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짝에 97g 마라톤화, ‘서브2’ 달성 앞당겼다
사웨 “규정에 맞는 신발 신었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31)와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29)는 지난 26일 런던 마라톤에서 42.195㎞를 2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서브2’에 성공했다. 여자부 우승자 티지스트 아세파(30·에티오피아)도 2시간15분41초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세 선수 모두 아디다스의 최신 러닝화(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3)를 신고 뛰었다. 나이키의 최신 마라톤화를 신은 제이컵 키플리모(우간다) 역시 서브2에는 실패했지만, 종전 세계기록보다 빠른 2시간0분28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런던 마라톤에서 신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간 신기술 개발 경쟁도 주목받고 있다. 10년 전 ‘카본화’가 첫선을 보인 뒤 R&D(연구개발)에 투자를 집중한 것이 인간의 한계 극복을 앞당겼다는 평가 속에 일각에선 ‘기술 도핑(Technology Doping)’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첨단 마라톤화 덕분에 비정상적으로 기록이 단축됐다는 의심이다.
1시간59분30초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운 사웨는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술 도핑은 말도 안 된다. 규정에 맞는 신발을 신고 뛰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새 마라톤화에 대해 “매우 가볍고 앞으로 밀어주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사웨의 설명대로 이 러닝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게다. 한 짝이 약 97g에 불과하다. 아디다스는 “아무것도 신지 않은 듯한 초경량 소재를 쓰면서도 빠르게 달리는 마라토너의 발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강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런던에서 450파운드(약 89만원)에 판매를 시작했고, 국내는 59만9000원에 다음달 7일 온라인 출시한다.

마라톤화 혁신의 시작은 나이키였다. 가벼우면서도 충격 흡수는 잘 되고, 탄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었다. 2016년 나이키는 중창(미드솔) 내부에 단단한 탄소섬유판(카본 플레이트)을 넣어 반발력을 극대화한 마라톤화를 처음 선보였다.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케냐)는 나이키가 특수 제작한 마라톤화를 신고 비공인 서브2(1시간59분40초)에 성공했다. 당시 킵초게가 신은 마라톤화는 탄소섬유판 3장이 스프링 역할을 했다.
나이키를 선두로 브랜드 간 러닝화 경쟁이 과열되고, 기술 도핑 논란까지 나오자 2020년 WA(세계육상연맹)는 선수들이 공식 경기에서 신을 수 있는 신발 규정을 발표했다. 밑창 높이는 40㎜를 넘을 수 없고, 탄소섬유판도 1장만 넣게 했다. 실제로 런던마라톤 때 사웨의 마라톤화는 밑창 높이가 36~39㎜로 규정 조건을 충족했다.
WA 규제에도 스포츠 브랜드 간 기술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로이터는 “신발 기능에 따라 달리기 효율이 2∼4% 증가할 수 있고, 이는 마라톤에서 엄청난 차이로 나타난다”고 했다. 다만 신발의 성능은 부차적일 뿐 결국은 과학적인 훈련을 거친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 기록 단축을 가능케 했다는 반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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