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페이스대로"…손나은, 조급하지 않은 까닭[EN:터뷰]
누구보다 치열하게 무대 위를 누볐던 10대 소녀는 어느 새 30대 배우가 됐다. 그룹 에이핑크 출신 배우 손나은의 이야기다. 손나은에게 JTBC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였다. 손나은이 연기한 변미래 역은 언제나 엄마를 지키는 듬직한 딸이자 능력 있는 직장인이었다.
"저도 실제 장녀이지만 '막내 같은 딸'이에요. 오히려 동생이 언니처럼 절 책임지고 있는 거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미래를 연기하고, 잘 끝내면 미래처럼 성장하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했어요. 정말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도, 배우로서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아직 배우라는 수식어가 약하게 느껴지고, 선명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가 '가족X멜로'에 더욱 집중했던 이유는 기존 이미지를 깨기 위한 것도 있었다. 대본을 받을 때면 언제나 도시적이면서 화려한 이미지의 캐릭터들이 들어왔다. 미래를 잘 해내면 분명히 다음 기회가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손나은은 '가족X멜로'에서 공감대 넓은 생활 연기로 전작인 '대행사'의 연기력 논란을 지워내는데 성공했다.
"제 이미지 때문에 화려한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오는 거 같아요. 미래처럼 수수하고, 털털하면서 용기 있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가는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가족X멜로'를 잘 해내면 또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열심히 했어요. 화려한 캐릭터도, 미래 같은 캐릭터도 어려운 점은 둘 다 있는 거 같아요."
실제 전혀 차갑거나 다가가기 어려운 스타일은 아니란 해명도 함께였다. 무대 위나 드라마에서 대중이 흔히 손나은에게서 떠올리곤 하는 청순하지만 차가운 느낌은 그냥 '이미지'일 뿐이란 것.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많이 없다는 부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마 '메시지 보내도 답장 못 받을 것 같은' 이미지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그런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가까운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도 해요. 무대 위나 캐릭터의 모습만 보여드리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전 카카오톡 메시지 안 읽은 표시 있는 게 싫어서 늦게라도 꼭 답장해요. (웃음) 답장 안 해주면 그게 더 찝찝해요."
방송 예능이 불편하다면 유튜브 등을 개설해 좀 더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 최근 많은 배우들이 소통의 장벽을 깨고 개인 유튜브로 팬들과 일대일 소통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손나은에게는 유튜브보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게 훨씬 편하다.
"연습용으로 유튜브를 찍은 적이 있는데 저는 좀 힘들 것 같아요. 혼자 말하는 것도 힘들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약간 정신이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이게 습관이 안되어 있다 보니까 찍어야지 했다가 제가 까먹어요. 영상보다 사진을 많이 찍고 그래서 인스타그램이 더 편하니까 유튜브로 안 가는 거 같아요. 누군가 따라다니면서 계속 찍어주면 몰라도 제가 스스로 찍은 건 좀 그렇더라고요. (웃음)"
이제 30대에 접어들었다. 10~20대를 아이돌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다 보내고, 2022년 팀을 탈퇴해 배우 경력에 집중하게 됐다. 아직도 '배우'란 타이틀이 어색하다고 생각하는만큼, 조급한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손나은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렸을 때는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30대가 되니 아쉬움이 많아요. 주변에서는 더 좋을 거라고 했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가끔 조급하게 생각할 때도 있는데 답답해 하지 말고 내 페이스를 지키고 성실하게 앞으로 나아가자는 마음이에요. 다만 20대와 달라진 점은 체력 부분이 아닐까요. 오랜 기간 캐릭터 감정선을 뚫고 나가야 되는데 체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운동을 많이 해요. 식단 관리하고, 영양제도 꼬박꼬박 먹고, 수영은 어렸을 때 배웠지만 따로 하지는 않고 지금은 헬스 PT와 필라테스 위주로 하고 있어요."
그가 청춘을 보낸 에이핑크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가족X멜로' 전작이 같은 멤버 정은지가 주연을 맡았던 '낮과 밤이 다른 그녀'라 손나은의 소회도 남달랐다. 에이핑크를 탈퇴한 지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에게 멤버들의 도전은 응원하고픈 일이다.
"제가 또 은지 언니가 주인공이었던 '낮과 밤이 다른 그녀' 다음으로 작품을 하게 됐거든요. 그 작품이 잘 되기도 했고요. 배턴 터치를 해서 '가족X멜로'가 나온 게 기분 좋았죠.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멤버니까 전부는 못 봤지만 찾아 보긴 했었어요. 저도 멀리서 응원하면서 멤버들 활동을 보고 있어요."
그렇다면 손나은이 생각한 30대의 목표는 뭘까. 문득 어머니가 결혼을 언급한 게 생각났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변수가 많은 직업이기에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다만 어느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엄마가 요즘에 언제 결혼할 거냐고 갑자기 물어보는 거예요. 당장 결혼할 거는 아닌데 질문을 받으니까 떠올랐어요. (웃음) 사실 대단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어요. 이 직업이 뭔가 정해져 있다가 안 되기도 하고 워낙 변수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그냥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거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해요. 원래 일이 생겨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면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에요."
그럼에도 손나은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들이다. 가족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힘들 때도 스스로를 움직이게 했다. 이제 남은 2024년은 '가족X멜로'의 미래를 어떻게 잘 보내줄 지 생각하고 있다.
"제가 스스로 욕심이 있고, 만족하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결과물들을 가족들이 서포트를 잘해주고, 좋아해 주는 게 있어요. 가족들을 더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머지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긴 한데 올해는 '가족X멜로'에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 작품을 잘 보내줄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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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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