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중을 이야기할땐 국산 저격용 소총 K-14

ONE SHOT ONE KILL

탄탄한 기본기, 명중률 높이다

<저격용 소총 K14>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저격용 소총 K14

저격은 게임에서밖에 못 해본 기자가 K14 저격용 소총을 손에 쥐었다. 85m 거리에 놓인 표적은 7.62mm 기관총탄과 5.56mm 소총탄 탄피. 주간조준경을 들여다보자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표적들을 작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표적을 십자선의 가운데에 맞춘 뒤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자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목표물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재장전과 함께 연달아 두 발을 더 쏴 총 3개의 목표를 원샷 원킬(One shot, one kill) 하는 데 성공했다. 사격을 마친 뒤 표적이었던 탄피들을 살펴보니 모두 깨끗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우리 군의 저격용 소총 K14를 살펴봤다.

은신해있는 저격수를 한 번 찾아보세요.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육군11사단 저격조 2인이 길리슈트를 입고 풀숲에 은신해 있다. 사진 중앙 하단, 살짝 짙은 색의 수풀 두 덩이가 위장한 저격조.

은밀하게 침투하여 정확하게 저격한다
K-14 제원

역사   업체 주도의 저격용 소총 국산화 - 유명 저격소총 비교해도 손색없어

 

K14 저격용 소총은 대한민국 국군의 소화기를 개발·생산하는 S&T모티브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수 있는 화기다.

S&T모티브의 박문선 특수사업본부장은 “저격용 소총은 특별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최상의 성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총기 제작사 입장에서도 높은 기술 수준을 갖춰야만 개발·제작이 가능하다”면서 “지금까지 S&T가 권총과 소총, 기관단총, 기관총, 40mm 유탄기관총까지 우리 군에 필요한 모든 구경의 소화기를 만든 가운데 정점을 찍은 것이 K14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T모티브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군이 운용 중인 외산 저격용 소총들이 노후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국산 저격용 소총 개발에 착수했다. 일단 S&T모티브는 ‘현용 총기의 단점을 보완한 국산 저격용 소총’을 목표로 해병대와 육군의 저격용 소총 운용 인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해외 방산전시회 참석을 통해 세계적 트렌드를 확인하며 기본적인 콘셉트를 잡아나갔다. 이어 해병대에서 도태된 지그 SSG3000 저격용 소총을 분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볼트액션 저격용 소총의 구조와 특성을 파악했다.

K14 저격용 소총의 설계와 개발을 담당한 송병조 특수개발팀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며 “볼트액션 저격총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운용자의 편의를 위한 인체공학적 측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K14 저격용 소총은 2012년 개발이 완료된 이후 이뤄진 성능입증 시험평가에서 1.27㎝ 표적을 정확히 명중시켜 해외의 유명 저격소총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능을 보여준 바 있다. 2013년 연말부터 전력화가 이뤄졌으며, 2017년 수입에 의존하던 주간 조준경과 탄약의 국내 개발이 완료돼 전체 체계의 100% 국산화를 달성했다.

수출도 성공적이다. 우리 군에 납품한 수량보다 더 많은 양이 해외로 수출됐다. 저격총으로서의 탄탄한 기본 성능과 부품 생산부터 조립 완성까지 전담하는 S&T모티브의 높은 수급 신뢰도가 바탕이 됐다. 특수영업팀 조현욱 차장은 “저격총은 다른 총기와 달리 높은 기술 수준과 신뢰성을 요구한다”면서 “K14는 대한민국 국군이 채택했을 뿐만 아니라 수출된 물량도 실전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향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권총부터_저격총까지_전종달성!! #2013년_전력화_2017년_100%_국산화

K-14 저격소총 시험사격

특징  명중률! 신뢰성! 편의성! 탄탄한 기본기- 총기·조준경·전용탄약 ‘삼위일체’

 

