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어린이용 총'을 판다고..?

미국은 총기의 나라다. 총기 시장의 규모는 연간 130억 달러(한화 약 15조 6000억 원)에 달하고 미국인이 보유한 총기는 3억7000만 정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전체 총기류의 50%를 보유하고 있다. 총기가 많은 만큼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연간 총기 사고 사망자 수만 3만 명 정도 된다. 이에 따라 총기 소지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총기 수요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품으로 지급되는 총기, 여아용 분홍색 총기까지...

세계 최대 총기 거래 시장이 형성된 국가이기 때문일까. 미국에서는 어른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의 손에도 총기를 쥐어주고자 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출처: JTBC뉴스 캡처

우선 이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사격 프로그램을 적극 후원한다. 2010년, 미국 총기협회(NRA)는 보이스카우트, 4H 클럽(청소년 단체) 등이 주최하는 어린이 사격 프로그램에 2100만 달러(약 230억 원)를 보냈다. 이 후원금은 실제 총기 사격뿐만 아니라 둥근 플라스틱 탄환을 사용하는 장난감 BB총, 양궁 등을 사용해 과녁을 맞추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사용되었다. 실제 총이 경품으로 주어지기도 했다. 소년사격스포츠연맹(YSSA)에서 주최한 청소년 캠프에서는 소총 23정과 산탄총 4정이 경품으로 어린이들의 품에 안겨졌다.

출처: Junior Shooters 홈페이지

어린이용 총기 전문잡지도 등장했다. '주니어 슈터'(Junior Shooters)라 불리는 이 잡지는 2007년에 첫 발간된 이래 다양한 총기류와 사격 장소, 보호 장비, 사격 이벤트 등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2009년 여름호에는 '부시마스터 AR15' 반자동 소총을 예찬하는 기사와 함께 해당 총기 할인권을 첨부하기도 했다. 아이가 부모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총기류를 사달라고 조르도록 부추기는 문구 또한 넣었다. (미국 남부 지역의 경우, 총기 소유에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아이 생일 선물로 총을 사주는 것도 흔한 풍경이 되었다.) 주니어 슈터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문구를 내세우며 아이들에게 총을 통해 '책임감과 윤리의식, 시민의 책무'등을 고취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기류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총기 업계는 남자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자 아이들에게도 총을 판매하기 위해 분홍색 소총과 총을 예쁘게 꾸미는 용도의 여아용 장식품까지 등장시킨 것이다. 일부 사격 훈련장에서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등 동화 속 주인공을 과녁으로 사용해 아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출처: MBC뉴스 캡처

어린이 대상 총기 마케팅, 확산되는 우려의 목소리

총기 소유 옹호 단체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들며 어린이들에게도 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속내는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어릴때부터 총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으로 어른이 된 후 총기 구매에 대한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 때문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총기 마케팅은 성행 중이다.

또한 ‘어른이 없을 때 총기을 만지지 않도록 교육하면 문제 없다’는 총기업계의 설명도 문제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 어른이 없다고 총기를 만지지 않는다는 건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게다가 장난감 팔듯 총을 선전하는 텔레비전 광고 역시 논란거리다. 뉴욕대 제스 샤트킨 교수는 "아이들의 뇌는 통상 충동적이고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른보다는 총기를 취급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총기업계의 전략에 우려를 표시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총기 옹호론자들는 어린이와 사회의 안전을 생각하는 도덕적 의식보다 당장의 이익을 취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이들은 총기 규제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부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2017년, 11살 보이스카우트 소년이 콜로라도 주 상원의원인 비키 마블에게 총기 규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가 연맹에서 제명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 

한해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어린이만 3000여 명, 부상자는 7000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연방 정부의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우려 속에서 여전히 각종 총기류는 장난감처럼 미국 어린이들의 일상을 파고 들고 있다.

인터비즈 박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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