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님, ㅇㅇ씨'가 더 편해요"..대학가 휩쓴 '호칭'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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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갓 제대한 14학번 A씨는 후배들과의 조별과제에서 호칭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결국, 여자 동기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선후배 간에 ㅇㅇ씨라고 부르는 거 유행이야?”라고 말입니다. 돌아오는 답변은 “요즘 애들은 그게 편하대. 너도 그렇게 불러” 였습니다. A씨가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형, 누나, 오빠, 언니 혹은 선배님’이라고 서로를 불렀는데, 고작 1-2년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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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수업에서 팀프로젝트를 할 경우엔 ㅇㅇ씨, ㅇㅇ님이라고 부르고 상호 존대를 하는 게 일반적이긴 합니다. 학번에 구애받지 않고 섞여있을 뿐만 아니라 학과 역시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같은 과 내에서조차 ㅇㅇ씨라 부르고 있어 재학생들의 이견이 갈립니다.

ㅇㅇ씨라고 부르는 분위기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학생들은 호칭이 ‘수평적 문화’를 조성한다고 말합니다. 후배가 일방적으로 선배를 높이는 게 아닌 상호 ㅇㅇ씨 호칭을 사용해 학번제, 나이제가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학번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당연시 되어온 ‘꼰대짓’도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위계 문화가 점점 깨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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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이나 학번 등 뭔가 따지는 것 자체가 싫으니까 굳이 묻지 않고 서로 'OO씨'라고 존대하는 것 같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사적인 부분을 공개하기 꺼려 하고 서로 궁금해하지도 않는 성향이 있는데 이 영역에 나이와 학번도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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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호칭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가령, 같은 학과 안에서 여섯 학번 혹은 그 이상 차이 나는 후배가 아무렇지 않게 “ㅇㅇ씨는 이 부분 좀 맡아주세요”라고 할 땐 어떤 반응을 취해야 할지 선배로서 혼란스럽다고 합니다. 자칫 이 부분을 버릇없다고 이야기했다가는 ‘신종꼰대’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15학번 B씨는 “후배와 친해지고 싶어도 호칭 때문에 조심스러워져 다가가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과 활동보다는 개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호칭’까지 변화하자 학교생활에 정을 느낄 수 없게 된 겁니다.

“같은 성인끼리 호칭에 민감할 필요 없다”고 보는 입장과 “대학생활이 점점 더 각박해진다”고 보는 입장,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공감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