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보고 키보드만 두드리면 된다는 월 300만원 꿀알바

조회수 2020. 9. 21. 2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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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자는 시급 2.5만원도 가능하다는 꿀알바의 겉과 속
교통량 조사 재택 알바 체험기
짬짬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CCTV 영상 보며 차량 세는 일
출처: jobsN

“그냥 혼자 집에서 모니터 보고 키보드만 두드려. 정해진 시간도 없고 하고 싶을 때 해. 난 한달에 200만~300만원 벌어.”


대학 친구가 말했다.


카페, 안내데스크, 방청객, 학원 조교….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이런 꿀알바를 놓칠 수가 없었다. 나도 하고 싶으니 소개해달라고 했다.


때는 대학 막학기. 공부·어학·취업준비까지 해야하는 와중에 짬을 내서 할 수 있다는 아르바이트. 바로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를 했다. CCTV(Closed Circuit Television·폐쇄 회로 텔레비전) 영상을 보면서 차종별 교통량을 세고 기록하는 일이다.


재택근무이기 때문에 노트북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었다. 당시 추석 연휴에 고향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작업한 적도 있었다.

출처: 국토교통부 제공
CCTV의 화질은 좋지 않은 편이다.

대학 동기의 소개로 회사 관계자를 만났다


꿀알바는 대개 지인을 통해 소개받는다. 이 일도 그랬다. 대학 동기를 통해 업체 관계자를 만났다. 교통현황 조사·분석 및 시장·여론조사 업체였다. 가끔 알바천국·알바몬이나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도 이 아르바이트를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여느 꿀알바와 마찬가지로 아르바이트생 모집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고도 금방 사라져버린다. 네이버 검색창에 ‘교통량 조사 재택’,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 등을 검색하면 구인글을 찾을 수 있다.


재택 업무이지만 그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아야 했다.


먼저 대용량 파일을 내려받는 전용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웠다. 보통 6시간 정도, 길게는 12시간 분량의 CCTV 영상을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다음은 업체가 준 엑셀 파일에 정보를 입력하는 법을 익혔다. 

출처: jobsN
카운팅할 시간대에 해당하는 셀을 클릭한 후, 오른쪽 상단에 있는 '통계 시작'을 누르고 일을 시작한다.

CCTV 영상과 엑셀 양식을 내려받고 일을 시작했다. 교통량 조사를 마친 후 엑셀 파일을 담당자의 메일로 전송하면 일이 끝난다. 급여는 CCTV 영상의 길이를 기준으로 한다. 이 일을 소개해줬던 친구는 평균 월 200~300만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밥 먹고, 자고, 학교 수업을 듣는 등 일과를 제외한 모든 시간에 그 일을 한 경우다. 그 친구는 학교에 올 때도 노트북을 꼭 챙겨서 틈틈이 일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테스트를 한다. 2시간짜리 영상을 보고 카운팅을 한 후에 엑셀 파일을 제출한다. 오차범위가 10대 이내면 통과다.


가만히 앉아서 키보드만 딸깍딸깍


담당자에게 문자가 온다. “6시간, 10월 20일까지”. 6시간 분량의 CCTV 영상을 10월 20일까지 처리해야하는 건이다. 일할 의사가 있으면 답장을 보낸다. 답장을 빨리 보낸 사람부터 선착순으로 일을 할당받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문자를 받았다. 숙련자들은 동시에 2~3건을 진행할 만큼 문자를 자주 받는다. 아무래도 업체 입장에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더 일을 줄 수밖에 없다.


영상을 다운받고 일을 시작한다. 시험기간이거나 개인 사정이 있을 때는 ‘사정상 지금은 일할 수 없다’, ‘다음 번에 일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답장을 보낸다.


새내기 아르바이트생은 4시간짜리부터 시작한다. 고수들은 12시간 분량도 금세 해치운다. 4시간 동안 내내 영상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1.2~1.5배속으로 재생한다. 해당 영상이 심야·새벽 시간대의 화면이라면 2~3배속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업체가 지정해 준 방향(직진, 좌회전, 우회전 등)을 지나는 차량을 센다.


핵심은 차종분류다. 보통 승용, 승합, 버스, 소형화물, 중형화물, 대형화물 등 6개의 종류로 나눈다. 9인승 미만의 차량은 승용, 9~16인승은 승합, 16인승 이상은 버스다. 또 2.5톤 미만은 소형화물, 2.5~8톤은 중형화물, 8톤 이상의 덤프트럭은 대형화물이다.

