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밥상은 어른과 달랐다

이영완 과학에디터 2023. 12. 1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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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科 어린 공룡 배에서 먹잇감 나와
어릴 땐 자신보다 작은 먹이 사냥한 증거
어른과 먹잇감 달라 집단 내 경쟁 피해
어린 고르고사우루스가 새처럼 생긴 공령인 시티페스를 잡아먹는 모습의 상상도. 티라노사우루스과의 육식 공룡인 고르고사우르스는 다 자라면 거대한 초식 공룡들을 사냥했지만, 어릴 때는 자신보다 작은 먹잇감을 노린 것으로 확인됐다./캐나다 국립 티렐 고생물학박물관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Tyranosaurus)는 강력한 턱과 이빨로 자신보다 훨씬 큰 초식공룡을 사냥했다. 그렇다면 어린 티라노사우루스는 무엇을 먹었을까. 공룡은 어른들의 식탁에 앉지 못하고 자기보다 작은 먹잇감을 먹고 자란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캘거리대의 달라 젤레니츠키(Darla Zelenitsky) 교수 연구진은 지난 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의 뱃속으로 들어간 먹잇감이 채 소화되지 않은 채 포식자와 함께 그대로 화석이 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어린 고르고사우루스 화석의 왼쪽 모습. 녹색 점은 고르고사우루스의 갈비뼈를 보여주며, 붉은 점은 먹잇감의 다리뼈 부분이다./캐나다 캘거리대

◇공룡 배에서 나은 다른 공룡 뼈

캐나다 국립 티렐 고생물학박물관 연구진은 지난 2018년 앨버타의 공룡 주립 공원에서 약 7530만년 전에 살았던 ‘고르고사우루스 리브라투스(Gorgosaurus libratus)’의 화석을 발굴했다. 티라노사우루스과(科)에 속하는 이 육식 공룡은 나이가 5~7세 정도인 어린 개체였다. 몸길이는 4m, 몸무게는 350㎏으로 어른 공룡의 10분의 1 크기였다. 큰 집돼지만 하다고 보면 된다.

캐나다에서 어린 공룡의 화석은 매우 드물게 발견됐다.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강이 어린 공룡의 작고 연약한 골격을 부숴 화석으로 남기 힘들다. 더욱 놀라운 점은 어린 공룡의 뱃속에서 다른 공룡 뼈들이 나온 것이다.

연구진은 고르고사우루스의 갈비뼈 안쪽에 새를 닮은 공룡인 ‘시티페스 엘레간스(Citipes elegans)’ 두 마리의 다리뼈를 확인했다. 크기는 오늘날 칠면조 정도였다. 연구진은 시티페스의 뼈에 성장 흔적이 없어 생후 1년 미만이었다고 추정했다.

공룡이 화석이 된 시나리오는 이렇다. 어린 육식 공룡이 작은 깃털 공룡을 잡아 먹은 지 며칠 만에 강가에서 죽었다. 다행히 그 위로 퇴적물이 빠르게 쌓여 공룡과 함께 뱃속에서 아직 소화되지 않은 먹잇감까지 썩지 않고 그대로 화석이 됐다.

젤레니츠키 교수는 “어린 티라노사우루스가 작고 어린 공룡을 잡아먹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어른 공룡들은 열량이 많지 않은 작은 먹잇감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 육식 공룡은 어른 눈치 보지 않고 작은 먹잇감을 사냥했다는 말이다.

캐나다 캘거리대의 달라 젤레니츠키 교수(왼쪽)와 국립 티렐 고생물학박물관의 프랑수아 테리엔 박사가 어린 고르고사우루스의 화석 속에서 먹잇감의 다리뼈를 발견했다./캐나다 국립 티렐 고생물학박물관

◇육식 공룡은 나이 따라 먹이 달라

과학계는 이번 발견이 육식 공룡의 성장과 사냥 습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고생물학지인 스티브 브루사트(Steve Brusatte)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지에 “티라노사우루스의 마지막 식사가 돌로 보존된 놀라운 일”이라며 “이번 발견은 티라노사우루스가 무엇을 먹었는지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고르고사우루스는 백악기 후기인 7700만년~7500만년 전에 북미 지역에서 공룡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육식 공룡이다. 6900만년~6600만년 전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와 같이 티라노사우루스과에 속한다. 다 자라면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 길이가 9m에 달했다. 과학자들은 화석이 된 공룡의 똥과 이빨 자국이 남은 뼈를 통해 고르고사우루스가 강력한 턱과 이빨로 트리케라톱스나 오리주둥이공룡처럼 아프리카코끼리만 한 대형 초식 공룡들을 잡아먹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어린 고르고사우루스는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린 육식 공룡이 스스로 작은 먹이를 사냥했는지, 아니면 어른들과 함께 사냥하면서 전리품을 얻었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오늘날 악어와 코모도왕도마뱀 같은 대형 파충류들이 자라면서 먹이 크기가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육식 공룡도 이들처럼 어릴 때는 자기보다 작은 먹이를 잡고, 크면 거대한 초식 공룡을 노렸다고 추정했다.

어린 고르고사우르스와 먹잇감인 시티페스의 크기 비교. 파란색 부분은 화석에 남은 골격이다./Science Advances

이번 화석은 육식 공룡의 밥상이 나이에 따라 달랐음을 입증하는 증거이다. 연구진은 “오늘날 육식 동물들은 나이가 들면서 작은 먹잇감에서 큰 먹잇감으로 이동하면서 어른과 어린 개체 사이에 경쟁이 줄어든다”며 “나이에 따른 식습관 변화 덕분에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와 성체 티라노사우루스가 같은 생태계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공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멕시코대의 펠리사 스미스(Felisa Smith) 교수는 사이언스지에 “놀라운 발견”이라며 “비록 이번 결과가 한 개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생태학적 추론을 하기에는 이상적이지 않지만, 해석은 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다른 가능성도 제기됐다. 스미스 교수는 “어린 티라노사우루스와 성체 티라노사우루스의 치아 마모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어린 공룡이 새끼에게 더 큰 먹이 조각을 먹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3),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i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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