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유출 공모 관계서 ‘누설죄’도 인정될까…대법원 판단은 [법잇슈]
공모했다면 누설 인정 안 된단 1·2심
대법 “누설과 사용은 독립된 범죄 유형”
파기환송으로 더 무거운 형량 받을 전망
경영난에 빠진 회사의 핵심기술을 빼돌리고 중국 회사로 이직한 한 국내 부품업체 직원이 대법원 판결로 더 높은 형량을 받게 됐다. 영업비밀 ‘사용’을 공모한 죄와 ‘누설’한 죄는 각각 처벌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올 1월15일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 등 6명에게도 징역 1년~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앞서 이씨와 검찰은 항소심에 불복해 쌍방 상고했다.
쟁점은 공동으로 영업비밀을 사용하기로 공모한 관계에 있는 이들 사이에서 자료를 주고받은 행위가 영업비밀 ‘누설·취득’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들 행위만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성립하는지였다. 1·2심은 공동정범 관계인 피고인들이 영업비밀을 함께 사용하기로 공모한 상태에서 자료를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들 사이 영업비밀 누설·취득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 등은 스마트폰 및 차량용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등을 생산·판매하는 업체 임직원들로, 2022년 6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영업비밀을 챙겨 중국 회사로 이직한 뒤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2년 회사가 경영난을 겪게 되자 중국 회사로 이직하고 회사가 보유한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개발 및 제조 기술을 판매하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직 과정에서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소스코드 파일과 부품 리스트 등 자료를 개인 외장하드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이메일 등을 통해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중국 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맡아 이전 회사에서 취득한 자료를 활용해 테스트용 제품을 개발했다.
1심은 영업비밀 사용은 유죄로 인정하고 김씨 등 사이에 영업비밀 누설 및 취득에 대한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하되, 김씨에 대해서만 주도적 역할을 한 책임을 물으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도 대법원은 삼성전자 기술팀 부장 출신 김모씨가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하며 국가 핵심 기술을 무단 유출한 사건 판결에서 같은 쟁점을 두고 공범들이 범행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행위를 별도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행위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아직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이를 알려주거나 넘겨주는 경우에는, 상대방과 함께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기로 공모했거나 실제로 함께 영업비밀을 사용하였는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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