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괴물들 (aka. 요괴)
강철이는 몸에서 엄청난 열기와 불을 내뿜는다고 해요.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나무와 풀을 말려버리고 구름을 증발시켜 가뭄을 일으키는 무서운 존재라고 합니다.
'강철이 간 데는 가을도 봄'이라는 속담이 이 특징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강철이가 휩쓸고 간 곳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봄처럼 된다는 뜻이라고 해요.
강철이는 이익이 쓴 『성호사설』 《만물문》편에서도 등장합니다. 이 책에서는 강철이를 '독룡(毒龍)이라고도 하며 소와 형태가 비슷하고 폭풍, 낙뢰, 우박을 퍼부어 곡식과 가축을 상하게 한다.'라고 쓰여있어요. 주로 늪과 호수에 살고 있는 환상 동물, 강철이입니다.
거구귀는 이름 그대로 입이 거대한 요괴입니다.
산처럼 거대한 크기에 흉악한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비범한 사람을 만나면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한 '청의동자'로 변하여 그 비범한 사람을 보좌하고 수호하는 존재가 된다고 하네요.
세종대왕 집권기, 집현전 학사로 발탁되어 활약한 신숙주가 거구귀를 만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숙주와 친구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성균관으로 향하던 중, 길 한가운데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거구귀를 만나게 됩니다. 공포에 질린 친구들은 모두 도망갔지만, 신숙주는 신경도 쓰지 않고 거구귀의 입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이내 청의동자로 변한 거구귀가 나타나 절을 하며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리고 그의 수호신이 되었다고 하네요.
훗 날, 신숙주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자 청의동자는 울면서 하직인사를 하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신숙주 역시 죽게 되었다고 합니다.
귀 수산.
등에 산을 업고 다니는 거대한 거북이입니다.
정확히는 '거북이 머리 같은 산'으로 수백 미터를 훌쩍 넘는 엄청난 크기의 요괴라고 하네요. 바다에 살기 때문에, 그 모습이 섬처럼 보인다고도 해요.
귀수산은 '삼국유사'에 등장합니다.
'신문왕 2년에 동해에 거대한 산 하나가 나타났는데, 모양이 마치 거북의 머리처럼 생겼다. 산 위에는 한 개의 대나무가 있어 낮에는 둘이었다가 밤에는 합해서 하나가 되었다. 왕이 동해로 나아가 섬으로 사자를 보내니 어디선가 나타난 용의 도움으로 산에 있던 대나무를 얻었다. 용은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온 세상이 태평해질 것이라 하였고, 대나무를 얻고 다시 지상에 도착한 사자가 돌아보니 용과 산은 사라지고 없었다. 왕이 대궐로 돌아오자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만파식적이라 하고 월성천존고(月城天尊庫)에 간직해 두었는데 이 피리를 불면 적병(敵兵)이 물러가고 병(病)이 나으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장마 지면 날이 개며, 바람이 멎고 물결이 가라앉았다.'
요약하면, 그 유명한 피리, 만파식적 탄생 설화와 이 귀수산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
위 그림은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에 나온 고관 대면의 삽화 중 하나입니다.
이 괴물은 고관 대면(高冠大面)이라는 이름 그대로 높다란 관을 쓰고 얼굴이 큰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몸에 비해 머리가 커서 사람처럼 서 있기가 힘들기 때문에, 보통 나무에 기대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요괴주제에 겁도 많아서 사람이 노려보거나 개가 짖으면 도망가버린다고 해요.
그슨새, 제주도의 전통 요괴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사악한 기운이나 액을 '새'라고 한다 해요. 그래서 이름에 '새'가 들어간 그슨새도 매우 사악한 요괴인데, 보통 귀신이나 요괴가 밤에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이 그슨새는 밤 낮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고 합니다.
'주젱이'라 불리는 제주도의 전통 우장(비옷)을 뒤집어쓴 채로 혼자 있는 사람을 홀려서 해친다고 하네요.
어둑시니는 한국 민담에 등장하는 요괴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둑서니'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고려시대부터 기록되기 시작해서, 조선시대에 요괴로 정착했다고 해요.
어둑시니는 깜깜한 밤에 나타납니다. 사람이 어둑시니를 지켜보고 있으면 그 크기가 점점 커져서 결국 사람이 깔려버리게 되는데, 커지는 와중에 억지로 내려다보면 그 크기가 점점 작아져 사라진다고 하네요.
아니면 눈을 돌려 관심조차 주지 않으면 사라지는 요괴라고 합니다.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친다기보다는, 사람의 공포심에 반응하여 놀라게 하는데 그 의의가 있는 요괴라고 해요.
북한 지방에는 "어둑서니는 올려다볼수록 크다."라는 속담도 있다고 하니, 꽤나 대중적인 요괴라 할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도깨비입니다. 전승되는 지역에 따라 그 정체가 귀신이나 요괴로 불린다고도 해요.
신라 진평왕 때 비형랑과 같이 놀던 도깨비들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비형랑의 추천으로 집사 벼슬을 받아 나랏일도 했다고 하고, 현직 관리의 양아들이 되었다고도 하네요.
하지만 인간의 삶에 지루하였던 길달은 결국 여우로 변신해 달아납니다. 그 소식을 들은 비형랑은 즉시 귀신들과 도깨비들을 풀어 길달을 잡아, 직접 길달을 끔살 해버리는데(토사구팽..?) 그 뒤부터 귀신과 도깨비들은 비형랑을 엄청 두려워했다고 하네요.
마산 앞바다 월용도라는 섬의 지하에 산다고 전해 내려 오는 식인 괴물입니다.
여자를 무지 밝혀서, 어린 여자아이나 젊은 부녀자를 납치해가는데 그래서 이따금씩 금돼지와 사람 사이에서 자식이 태어나기도 했다고 해요.
대표적으로 통일 신라시대 학자였던 최치원도 금돼지와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반 요괴라는 설이 있었고, 금돼지는 강할 뿐 아니라 신통력 까지 있어서 예쁜 여인으로 둔갑해 가락국의 왕의 총애를 받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