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에 기차역이 없어서, 학교 가는 길이 왕복 다섯 시간.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직접 역을 만들었습니다. 거짓말 같지만 실화에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2021년 가을 극장가에 잔잔한 감동을 남긴 그 영화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 역
모티브가 된 곳은 경북 봉화의 양원역입니다. 1988년 마을 주민들이 사비를 모아 대합실을 짓고 이름까지 붙인,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로 알려진 곳이죠. 영화는 이 실화 위에 수학 천재 소년 준경의 이야기를 얹어, 기찻길밖에 없는 오지 마을의 간이역 만들기 프로젝트를 그립니다.

청와대에 편지 54통을 쓴 소년
준경은 마을에 역을 세워 달라고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고 또 씁니다. 무려 54번째 편지까지. 그 우직한 진심에 무뚝뚝한 기관사 아버지, 자칭 뮤즈인 짝꿍 라희가 얽히며 이야기는 웃음과 뭉클함 사이를 오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이장훈 감독다운 따뜻한 완급이 돋보입니다.

박정민과 이성민이라는 조합
준경 역의 박정민은 순수함과 영민함이 공존하는 시골 천재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아버지 역의 이성민은 대사가 아니라 등으로 연기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절제된 부성애를 보여줬습니다. 밝은 에너지의 라희 역 임윤아, 그리고 누나 보경 역 이수경의 존재는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과 눈물의 열쇠입니다.

1980년대 감성의 힘
영화는 1980년대 후반의 시골 풍경과 음악으로 향수를 자극합니다. 코로나로 얼어붙은 극장가에서 개봉 후 입소문을 타고 50만 관객을 넘어서며, 그해 가을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오랜만의 순한 감동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OTT를 통해 뒤늦게 발견하는 관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큰 사건 없이도 마음이 차오르는 영화가 필요한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 이 간이역에 내려 보시길. 마지막 장면의 기적 소리가 꽤 오래 귓가에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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