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을 앞두고 반찬이라도 갖다주려고 아들 집에 들렀다가,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그냥 돌아섰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싸운 것도 아니고 서운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부모가 현관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이유 세 가지를 순서대로 말씀드립니다.

1. 연락 없이 온 게 미안해져서
문 앞에 서면 갑자기 며느리가 집에 있을까, 정리가 안 돼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그냥 들어가도 되는 집이었는데 이제는 남의 생활 공간이라는 감각이 먼저 옵니다.이건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배려입니다. 다만 배려가 반복되면 방문 자체가 줄어듭니다. 가시기 전에 한 번만 연락하시면 이 망설임은 사라집니다.

2.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반찬을 주러 갔는데 오히려 밥 한 끼를 대접받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도와주러 간 게 일거리를 만든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이럴 때는 문 앞에 놓고 문자만 남기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부모가 늘고 있습니다. 서로 부담이 없어서 오히려 오래갑니다.

3.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발이 멈춰서
문 앞에서 아이 우는 소리나 부부가 다투는 소리가 들리면 그냥 돌아서게 됩니다. 내가 들어가면 상황이 더 복잡해질 걸 알기 때문입니다.그 판단은 대개 맞습니다. 다만 돌아선 뒤에 혼자 서운해하지 마세요. 나중에 아무 일 없다는 듯 안부 전화를 한 통 하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자식 집에 가는 일이 조심스러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미리 연락하기, 짧게 있다 오기, 문 앞에 두고 오기. 이 세 가지면 서로 편해집니다.오늘은 딱 하나만 해보세요. 다음에 갈 일이 있으면 몇 시쯤 들러도 되겠냐고 먼저 물어보시는 겁니다.
돌아선 그 마음까지 자식은 모릅니다. 먼저 건넨 연락 한 번이 그 거리를 좁혀 줍니다.
출처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