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호르무즈 톨게이트

윤정길 기자 2026. 3. 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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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의 중요 변곡점으로 부상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해협 봉쇄를 통해 글로벌 원유 공급망을 흔들고 경제위기를 증폭시켜 미국에 종전 압박을 넣으려던 이란이 돌연 통행료 징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톨게이트를 세워 이 곳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에 거액의 통행료를 받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미군의 군사력에 대응하는 비대칭 전략이었던 해협 봉쇄를 실질적인 국가 수입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으로 변질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한 대당 20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에 해당하는 통행료를 중국 위안화로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자국의 주권 통제권 감독권을 공식화한다는 명분을 들어 통행료 징수를 담은 법안 초안을 만들고 있으며 조만간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통행료 징수가 현실화되면 연간 1000억 달러(한화 약 150조 원)의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국제수로에 통행료를 받겠다는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부족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폭이 33㎞도 안돼 이란과 오만의 영해에 속하지만 자유로운 선박 통행이 보장되는 국제수로다.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처럼 자연환경에 인위적인 개발이 투입된 경우에는 통행료 징수를 인정하지만 국제 항행이 허용되는 해협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란과 이스라엘은 이 협약의 당사국은 아니다.

이란은 종전안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언급해 미국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종전안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합법적 주권 행사와 이에 대한 보장’을 포함했다. 반면 미국이 이란에 제시한 15개 종전안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와 자유로운 통항 보장이 들어있다.

이란의 통행료 징수 주장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일환으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인지, 실제로 위협을 무기로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것인지 진의는 명확하지 않다. 문제는 종전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란이 언제든 ‘호르무즈 톨게이트’를 다시 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해협 봉쇄의 효과를 확인한 이란이 통행료라는 ‘뜻밖의 호재’에 눈을 뜬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란의 대리 세력인 후티 반군이 이란을 모방해 ‘홍해 톨게이트’를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윤정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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