 PC에서는 넘보기 매우 힘든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 맥보다 더 나은 성능의 PC를 더 저렴하게 조립할 수 있다”라는 주장이 통했겠지만, 이 크기에, 이 성능을 내는 PC를 조립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렴하게 맥에 입문하고 싶은데 중고 맥을 사기 싫다면, 맥 미니 기본형만큼 좋은 옵션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괜히 디에디트 테크 어워즈(https://the-edit.co.kr/73119)에서 올해의 가성비로 뽑힌 게 아니라니까요?

(참조: 리뷰에 쓰인 맥 미니는 애플 코리아에서 대여받은 제품임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