출처: 플리커 제공
왼쪽부터 순서대로 소형화물, 중형화물, 대형화물이다. 이는 사전적 정의와 무관하며, 업체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춘 것이다.

소형·중형·대형화물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바퀴의 개수·위치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바퀴가 6개 이상이면 대형화물이다. 바퀴 4개를 가진 트럭은 소형·중형화물이다. 차체의 끝과 뒷바퀴 사이가 상대적으로 짧으면 소형, 길면 중형이다. 특히 냉동탑차도 소형·중형화물로 나뉘는데 생김새가 비슷하기 때문에 뒷바퀴의 위치를 유심히 봐야 한다. ‘다마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자칫 승합으로 카운팅하기 쉽지만, 승용에 속하는 차종이다.

출처: 플리커 제공
'다마스'는 '승합'처럼 생겼지만 '승용'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좌회전하는 차량을 조사하고 있던 중이었다. 신호등에 좌회전 파란불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승용차 한 대가 좌회전을 했다가 갑자기 후진을 했다. ‘불법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입한 것으로 카운팅해야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스마트폰으로 그 부분만 영상으로 찍어서 담당자에게 물었다. 담당자는 답이 빠른 편이다. “그때그때 다른데, 이건 진입한 것으로 카운팅 해주세요.”


애매할 때는 곧장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엔 차량의 진행 방향, 차종의 분류 등이 많이 헷갈리기 때문에 자주 연락한다. 그를 귀찮게 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기준으로 구분했다가는 4시간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봐야할 수도 있다.


노트북으로도 가능하지만 기왕이면 데스크탑을 사용하기를 권한다. 키보드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보통 모니터의 왼쪽에 영상을 띄우고 오른편에 엑셀 파일을 켠 상태에서 카운팅을 한다. 승용이 지나가면 키보드의 숫자 1, 승합은 2, 버스는 3 등을 누르는 식이다. 숫자 키보드만 눌러도 자동으로 해당 차종의 대수가 올라간다.

출처: jobsN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 시연. 왼손으로 Z,X,C를 번갈아 누르면서 영상의 속도를 조절한다. 정해진 진행방향으로 지나는 차량을 구분해 오른손으로 숫자 1~6을 입력한다.

같은 일이지만 시급은 제각각


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업체가 의뢰할 때마다 일하되, 사정이 있을 때는 언제든 쉴 수 있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이 학업·취준과 병행하면서 용돈을 벌기에 좋은 아르바이트다. 부업으로 이 일을 하는 주부도 많다. “남편과 아이가 잠들면 일을 시작한다”며, “기저귀 값 정도는 벌 수 있다”고 말한다.


‘알바 좀 해봤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팀원 또는 상사와 껄끄러웠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는 그럴 일이 없다. 혼자 일하고 혼자 책임진다. 다만 몇 시간동안 눈이 빠져라 영상을 보고 카운팅을 했는데, 오차범위를 벗어났다며 “다시 작업하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그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 한 두달은 시간 대비 큰 돈을 벌기 어렵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차종을 익히고 요령을 터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4시간짜리 CCTV 영상의 교통량을 조사하고 3만원을 받았다. 작년에 그 정도였는데 지금도 급여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그 건을 처리하는 데 6시간이 걸렸다. 시급으로 따지면 5000원이다. 최저시급보다 적다. 전문가인 친구는 시간당 2만 5000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같은 분량의 CCTV 영상이라도, 조사해야하는 차량 진행 방향의 개수에 따라 급여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난 곧 알바를 포기했다. 숫자에 약하고, 차를 잘 몰랐다. 대신 ‘누군가에게 꿀알바라도 모두의 꿀알바는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숫자’에 강하다.
수학을 잘 할 필요는 없지만, 숫자를 편하게 다루는 사람이 이 일과 더 잘 맞다.
▶ ‘적당히’ 꼼꼼하다.
꼼꼼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차 종류나 진행 방향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좋지만, 각 차종에 대해 10대 내외의 오차는 괜찮다. 모든 차를 단 하나의 오류없이 꼼꼼하게 구분하려고 하다보면, 영상을 계속 다시 돌려봐야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다.
▶ 평소 차에 관심이 많다.
처음 일을 익힐 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차종을 구분하는 것’이다. 평소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 것은 당연지사. 필자는 교통량 조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마스’라는 차종을 처음 들어봤다.

글 jobsN 이영지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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