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교관 “영국은 전쟁 손 떼라”… 미·영 사이 이간질?
“영국, 더 이상 관여하면 우리 타격 목표”
美 공군 B-1 폭격기, 英 본토 기지에 착륙

이란은 지난 2월28일 시작한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당시 86세) 등이 숨진 직후 보복에 나서 중동 지역의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오만, 이라크 등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퍼부었다. 모두 영국이 동맹으로 간주하거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과 함께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 기지도 이란군의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는 공습 개시에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인도양의 옛 영국령 차고스 제도(諸島) 디에고가르시아 그리고 잉글랜드 페어퍼드 두 곳의 공군 기지를 미군이 사용하도록 허락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스타머는 이를 거절했다. 미군의 군사 행동 직후에는 성명을 통해 “영국은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자 미국 행정부는 즉각 강력한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는 스타머를 겨냥해 “매우 실망했다”,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전례가 없는 일” 등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최근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선 “영국 현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망치고 있다”고까지 했다.

무사비 대사는 이 같은 미·영 사이의 간극을 활용하려는 듯 BBC 인터뷰에서 영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이 이번 침략에 관여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영국 정부가 2003년 이라크 침공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2003년 당시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라크 전쟁을 개시했다. 미국의 유럽 동맹국 대다수가 회의적 반응을 보인 가운데 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만 미국과 나란히 군사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전후 조사를 해보니 이라크에 WMD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블레어는 ‘부시의 푸들’이란 조롱에 직면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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