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과감한 대응”…이 대통령이 꺼낸 긴급재정명령, 국회 없이 발동

“긴급한 경우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31일 발언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경제 불안을 부추기는 가짜뉴스 유포 행위를 “중대범죄”라 칭하며 엄중히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동 지역으로부터 에너지 수급 비중이 큰 우리 입장에서는 더더욱 철저한 점검과 치밀한 비상 대책이 요구된다”며 “최대치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중동 전쟁이 한달을 넘어가면서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나타나는 현실에 관한 우려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 원유 가격은 날로 치솟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항행이 위협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1%에서 1.7%로 낮췄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정부라도 우선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6·3 지방선거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국회가 원활하게 열리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내우외환, 천재지변, 중대한 재정 및 경제상의 위기에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이다. 다만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정도로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기에,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이 발동된 사례는 1993년 김영삼 정부가 ‘금융실명제’ 도입을 위해 사용한 경우가 유일하다.
이 대통령은 원자재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주문했다. 그는 “지난주부터 나프타(납사)에 대한 긴급수급조정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며 “요소수, 헬륨, 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도 전시 물자에 준하는 수준으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수급조정 조치는 특정 물품의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을 때 정부가 강제로 물품의 생산·공급·유통을 통제하는 제도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마스크에 대해 정부가 이 조처를 내렸다.
이 대통령은 위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계기로 삼자고 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산업 구조를 방치하면 앞으로도 이런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 믹스 등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인 과제라는 점이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또 전기차를 별도로 언급하며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 전기차 구매나 지원을 더 획기적으로 해주는 방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경제 불안을 야기하는 가짜뉴스 유포를 “헛소문을 퍼뜨리는 건 중대범죄”로 규정하며 엄정 대처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쓰레기봉투) 생산원가가 두배 오른다고 해봐야 5~10원이 되는 건데, 최종 판매 가격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실제 재고가 충분하다”며 “가격이 오른다고 최초로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의 위기 극복을 방해하는 행위는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와 에스엔에스(SNS)에 ‘석유 90만배럴이 울산에서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유입됐다’는 설에 관해서도 “베트남이 90만배럴을 구매한 것인데, 북한으로 갔다고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린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유언비어나 매점매석 등 공동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형사고발 등 모든 조처를 활용해 엄정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김 장관이 유튜브채널 ‘전한길뉴스’, ‘전라도우회전’, ‘TV자유일보’ 등 3개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에 대해 형법 및 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따른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와 형법에 따른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죄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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