저격용 소총의 미덕은 정확한 명중률에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총기와 조준경, 전용 탄약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K14 저격용 소총 역시 명중률의 세계적 기준인 1MOA(Minute of angle)를 기본적으로 만족한다. 1MOA는 100야드(91.4m)에서 1인치(2.54cm) 지름의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K14 저격용 소총도 명중률의 핵심인 총열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내마모성과 내열성 등을 높이는 공정을 추가했다. 또 총열이 고정되는 부분 외에는 총기의 어느 부위에도 닿지 않는 프리 플로팅(Free floating) 방식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총열에는 6개의 홈이 있어 열을 발산하도록 했으며, 소염기는 운용자의 위치가 쉽게 발각되지 않도록 화염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K-14 저격용 소총

작동 방식은 한 발 사격한 뒤 장전 손잡이를 조작해 탄피의 추출과 재장전을 해줘야 하는 ‘볼트액션’을 채용했다. 볼트액션 방식 자체의 구조가 단순하지만 무게 감소와 신뢰성 향상을 위해서 부품 개수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썼다. 또 운용자의 몸에 직접 닿는 하부 총몸은 폴리머 등 금속이 아닌 부품을 대거 채용해 중량을 낮추고, 반동을 흡수하는 내충격성도 높였으며 겨울철 운용 시 냉기를 막을 수 있게 했다. 


방아쇠 압력도 일반 소총에 비해 굉장히 낮게 조정돼 있다. 이는 방아쇠 압력이 높으면 격발 시에도 조준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격용 소총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미덕이다. K14의 방아쇠 압력은 조절이 가능하지만, 특전사 등 전문부대가 아닌 일반 육군 부대에는 1.3~1.6㎏으로 조절해 출고한 뒤 재조정을 권하지 않는다.

조준경
조준경
방아쇠

K14 저격용 소총 명중률의 비밀 중 하나는 특별한 탄약이다. 구경은 K12 기관총이나 M60 기관총과 같은 7.62㎜이지만, 정밀한 사격을 위해 완전히 별도로 제작된 탄약을 사용한다. K14 전력화 초기에는 스위스 루왁(RUAG)사의 .308 WIN 탄을 전량 수입해 사용했지만 현재는 풍산금속에서 국산화한 탄약이 보급되고 있다. 


K14를 위한 저격용 탄약은 탄두의 표면가공이 굉장히 매끄럽게 돼 있어 사격 후 탄두를 감싼 동(銅)이 열에 의해 총강에 남는 동피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 탄두 끝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공기저항을 잘 잡아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으며, 탄두 옆면으로 왁스가 둘러져 있어 사격 시 총열 안의 밀폐도를 높이고 부드럽게 밀려 나가게 돕는다.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K14로 명중시킨 탄피들이 구멍난 모습.

송병조 특수개발팀장은 “소요군에서 일반적인 7.62mm 탄을 쓰는 부대도 있는데, 정확도가 분명히 하락하며 총열이 마모돼 분산도도 높아지므로 총기의 수명과 임무 완수를 위해서도 정해진 탄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격총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핵심 요소인 조준경은 독일제 ‘슈미트 앤 벤더(SCHMIDT & BENDER)’의 3~12배율 주간조준경을 전량 수입했으나, 정비성이 떨어지고 수리부속 확보 측면에서 애로가 있어 이 역시 탄약 국산화와 동시에 국내 업체 ‘포커스 옵텍’이 동일 규격의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소요군 부대에 대한 사용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권혁린 대리는 “K14는 800m가 유효사거리이긴 하지만, 숙련된 사수들의 경우에는 1㎞ 거리에서도 1MOA 안에 탄착군을 만들 정도”라며 “야전에서 총의 능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총기_조준경_탄약_삼위일체로_명중률_UP #7.62mm기관총과는_탄부터_다르다!

