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숏패딩 VS 검정 롱패딩

이 사진을 보라.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검정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유독 검은 외투를 많이 입고 다니는 거 같은데, 때마침 유튜브 댓글로 “한국 사람들은 왜 검은색 외투를 좋아하는지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검은색 외투는 ①다른 색에 비해 경제적이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점 ②튀는 걸 싫어하는 한국인의 사회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먼저 외투는 다른 옷들보다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오래 입을 수 있는 기능적인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검은색은 때도 덜 타고, 다른 옷과 잘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경제적인 아이템인 것

이지현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교수
아우터는 대부분 오래 입고 퀄리티가 좋은 거를 보통 선택을 하고 이너는 트렌드가 바뀌거나 이럴 때 쉽게 갈아입을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시거든요. 아우터의 경우는 클래식하거나 기본 베이직하거나 이런 것들을 사더라도 트렌디한 컬러는 이너로 많이 하고 그런 특성이 있죠.

그런데 색상심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같은 무채색 계열인 은색이나 회색보다 검정색을 선호하는 건 고급스러운 걸 추구하는 심리와 연관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검정 외투를 많이 입는 건 주로 20~50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콕 짚었다. 사실 현재 판매되는 우리 할머니들의 외투는 이렇게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 화려한 옷들이 더 많기는 한데, 20~50대가 유독 검은색 외투를 좋아하는 이유는 검은색의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정장 계열의 옷을 많이 입어야하는 직장인에겐 검은색이 다른 이들에게 단정해 보이는 장점이 있기 때문.

신향선 CCI색채연구소 소장
블랙을 통해서 방어 색으로 많이 쓰거든요. 내가 좀 더 전문적이어 보이고 고급스러워 보여야 되겠다. 일종의 방어 색 같은 거거든요.

둘째, 남을 의식 많이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튀지 말자’는 문화적인 메시지가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신향선 CCI색채연구소 소장
화이트가 개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검정은 폐쇄성이 있고 단의식이라는 게 다른 컬러를 썼을 때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거에 대한 부담감 래서 나이가 들수록 보면 색을 많이 유롭게 쓰시잖아요. 기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유로워지는 거거든요. 색은 결국 문화적인 코드가 강하다 보니까…

검은색 외투는 다른 색에 비해 얼마나 많이 팔렸을까. 한 쇼핑 앱에서 집계한 결과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검은색 외투가 다른 색보다 30%더 많이 팔렸다고 했다. 리셀 플랫폼에서도 이렇게 올 블랙의 무난한 패딩들은 20만 원 후반대에서 판매되는 반면, 이런 빨간색이나 원색의 패딩들은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서, 검은색 수요가 많은 이유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 검정색 옷들은 일상의 자연스러움이나 편안함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도 한국인이 사랑하는 이유로 꼽힌다. 20대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가장 최근 조사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에서 18~29세는 다른 연령대에 비교해 검은색을 훨씬 좋아한다고 나오기도 했다. 두 번째 표. ‘검은색’ 행, 열 빨간색 테두리 해서 확대) 이렇게 언뜻 개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러 방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검정색을 선호하는 것은 명품 소비나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 청소년 패딩에서도 드러나는데 꼭 하나를 사야한다면 검정을 고르는게 만족도가 높다는 거다.

그런데 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렇게 원색 컬러의 패딩이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 당시 소녀시대의 컬러 스키니진이나 빅뱅의 화려한 힙합 패션이 유행이었기 때문에 그 집단 속에 스며들기 위한 심리가 반영됐던 거라고 한다.

그럼에도 같은 검정을 입더라도, 개성을 뽐내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한국에서 생산되는 외투는 한 가지 종류에도 여러 가지 변형을 많이 가하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이미 지난 유행이 된 롱패딩이 숏패딩이 되고, 이 숏패딩을 이렇게 광택이 나게 하거나, 다른 재질로 만들거나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