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의 의미, '제노사이드'와 어떻게 다를까?

조회 532025. 2. 11.
트럼프는 최근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현지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 수 있다고 발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현지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청소를 계획 중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유엔, 아랍 국가, 기타 세계 지도자들과 인권 단체들이 포화를 퍼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기자 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옆에 두고 이같이 발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구상에 대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지만, 호삼 자키 아랍연맹 사무차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2백만 명의 강제 이주는 반인류적 범죄라고 말했다.

사무차장은 "이 구상은 인종청소를 조장한다. 민간인을 그들의 땅 밖으로 강제 이주시킨다는 것이다. 굳건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휴전 협정이 체결된 지 며칠 만에 폐허를 집이라고 부르며 다시 돌아왔다. 그들이 자신들의 땅을 스스로 떠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던진 모호한 제안은 "훨씬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지역사회에, 새롭고 현대적인 집이 있는 지역"에 다시 정착하라는 희망적인 표현으로 포장됐다. 이 발언은 정말로 인종청소에 해당할까? 그리고 인종청소와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의 말살)는 어떻게 다를까?

트럼프는 10일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강제 이주 된 뒤에는 다시 가자지구로 돌아가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종청소'의 의미는?

인종청소는 넓은 의미에서 특정 집단을 특정 지역에서 배제시킨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추방이나 강제 이주가 이뤄질 수 있으며, 최종 목표는 특정 지역에 동질적 인종·민족만 거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뉴욕 존 제이 칼리지의 국제인권센터 창립이사인 조지 안드레오풀로스 교수에 따르면, 인종청소는 단순히 이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념물, 묘지, 예배소를 파괴해 대상 집단의 모든 물리적 흔적을 제거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 용어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연방 공화국의 붕괴 과정에서 민족 갈등이 폭발하면서 처음으로 주목받았다. 주로 정치인과 언론이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의 보스니아 무슬림, 크로아티아 크라이나 지역의 세르비아인, 코소보의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 사람들에 대한 잔혹한 처우를 설명하는 데 사용됐다.

또한 2017년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전임 유엔인권최고대표는 미얀마 정부가 라카인 주에서 로힝야 무슬림을 표적으로 삼은 것을 두고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말했다.

2017년, 74만 명가량의 로힝야 난민이 미얀마에서 조직적 탄압을 피해 대규모 피난을 떠났다

인종청소는 전쟁범죄일까?

유엔에 따르면, 이 용어는 현대 무력 분쟁의 특성으로 인해 널리 확산됐다.

유엔 전문가위원회는 여러 강압적 조치로 인구 이탈을 유도하여 특정 국가의 군사적 항복을 재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조치에는 고문, 체포, 감금, 강간 및 성폭행, 재산 파괴, 강도, 의료 시설 표적화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일부는 엄밀히 말하면 전쟁범죄에 해당하지만, 유엔에 따르면 국제법상 인종청소에 대한 독립적인 정의는 없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수십 년 동안 "전쟁의 안개에 숨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인종청소"를 시도해 왔다.

알바네세 보고관은 "심각한 위험이 있다. 우리가 지금 목격 중인 상황이 1948년 나크바 사태의 재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 규모가 더 크다"고 말했다.

'나크바'는 아랍어로 대재앙을 의미한다. 1947~1949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의 충돌 중에 75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고향에서 쫓겨났던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다.

인종청소와 제노사이드의 차이는?

국제법상 인종청소에 대한 독립적인 정의는 없지만,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의 말살)은 분명히 독립적으로 정의된다.

유엔총회는 1946년 홀로코스트 기간 동안 유대인을 체계적으로 학살한 나치 방침에 대응하여 제노사이드를 명확히 규정했다.

이는 "국가, 민족, 인종 또는 종교 집단을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하려는 의도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위"로 정의된다.

이러한 행위에는 특정 집단에 대한 살해 또는 심각한 피해 유발, 특정 집단의 물리적 파괴를 초래하도록 계산된 생활 조건을 강제하는 행위, 집단 내 새로운 출산을 중단시키거나 해당 집단의 아동을 다른 집단으로 강제 이동시키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장 캄반다 르완다 전 총리는 정부 수반 최초로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제노사이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장 캄반다 르완다 전 총리는 정부 수반 최초로 1998년 국제 재판소에서 제노사이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994년 투치족과 중도파 후투족 최대 100만 명을 학살한 혐의다.

의도의 문제

그러나 유엔의 정의에는 '국가, 민족, 인종 또는 종교 집단을 파괴하려는 의도'라는 '정신적' 요소가 포함된다.

인종청소와 제노사이드의 결정적 차이는 가해자의 '의도'다.

제노사이드의 주요 목적이 인종 또는 종교 집단의 물리적 파괴인 반면, 인종청소의 주요 목적은 특정 지역에서 해당 집단을 추방하고 동질적 인종·민족만 거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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