K-14 저격소총 개머리판(사진을 클릭하면 개머리판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   특급전사 인증 받은 시력 1.0의 비흡연자 선발 - 사격술은 기본! 저격 임무의 핵심은 ‘침투’

 

K14 저격용 소총은 그전부터 저격수를 운용하던 특전사 등 특수전 부대들로 시작해 현재는 일반 육군대대에도 보급이 이뤄졌다. 육군부대의 저격조는 부사관인 저격반장과 병사인 관측수 2인으로 구성된다. 저격반장은 K14 저격용 소총과 K5 등 권총을 장비하며, 관측수는 K1 기관단총과 각종 관측장비를 휴대한다. 관측수에게는 K14가 직접적으로 주어지진 않지만, 유사시 관측수도 저격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K14 사격훈련을 하며, 개인 영점도 갖고 있다. 저격조가 되기 위해선 먼저 간부와 병사 모두 특급전사 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 시력은 1.0이 넘어야 하며 비흡연자 위주로 선발이 이뤄진다.

육군11사단 윤경원(하사) 저격조장은 “담배 냄새는 침투가 생명인 저격수들을 적에게 노출시킬 수 있으며,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상태에서 장기간 침투 시 금단현상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임무 수행이 불가하기 때문에 비흡연자를 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사단 저격반 인원들은 저격 임무의 핵심을 ‘사격’이 아닌 ‘침투’로 꼽았다. 실제 평소에도 상급부대로부터 주요 목표물에 대한 지침을 받으면 망선에 담아 인증샷을 남기는 침투 위주의 훈련이 이뤄진다고 한다. 침투한 뒤 정확히 목표를 타격하는 사격술은 기본 중의 기본에 불과하다는 것.

윤 저격조장은 “저격조는 산악지형을 활용해 도보로 침투를 실시하고, 목표물로부터 1㎞가량 떨어진 거리부터 포복을 시작한다”며 “적들과 가까워질수록 한번 동작을 취할 때 몇㎝만 움직이는 은밀포복으로 전환된다”고 침투 과정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저격조에게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중요하다. 침투가 완료되면 관측수가 목표물과의 거리를 측정한다. 표적이 400m 이내에 있을 때는 바람의 영향이 미미하나, 그 이상 떨어져 있을 때는 풍향과 풍속을 측정해 제원값을 산출한 뒤 사격이 이뤄진다.

출처: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하드케이스를 비롯한 K14와 부속품들을 함께 놓은 모습

침투 시범을 보이기 위해 윤경원 하사, 박시아 상병으로 구성된 저격조가 K14가 들어있는 하드케이스를 열자 푸짐한 액세서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미군도 사용하는 고품질 하드케이스, 임무 수행 시 펼쳐서 바닥에 깔 수도 있는 소프트케이스, 소음기와 주간조준경, 기상측정장비세트, 총기 청소 도구, 조준경 분해 결합용 토크렌치, 실전에서 조준경의 반사와 운용자의 눈부심을 방지해주는 벌집 구조의 덮개 등이 그것이다. 액세서리들은 모두 K14 구매 시 함께 제공되는 것들이다. 


이 중 소음기의 경우 장착했을 때 10데시벨 정도 발사 소음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영화와 달리 소음기 장착 후에도 실제 총성은 K2 소총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느낌이다. 이에 대해 박승수(중사) 저격반장은 “K14 소음기의 역할은 총성을 줄여주는 것보다 지연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를 통해 적 저격수가 우리의 사격 위치를 실제보다 더 멀다고 오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위장을 위한 길리슈트를 착용한 윤경원 하사와 박시아 상병이 풀숲으로 걸어 들어가 저격을 위한 자세를 취하자 풍경과 하나로 녹아들어 찾을 수 없게 됐다. 한여름의 뙤약볕 속에서 두꺼운 길리슈트를 두른 후에도 표적을 향한 집중력으로 이들은 미동도 없이 은신하고 사격하는 절차를 선보였다.

윤 하사는 “저격수의 보병에 대한 저지력은 전차와 맞먹는다고 생각한다”며 “전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임무를 맡았으므로, K14 저격용 소총의 잠재력을 모두 끌어낼 수 있도록 훈련에 매진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흡연자는_저격수가_될_수_없다 #명사수는_기본_핵심은_침투

기사 : 국방일보 김철환 기자

사진 : 국방일보 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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